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민족 대 명절인 추석은 한 해의 농작물이 자라 영양가 높고 아름다운 식품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농민들은 거의 1년 내내 이때를 기다린다. 애써 거둔 우리의 국산 농산물이 수입 농산물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이해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농약과 친환경 농산물

대부분의 농작물은 농약 살포 없이 생산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인 사과도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면 단 한 알도 생산할 수가 없다. 필자에게는 어린 시절 울산, 경주 바닷가 고향 마을에서 부모님과 함께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짓던 기억이 있다. 벼 논에 농약을 치다가 약에 취해 비누거품물을 마시고서야 겨우 살아난 경험도 있다. 이후 필자는 농약 없이도 생산할 수 있는 농작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농업을 공부하게 됐다.

공부를 시작한 후에는 인류가 많이 찾는 먹거리이자 가축 또한 가장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사료 작물인 옥수수 육종연구를 하게 됐다. 필자의 목표는 농약 없이 재배 가능한 옥수수 품종육종을 배우는 것이었다. 옥수수에도 여러 종류의 병이 있고, 옥수수알의 맛이 좋고 생산량이 높을수록 벌레들도 많이 꼬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많은 소비자들은 무조건 깨끗하게 보이는 농산물을 구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은 농약을 많이 뿌렸다 하더라도 겉보기에 깨끗한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농산물은 섭취한소비자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재고 필요

친환경 농산물 재배를 위해서 농민들은 자신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이를 책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도 농민들과 함께 농촌 지도 사업을 병행하는 등 친환경 국산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농업연구기관은 공생원리에 입각해 양적 유전을 하는, 공생저항성을 갖는 농작물 품종을 육종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볼품이 없더라도 농약을 적게 뿌린 농산물을 애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또한 정부는 농약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생산할 수 있는 품종을 육종할 수 있도록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맨하튼 농민시장과 북한 농업

필자는 미국에 갈 때마다 뉴욕 맨하튼에 있는 농민시장에 들른다. 이곳 농민시장에는 뉴욕 부근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들이 많이 공급돼 인기리에 팔린다. 대부분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라면 거의 소비되지 않을 흠투성이 농산물들이다. 농약을 전혀 안 뿌리거나 적게 뿌리기 때문에 병충해에 의한 피해가 약간씩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작물의 겉면을 다소 상하게 보일 수 있는 병충해는, 실제로 우리 몸에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벌레 먹은 흔적 때문에 모양이 다소 이상해질 뿐이다. 노르웨이에서도 뉴욕 농민시장과 비슷하게, 친환경 농산물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리에 팔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러한 외국 농산물들을 수입하는 것은 어려운데, 수입 농산물의 경우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기간 동안 농약을 뿌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필자는 59차례, 370일간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옥수수를 연구했다. 북한은 농약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북한 농민들은 농약 없이 농작물을 생산하는 농사를 지속해왔다. 또 남한에 비해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더 질이 높은 농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다.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건강 식품들이 남한에 들어온다면 국민들의 건강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축산물에도 해당된다. 좁은 면적에서 단기간에 생산해내는 닭, 돼지, 소의 고기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축사에서는 빠르게 고기를 얻고자 여러 약품을 주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청결한 축사에서 건강한 사료를 먹으며 생산되는 축산물들이 추석 선물이나 음식 재료로 많이 소비되길 바란다. 항생제 사용을 줄인 농산물과 축산물의 생산은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김순권 명예교수

(농생대 식물생명과학)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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