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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낡았지만 소중한 '학생사회의 법', 학생회칙을 들여다보다

지난 9월 19일 본교 생활과학대학(이하 생과대) 제26대 ‘번영’ 학생회는 생과대 학생대표자회의를 열고 ‘생과대 학생회칙’을 제정했다. 생과대는 학생회칙을 공개하면서 “학생사회가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약속과 규칙들을 체계화 한 것이 학생회칙이며 이는 학생사회를 운영하는 학생회에게도, 권리를 누려야 할 학생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생회칙은 잘 사용하면 각 단위의 운영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가 되는 반면, 제대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학생활동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 학생자치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학생회칙. 우리는 잘 이해하며 사용하고 있을까? 본교 학생회칙의 시작과 사용 실태를 알아봤다●

‘학생의 학생회칙’이 정착되기까지

‘최초의 학생회칙’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기록에 따르면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진 ‘학생회칙’은 1958년 학도호국단 체제 하에 제정된 ‘의과대학 학도호국단칙’이다. 그전에는 중앙학도호국단의 규칙을 임시로 빌려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1959년에 총 7장 53조로 구성된 ‘법대 학도호국회칙’이 제정된다. 학도호국단의 주요 임원에 ‘학생’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회칙을 학생이 주체적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1961년 4월 26일에서 28일, 학생회 임원 선출과 함께 학생회칙이 새로 제정된다. 이 학생회칙을 기반으로 하는 학생회는 같은 해 11월에 문교부 주도로 설립된 ‘경북대학교재건학생회(이하 재건학생회)’에 흡수된다. 재건학생회는 총 8조 40항으로 구성된 학생회칙을 새롭게 제정했다. 그러나 재건학생회는 ‘학도호국단의 재판(재림)’이라는 비판을 받고 특별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후 1966년에 비로소 총학생회가 어느 정도 기능을 갖췄다고 하나, 총학생회칙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1975년에는 학도호국단이 다시 설치된다. 이때 학처장회의에서 기존에 있던 학칙을 전면 검토하고 8개 조항을 개정한다. 개정된 조문 중 하나인 총학생회칙 제43조에는 “학도호국단에 소속되지 아니한 학생단체를 조직할 때에는 학도호국단 지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교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본교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총학생회칙은 1985년에 제정됐다. 당시 총학생회의 부활 준비와 함께 인문대·사회대를 비롯한 8개 단대가 총학생회 가회칙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과반수 찬성을 얻었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학생회칙은 총학생회가 출범한 이후에도 문교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학생회비를 걷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교부는 당시 ‘학생회칙 제정 5원칙’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학생회비의 징수와 집행감독권을 지금의 대학본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결국 그 해 10월 학교측 교수와 학생 대의원 각 5명이 회칙타협을 진행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11일부터 해당 학칙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단대 90%, 학과 약 71%,
학생회칙 재정돼 있어

이후 총학생회칙은 2009년 전교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등록금 납부와 별도로 총학생회비 납부 가능 ▲총학생회장 선거 방식 변경 등의 조항 개정을 거쳤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에너지공학부와 상주캠퍼스를 포괄하는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한 회칙 개정이 이뤄졌다. 2013년, 2015년에도 작은 개정들이 있었으나, 큰 틀에서는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하지 않은 기준, 세칙과는 모순되는 조항들로 인해 매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단과대학과 학과 차원에서는 학생회칙 제정이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본교 내 모든 단과대학 및 학과·학부의 학생회칙 유무를 조사했다. 본지가 점검한 20개의 단과대학 및 독립학부 중 2개 단위(축산대, 예술대)를 제외한 모든 단대가 현재 단대 학생회칙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이는 본지의 지난 2016년 조사보다 늘어난 수치다(본지 1569호 “‘학생사회의 법’, 학생회칙점검” 참조). 당시에는 총 22개의 단위 중 7개 단위의 학생회칙이 부재했다. 
학과의 경우 총 84개의 단위 중 60개의 단위가 학과 회칙을 제정·사용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자연대, 경상대, 생태환경대, 과학기술대는 단과대 내 모든 학과가 학칙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문대(10개중 8개), 공대(9개중 7개), 사범대(15개중 11개), 생활과학대(3개중 2개), IT대(3개중 1개)는 일부 학과 및 전공에서 학생회칙을 운영하고 있었다. 예술대학은는 학생회칙을 사용하고 있는 학과가 없었다. 농업생명과학대학(무응답 제외)은 학과별로 전공이 세분화돼 있어, 전공별로도 학생회칙을 사용하는 곳과 사용하지 않는 곳이 나뉘었다.
한편 최근에 학생회칙을 제정한 단위들도 있었다. 과학기술대(이하 과기대)의 경우 지난 2015년 과기대 회칙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 1학기에 과기대 소속 10개의 학과가 학과 학생회칙을 제정했다. 과기대 제6대 ‘UP’ 학생회장 오성택(식품외식산업 16) 씨는 “학생회칙과 같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진행하다 보니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이 학생회에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학과 학생회도 정확한 회칙에 기반을 둬야 인준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회칙의 실효성과는 관계없이 학과의 정체성을 위해 회칙을 준비하는 학과도 있었다.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 김동규(14) 씨는 “현재 독어독문학과는 인문대학 학생회칙에 따라 선거를 진행하고 있어 학생회칙을 제정하지 않아도 문제점은 크게 없다”며 “그러나 학칙 부재로 인한 학과 정통성 문제 등을 고려해 학칙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 학생회칙이 없는 경우 학과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관례를 따르거나 총학생회칙, 단대 학생회칙을 따르고 있었다. 예술대학은 기존에 학생회칙을 제정했으나, 현재는 사문화되어 관례적인 학과 운영 규칙 정도만 적용하고 있다. 중어중문학과 학생회장 이덕원(14) 씨는 “학과 학생회칙이 없다고 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점은 없다”며 “인문대 학생회칙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름 인수인계된 관례대로 학과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학과 학생회칙을 제정했으나 학과 기준에 맞지 않거나 적용에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학부 회장 심소연(17) 씨는 “경영학부는 선거시행세칙이 없어 경상대학의 선거시행세칙을 인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인원 수 등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어 경영학과만의 선거시행세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학생회칙의 통일성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학과 운영에 관례도 적용되다보니 제정·개정에 논의가 많이 필요한 듯하다”고 말했다. 

실효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학생회칙이 필요한 이유

본교 학생회에 적용되고 있는 학생회칙에 법적 실효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법 제12조에는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호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경북대학교 학생활동 및 지도 규정’에는 학생회칙에 관한 어떤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경북대학교 교수회 규정’에 교수회의 구성과 교수평의회의 ▲학칙 및 규정의 제정과 개정 ▲예산과 결산 ▲보직교원 임명 ▲학내 중요정책 등의 권한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경북대학교 학생활동 및 지도 규정’ 제5조 3항에는 ‘학생회 및 학생단체는 그 설립목적에 맞는 활동을 하여야 하며 학칙 및 학생지도 관련 규정을 위반하였을 때는 학생지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장은 그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학생회칙의 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권한이 본부에게 있는 셈이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서울대학교 학생회 및 학생단체지도 규정’ 제2조에 “학생은 학칙과 학생회칙에 규정된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행사 이행하여 건전한 학생활동을 함으로서 학생들의 자치능력을 함양하도록 지도한다”는 내용으로 학생회칙의 지위를 선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학생회칙이 필요한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학생회의 ‘대표성’이라는 존재 가치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학과·반 학생회칙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서울대학교 제58대 ‘디테일’ 부총학생회장 김민석(정치외교학 14) 씨는 “학생회 자체가 법적으로 명시된 기구는 아니다”며 “근거가 확실한 존재는 아니기 때문에 학생회칙을 통해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22대 교수회 의장 이형철 교수(자연대 물리)는 “총학생회와 하부 학생회가 ‘존재와 활동의 근거’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학생회칙, 세부 시행세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와 하부 학생회가
‘존재와 활동의 근거’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학생회칙, 세부 시행세칙이 필요하다"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좌충우돌 학생회칙,
지난 시간 속 문제점들

본교 총학생회칙 및 각 단위 회칙들은 제정 이후 미비함이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지난 15년간 본지에 소개된 학생회칙 및 시행세칙으로 인해 야기된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무효표에 대한 선거 시행세칙의 부재
제36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시행세칙에 무효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합의하는 시간이 걸려 개표가 2시간가량 지연됐다. 
2003.12.01 1327호 본교 ‘비권’ 총학 열리다

2. 관례와 세칙의 충돌
2004년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총학생회가 각 국별 사업내용을 논의안건이 아닌 보고안건으로 상정하고 단순한 사업보고로만 그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총학은 “세칙대로 진행했다”고 항변했다. 당시 의장을 맡은 정문경(사범대 윤리교육 02) 씨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도 전학대회의 진행과정에 대해 말해 준 사람이 없었고 전학대회에 관련한 자료들이 남아있지 않아 전학대회 시행 세칙과 총학생회 회칙에 근거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사정을 밝혔다. 전학대회 과정상에서 거론된 ‘관례’에 대해 정 씨는 “총학생회칙에 따르면 각 국별 사업보고는 전학대회와 중운위에서 보고를 요청하면 보고할 뿐이지 인준받는 사안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 씨는 “관례를 따를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의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만약 관례대로 각 국별 사업보고가 논의안건으로 상정될 문제라면 각 단대 회장들 또한 단대학생대표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보고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2004.04.12 1333호 ‘세칙이냐 관례냐’ 전학대회 갈등

3. 학생회칙 예외적용의 여부를 둘러싼 논란
2007년 하반기 전학대회에서는 정치경제학회 ‘아고라’의 정식자치기구 등록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상반기에 개정된 학생회칙 중 ‘가등록 된 기구는 정기 인학대회에서 정식 등록절차(인준)를 거쳐야 등록이 된다’는 항목과 ‘등록은 대의원 2/3이상의 참석과 참석대의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는 항목의 예외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했다. 아고라 측은 예외적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학생회 측은 예외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회의는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재적 대의원의 표결에 따라 ‘아고라’의 정식자치기구 등록안건은 다음해 상반기 인학대회로 유보됐다. 
2007.09.13 1400호 ‘인학·사학대회’ 개최

4. 대구캠-상주캠의 통합학생회칙의 부재
본교와 (구)상주대 통합 이후, 대구캠과 상주캠간의 학생회는 따로 존속했다. 이에 본부 측에서는 상주캠 학생회를 ‘임의단체’로 규정하고 당해까지 상주캠 학생들도 총학생회에 포함하는 통합학생회칙을 만들지 않을시, 상주캠 학생회에게는 학생회비나 기타 재정지원을 끊는다고 언급했다.
2012.10.18 1503호 전학대회, 양캠 학생회 통합 문제 또 ‘결렬’

5. 각 단대에 맞는 학생회칙의 필요성
인문대의 경우 2007년 학생회 위임 과정에서 학생회칙이 소멸돼 7년간 총학생회회칙을 준용해서 사용했다. 14년도 인문대 학생회 부회장 이한결(철학 10)씨는 “인문대 학생회가 학생회칙의 부재로 몇 년간 잡음들을 겪어왔는데 그런 부분들을 해결하고 원칙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학생회칙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상주캠퍼스의 단과대학은 보건복지학부, 과학기술대, 생태환경대, 축산대로 네 곳이 있다. 하지만 네 곳 모두 단대 학생회칙이 없었다. 14년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문제가 된 ‘생태환경대학 선거 관련 논의’를 통해 상주캠퍼스 단대들도 단대 학생회칙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당시 생태환경대 학생회장 정동인(생태환경관광 11) 씨는 “앞으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대 학생회칙을 만들 것이며, 보다 책임 있는 학생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4.05.27 1535호 각 단대에 맞는 학생회칙 필요하지 않나요?

6. 총학생회칙에 상주캠퍼스의 의결권 차 발생
2017년 총학생회칙 제6장 39조에는 ‘중앙운영위원회는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각 단과대학생회 회장, 자율전공부학생회 회장, 글로벌인재학부 학생회장, 총동아리연합회장, 교육위원장, 복지위원장, 상주학생위원장으로 구성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총학생회칙 제5장 29조 3항에 전교학생대표자회의 당연직 대의원을 ‘학부학생회 회장, 과학생회 회장, 전공학생회 회장, 자율전공부 각 반 대표’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상주학생위원회 산하 학과의 회장은 전학대회 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상주캠 단대들은 중운위 의결권을 얻었으나, 전학대회에서는 상주캠 학과의 참여는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상주캠 단대 회장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2017.03.05 1588호 상주캠퍼스 단대별 중운위 의결권 부여돼

윤채빈 기자/ycb18@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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