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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김경훈(경상대 경제통상 18) 씨가 그를 도와주는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직원, 학생들과 함께 손가락 하트를 만들며 활짝 웃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서민지(예술대 디자인 15) 씨, 김정숙 주무관, 김경훈 씨, 조혜지 주무관, 최우석(행정 16) 씨.

시각장애 1급(전맹)인 김경훈(경상대 경제통상 18) 씨는 다른 대학교를 졸업한 후, 경제학을 배워 분쟁을 해결하는 ‘중재인’이 되기 위해 본교에 입학했다. 눈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김 씨의 학교생활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다른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들었는데, 다시 본교에 진학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중학교 2학년 때 중도 실명을 겪고, 병원에서 3년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기도 했던 나는 한 번의 주사보다 한 마디의 말에서 더 큰 치유효과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사람이 되고자 성직자를 꿈꾸었다. 그러나 나를 지도하셨던 신부님으로부터 “너는 아직 사회경험이 더 필요한 것 같으니 사회로 돌아가 더 배우고 와라”는 말을 듣고 그 길을 중단했다.
이후 사회적 기업에서 고등학생들의 입시를 도와주는 활동을 하다가, 본교에 지원했고, 운 좋게도 합격하게 됐다. 본교에서는 현실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을 끼치는 학문이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필요한 경제학을 배우고, 졸업 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후에는 국제분쟁해결의 중심을 이루는 국제상사중재에 대한 연구를 하고 국제기구에서 마음의 의사로 활약하는 것이 지금 나의 꿈이다.

Q. 장애학생을 위한 본교의 시설은 어떠하며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또한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시설?제도는 어떤 것이 있나?
A. 일단 이동도우미 친구들이 계단이 많은 길은 피해서 안내해주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또한 학기 초반 본교에서 서울에 계신 보행훈련 전문 트레이너를 초청해서 캠퍼스 내부 보행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훈련에서 내가 주로 활동하는 ‘향토관-경상대’, ‘향토관-장애학습센터’ 등의 경로를 익혔다. 케인(cane, 지팡이)을 활용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며 걷는 방법을 체득한 것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볼라드(bollard, 보행자용 도로에 자동차의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장애물)는 보통 허리 높이인데, 본교에 있는 볼라드는 무릎 아래 정도인 것이 많아서 힘들 때가 있다. 케인으로 볼라드를 인식하기가 어려워서 걷다가 볼라드에 부딪치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본교는 장애학생의 학습접근성이 낮은 편이었다. 본교에 입학하게 됐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전공서적을 구매해도 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컴퓨터 스크린리더가 접근할 수 있는 텍스트 파일이 필요한데,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책을 요청하면 도착할 때까지 4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전공서적을 오디오북으로 만들거나 두 배의 돈을 들여 스캔해서 학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난 4월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총장과 함께하는 간담회?에서 총장님께 학업에 대한 불편사항을 전하고, 여러 기계의 필요성을 말씀드렸다. 이후 본부의 배려로 시각장애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스캐너와 제본기, 광학문자판독기 등 필요한 기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이번 학기에는 수강과목 교수님들께 미리 교재를 여쭤보고,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있는 기계들로 미리 학습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다.
대구시의 경우에는 광역시이지만 수도권 도시에 비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고, 지하철이나 나드리콜택시(장애인을 위한 콜택시) 등을 이용할 때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다. 본교의 경우 전맹(全盲)인 시각장애인이 재학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내가 다님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학습권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Q. 본인만의 특별한 공부법이 있는가?
A. 시력이 없는데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진다.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으면 점자자료로만 지식을 습득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점자보다는 컴퓨터와 그 주변기기들을 많이 활용하며 학습하고 있다. 직접 필기하기가 어려우므로 교수님들께 양해를 구해서 수업내용을 녹음한다. 그리고 ‘한소네’라는 점자정보단말기(노트북과 유사)로 수업을 들으면서 내용을 정리한다. 아무래도 경제과목의 특성상 그래프나 표가 많이 나오는데, 학습도우미나 교수님이 말로 그래프를 설명해준다.
나는 선천적인 시각장애가 아니라서 기본적인 공간 감각이나 도형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학습도우미가 내 손가락을 잡고 그래프를 따라 그려주면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 평소에는 학습도우미들의 도움을 받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님들께 메일이나 방문을 통해 질문한다. 시험의 경우에는 교수님에 따라 시간을 1.5배 정도 더 주시거나, 읽는 데 오래 걸리는 객관식 문제를 주관식 문제로 바꾸어 출제해 주시기도 한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보고서 제출로 대체하기도 한다.

Q. 전공 외에 학교에서 따로 즐기는 취미생활이 있나?
A. 우선, 종교동아리와 크누프리(장애학생자치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축구나 농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은 어렵지만 친구들과 마라톤이나 노래 부르기를 즐기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르다’와 ‘틀리다’라는 개념이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작년에 지인에게 내가 볼 수 없는 사진보다는 소리나 주변 환경을 통해 나도 볼 수 있도록 동영상을 찍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추천받았다. 그래서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고, 유튜브를 통해 내가 참여하는 행사나 체험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영상을 저장할 공간이 필요해서 유튜브에 올리게 됐다. 지금은 내가 올린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장애인이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아가고, 일상에서 조금만 배려하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이 즐겁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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