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생 시절, 병원에서 실습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혈압계에 혈압을 측정해본 적이 있습니다. 같이 있던 친구들 모두 혈압을 측정해 봤고 저와 제 친구 한 명의 혈압이 정상수치를 넘어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위기감을 느끼고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친구는 걱정을 하면서도 괜찮겠거니 하며 별다른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채 졸업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후 서로의 삶이 바빠 연락이 점점 줄어들던 4년 전, 친구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말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상태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다행히 빠른 응급처치와 지속적인 재활치료로 친구는 이제 쓰러지기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대학생 때 병을 인지하고도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합니다.

고혈압을 포함한 당뇨·고지혈증· 비만은 대표적인 성인병으로, 유전적인 영향과 환경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인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에 의한 위협보다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이 우리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자는 약 900만 명에 달하며 당뇨환자는 320만 명(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까지 포함하면 980만 명), 비만은 1,30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인병은 적절히 관리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율과 합병증 관리율이 여전히 낮은 상황입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당뇨병, 뇌혈관질환 사망률에서 우리나라의 회피가능 사망률은 38.8%로, 영국이 24%인 것에 비해 10% 이상 높습니다. 고혈압 환자 3명 중 1명은 자신이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10명 중 4명은 치료를 받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또한 나이가 젊어질수록 이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돼 30대의 고혈압 미인지율은 남자 83.6%, 여자67.3%에 달하며, 미치료율은 남자 90.3% 여자 74.3%에 달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20대의 생활습관을 확인해 보면 지방 과잉섭취자는 20대 전체인구의 47.2%, 나트륨 과잉섭취자는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70대 이상 연령대가 각각 5.3%, 63.5%를 보이는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흡연율은 남자 37.0%, 여자 9.1%, 고위험음주율(1회 평균음주량이 7잔 이상이며 주2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 역시 남자 18.7%, 여자 8.8%로 높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성인병 발병 및 이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최근 성인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덕에 병원이 아니더라도 마트, 은행 등에서 혈압계나 체지방 측정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간단한 진단 기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성인병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가능하게 합니다.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손성민 과장

(상주적십자병원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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