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슬픈 아일랜드’의 표지  

‘아일랜드’라고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주도하다 과격파들에 의해 암살된 ‘마이클 콜린스’의 일대기를 그린 <마이클 콜린스>라는 영화다. 이 영화는 부활절 봉기라고 알려진 사건부터 아일랜드가 부분 독립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마이클 콜린스라는 혁명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그전까지 가졌던 ‘그들은 왜 영국에 맞서 싸우며, 폭력도 불사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이나마 풀리게 된 영화였다.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다른 큰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일랜드는 주목을 덜 받는 나라이고, 우리나라에도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일랜드라고 하면 그저 초록색과 하얀색, 주황색이 그려진 국기나,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슬픈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 옆의 섬나라 아일랜드, 지도에서 아일랜드를 찾아보면 의아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영국의 옆에 꽤 큰 또 다른 섬이 있지만 그 섬이 한 나라가 아니고, 그 섬의 북부는 영국의 일부로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봉합되지 않은 아일랜드 역사의 흔적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부분은 아일랜드의 민족 정체성에 대한 내용이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계 아일랜드인 문인들과 작품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분석하고 있다. 책은 논리적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먼저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상호 간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탐구하고, 영국계 아일랜드인의 이중적 정체성을 분석한다. 다음 작업으로 아일랜드의 문화적 충돌과 분열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설명하고,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의 성과를 지나서 새로운 역사학을 소개하는 것으로 1부의 끝을 맺는다. 

2부에는 각 영국계 아일랜드인 작가에 대한 설명을 오스카 와일드, 버나드 쇼, 예이츠 순으로 실어놓았다. 각각의 장 안에서도 소제목으로 내용을 분류해 놓아서 생소한 내용을 놓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색인도 비교적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어 내용을 찾아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전체적으로는 책 제목인 <슬픈 아일랜드>에 대한 답으로 아일랜드가 왜 슬픈지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자신의 원래 목표는 “영국과 일본 제국주의를 비교 연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여러 면에서 아일랜드와 한국의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다. 일본인이 조선인을 열등한 민족이라 여긴 것처럼 잉글랜드인도 아일랜드인에게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일랜드 역시 내전이 있었고 분단국이라는 의미에서도 우리와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의 영국계 아일랜드인들을 보면서 연변의 조선족들을 연상하기도 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고구려의 역사를 뺏기는 것에는 안달하면서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인에 대해서는 냉담한 자세를 취하는 우리나라의 모순된 민족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책이다. 

유럽연합에의 가입은 아일랜드로 하여금 과거에서 벗어나 유럽 내의 아일랜드, 나아가 세계 속의 아일랜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인식하게 했다. 과거는 분명히 청산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과거에 얽매이는 것 또한 옳지 않다. 한층 넓은 세계라는 기반 위에 우리의 정체성을 세우고 세계적 민족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민족이라는 문제는 비단 아일랜드만의 것이 아니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욱 좋게 읽힐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상우

(치과대 치의예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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