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인이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으로‘냄비근성’을 이야기한다. 마치 냄비같이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 마다 과도하게 해당 일에 관심을 뜨겁게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갑게 식어버린다는 것이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에서 이강희(백윤식 분)가 국민들을 가리키며 “어차피 저들은 개돼지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역시 냄비근성을 표현한 말이 아닐까.

냄비근성은 불매운동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결함이나 문제가 정확하게 밝혀진 옥시나 남양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여름 독일의 BMW차량에서 타 브랜드보다 훨씬 많은 화재가 발생해 큰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 문제는 그 전에도 보였다. 2015년부터 꾸준히 BMW차량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몇몇 차량에 대해서는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 적이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BMW차량을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일어난 ‘폭스바겐 디젤 논란’과 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BMW측에서 차량 자체의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대부분의 소비자는 인하된 가격에 언제 그랬냐는 듯 불매운동의 불씨를 꺼트릴 수도 있다.

앞선 예시들 때문에 우리는 냄비근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자. 냄비근성에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을 수 있다. 냄비는 쉽게 ‘끓는다’. 이는 어떤 일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긍정적인 면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는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국채보상운동과, 허베이 스프릿호 원유 유출 사고(태안 원유유출 사건)등이 있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구에서 서상돈 등에 의해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크게 번져나간 운동이다. 자본가와 지식인층에서 시작해 애국심이라는 구심점을 바탕으로 그 당시 국민들의 열정적인 운동참여로 이어졌다. 2월에 시작된 운동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다 결국 7월 주도자인 양기탁이 일제에게 체포당했다. 일제가 운동에 위협을 느끼고 행동하기까지 불과 5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실패하긴 했으나 그 당시 국민들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국채를 갚으려고 한 운동임을 부정할 수 없다

허베이 스프릿호 원유 유출 사고는 2007년 태안군 해상에서 삼성1호와 허베이 스피릿호가 충돌하여 원유12,547㎘가 유출된 사고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5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안을 방문해 수습을 도왔다. 이후 10년 동안은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꾸준히 찾아왔다. 초기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그동안 태안의 바다는 계속 회복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유출사고가 거의 해결되었다.

앞의 두 사례만으로도 국민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냄비근성’이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볼 수 있다. 언젠가 ‘전 국민적인’ 관심은 식게 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문제 현장에는 많은 도움을 준 것이다. 여러 사안에 이렇게 빠르게 연대할 수 있다면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이런 냄비근성이라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더라도 좋지 않을까.

안휘섭

(대학원 문헌정보 18)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