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의 시작과 함께 신문을 펼쳐들 때면, 필자는 종종 도서관에 첫 발걸음을 들이던 순간을 연상하곤 한다. 책등의 글자가 열 맞춰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도서관 책장처럼, 신문의 지면도 빼곡한 글자열이 구역을 나눠 각자 이야기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17호 역시 여느 때처럼 우리 학교 내외의 소식과 정보를 그러모아 재생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최근 경제 분야에 흥미를 가지며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었기에 마침 4면에 실린 소득주도성장 진단기사를 통해 유용한 배경지식을 제공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경제성장 정책에 대해 시사적으로 의미 있는 현안이어서 많은 학우들의 흥미를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수님의 자문과 함께 문답식으로 개괄한 덕에 학생 수준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고, 경제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한편 바로 맞은 편 5면의 기사는 뜻밖의 미소를 짓게 했는데, 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그의 사상을 통시적으로 이해하는 글이 왼편의 기사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 마르크스주의의 흐름과 우리 역사에의 영향, 현대적 의미까지 짚어보는 핵심적 구성이 상식을 점검해 보기에 적절한 글이었다. “마르크스주의는 새로운 진보 이념에, 자신의 긍정적 요소를 ‘장기 이식’하는 형태로 부분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라는 교수님의 전망에 공감하며, 이 재미있는 비유를 편집 가운뎃단에 요약으로 강조한 편집자의 감각을 칭찬하고 싶다.

문화면은 특히 기대를 가지고 매주 펼쳐보는 면인데, 이번 호는 대구의 근현대 문화·예술 인물을 다뤄서 더욱 반가웠다. 그 덕분에 앉아서 근현대 골목을 걷는 기분으로 술술 읽어내려 나갈 수 있었다. 지역 대학교의 대표신문으로 우리 지역에 대한 주제를 풍부하게 다루는 점이 경북대신문에 애정을 갖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인 듯하다. 이장희 시인뿐만 아니라 이육사, 현진건, 이상화와 같은 대구 근현대 문학인 특집이나, 대구 지역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도 다뤄보는 것은 어떨까.

경북대신문에서 타 신문과 달리 특징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유기동물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의 고정란이다. 동물에 대한 기삿거리 중에서도 유기동물에 초점을 맞춰 독자의 관심을 촉구하고 동물권을 재고하도록 이끄는 경북대신문의 따뜻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좋다. 경북대학교와 대구에는 사람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너구리나 떠돌이 개, 고양이들도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학술/인물/사회 면에서 피터 싱어 등 동물권을 다루는 기사도 언젠가 다뤄줬으면 좋겠다.

언젠가부터 사라져서 몹시 아쉽고 소식이 궁금했던 셔틀버스 운영을 둘러싼 예산 부족 이야기, 필자도 설문조사에 참여한 바 있었던  학위복 변경 소식, 바닥에 부착돼 지저분해진 포스터를 비로소 인식하게 하는 1면의 보도사진까지, 신문이 나의 대학생활 비망록을 대신 써 주는 것만 같아 흐뭇한 마음이 든다.

도지현

(자연대 화학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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