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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내 글씨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게 예술인 거죠


'2018 광화문글판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자 최현석(예대 미술 11) 씨 인터뷰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 앞에 위치한 교보생명 사옥에는 계절마다 시를 담은 광화문글판이 걸린다. 교보생명은 매년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그 해에 사용할 광화문글판 디자인을 선정한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본교 최현석(예대 미술 11) 씨가 동시 ?종이비행기(오장환 作)? 글판 디자인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7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그가 디자인한 글판을 광화문 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 6년 동안 캘리그라피 작가로도 활동했다는 최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전공이 한국화인데, 어떻게 캘리그라피 작가가 됐나?
A.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부모님도 내가 미술의 길을 가길 원했다. 중학생 때부터 미대 입학을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원했던 디자인학과 입시를 준비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비교적 비용을 덜 들이고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한국화 전공을 택했다.
미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 관심이 많았던 것은 ‘글자’였다. 초등학생 때 ‘쓰기’라는 과목에서 글씨를 잘 쓴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서 내가 글씨를 잘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캘리그라피라는 것은 디자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본교에 입학할 때부터 많은 관심을 가졌던 분야다. 그래서 ‘내가 캘리그라피를 하면 정말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캘리그라피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한국화 전공이 캘리그라피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수강하고 있는 신영호 교수님의 ‘조형 연구’라는 강의에서 서예, 즉 글자를 이용한 작품을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이를 통해 캘리그라피와 한국화를 연결시킬 여지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Q. 캘리그라피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
A.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매력은 내 마음대로, 자유분방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이라는 글자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한자를 사용하는 서예는 직선의 집합으로 ‘山’을 쓰지만, 한글을 사용하는 캘리그라피는 ‘ㅅ’모양에서 산의 모양을 연상시킬 수 있다. 이 발상에서 시작해 ‘ㅅ’을 산처럼 크게 쓰거나 각도를 산 모양으로 조절해 글자에서 산의 느낌이 들도록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의미 전달을 위한 글씨가 아닌, 심금을 울리거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예술 분야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를 만들 때에는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Q. 존경하는 캘리그라피 작가가 있는가?
A. 강병인 선생님을 가장 존경한다. 강 선생님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캘리그라피를 연구한 1세대 한국 캘리그라피 작가다. 소주 ‘참이슬’, 드라마 ‘미생’의 캘리그라피를 맡으신 분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강 선생님은 힘의 강약조절이 탁월하다.
그분은 본인의 캘리그라피 기술을 제품에 쓰고 판매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서체를 개발하는 작업도 하고 계신다. 그분이 캘리그라피의 역사를 쓰고 있는 과정을 보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

Q. 이번 광화문글판 디자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A. 이번 가을 광화문글판에는 ‘종이비행기’라는 동시가 들어갔다. 어린 남매가 못 쓰는 종이를 접어 하늘로 날리며 별을 비행기에 태워오고 싶다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시다.
시에 나온 소박한 감성을 표현하고 싶었고, 가장 적합한 색상과 글씨체를 고민했다. 색상은 가을 느낌을 살려 단풍의 색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살린 빛바랜 갈색과 주황색을 사용했다.

Q. 대상을 수상한 기분은 어떤가?
A. 일단 대상, 1등을 했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 예전 다른 공모전에서 2등을 했을 때는 주변에서 “아, 네가 상을 받았구나” 하는 정도의 반응이었다.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공모전은 인지도도 높고 권위도 있는 유명한 대회다. 그래서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와 후배들에게도 축하의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대상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고, 이런 결과를 얻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실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다.
작년에도 같은 공모전에 지원했었는데, 그때는 입선도 못 했다. 그래서 사실 이번 공모전에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수정작업도 한 번만 했다. 서체도 색상도 삽화도 처음에 시작했던 것의 거의 그대로다. 욕심 내지 않고 내 역량을 드러낸 작품이었다. 이런 걸 보면 입선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작품을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나 싶다.

Q. 앞으로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
A. 지금도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 중이다. 특히 요즘은 ‘타이포그래피’라는, 폰트를 만지는 기술에 꽂혔다. 그래서 작년부터 개인 블로그에서 한글 폰트를 배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에도 이미 폰트를 하나 만들었고, 현재도 폰트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가 만든 폰트는 무료로 배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저작권 경쟁이 판치는 삭막해진 사회 속에서, 오직 사용자만을 위한 폰트를 제작하고 싶다.
앞으로는 미술 교사가 되고 싶어 교직 이수를 받고 있다. 물론 캘리그라피를 포함해 많은 것을 하고 싶지만, 현재는 교육에 가장 관심이 많다. 광화문글판 공모전으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줬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런 감성을 주고 싶다.


▲최현석 씨가 캘리그라피를 완성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최 씨는 인터뷰가 끝난 후 본지 기자강령 ‘복현인의 얼굴, 바르게 보고 바르게 쓴다’를 캘리그라피로 작성해 본지에 선물했다.

▲최현석 씨의 광화문글판 공모전 수상작. 아이의 마음을 표현한 동시인 만큼 구겨진 크라프트지와 삐뚤빼뚤하지만 잘 쓰려고 노력한 서체가 주된 디자인 컨셉이다. (원본은 하단 QR코드 참조)



유동현 기자/ydh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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