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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용세습’ 싸움에 등 터지는 ‘블라인드 채용’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비리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이후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고용세습 논란이 연이어 언급되고 있다. 2018년 국정감사 기간 동안 공기업 친인척 채용비리가 지적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코드 인사 문제와 함께 ‘블라인드 채용’ 정책의 악용이 비리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현 정부의 정책인 블라인드 채용으로 인해 입사 지원자가 기관 관계자의 친인척인지를 알 수 없게 됐다며, 이러한 상황이 채용비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들 또한 블라인드 채용 정책이 비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정책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블라인드 채용 정책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블라인드 채용 정책이 도입되기 전인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이미 청탁을 통해서 공공기관에 부정 채용된 전례가 여러 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채용 청탁으로 인해 비리가 발생했던 사건들을 모두 잊은 듯 공공기관 고용세습은 현 정부에서 나타난 문제인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마치 블라인드 채용 때문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만 골몰하는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 정책은 ‘인재를 채용할 때 차별 요소가 될 만한 항목들을 배제하고 평가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입사 지원자의 학벌, 성별, 출신 지역 등 차별의 여지가 있는 항목들을 모두 가리고서, 그의 인성이나 직무능력 등으로만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현 정부에서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도입하며 공공연하게 알려졌다.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고 직무능력을 갖췄다 한들 대학 간판 등으로 인한 장벽을 넘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성별이나 지역 인재 쿼터제가 함께 따르기 때문에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을 이끌어내자는 의의도 지니고 있다.
‘고용세습’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정치 인사·언론이 진정으로 비리 없는 깨끗한 채용 시장을 바란다면,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탓하며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논하기보다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 정책에도 문제점과 비판점은 있지만, 이는 그 자체로 고민하여 개선해나가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 정책이 채용 비리의 근원이라는 주장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채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확실한 감사 및 채용 비리 처벌에 대한 법률 강화 등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고용세습 문제는 정책 하나로 인해 발생하거나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이 눈물을 흘린다”며 정책 하나하나를 비판하고 서로를 공격하기 이전에, 취업 시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고민하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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