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휴학하고 뭐 했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문이다. 당당하게 대답하고 싶다. “나 토익 점수 높이고, 자격증 땄어. 대외활동으로 해외여행도 갔다 왔지” 이게 내가 강요받는 이상적인 휴학의 내용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어 공부는 하다가 도중에 그만뒀고, 따놓은 자격증은 없으며, 대외활동은커녕 해외여행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뭐, 그냥… 그렇게 보냈어”라고 얼버무린다. 나는 한 학기 휴학했다. 방학을 포함해 장장 6개월인 시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다. 뭐 했냐는 질문에 3월부터 겪어온 시간을 줄줄 읊어줄 수도 있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질문한 사람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문자의 눈빛이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휴학을 잘했는지 들어볼까?” 마치 휴학에 정답이 있는 듯하다.대학교가 취업을 위한 하나의 관문이 된 지 오래다. 휴학도 대학교 4년 동안 못다 한 스펙 쌓기를 위해 지나가야 할 과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학년마다 해야 할 일이 있듯 휴학에도 정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휴학은 달랐다. 2학년을 마치고 한 학기를 휴학했는데, 나는 그 기간 안에 나의 진로를 결정하고 싶었다. “3학년이 되면 슬슬 취업준비 해야지? 아니 3학년도 늦었어!” 빨리 진로를 정하고 어디에 취업할지 정해야 이후 구직활동에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로, 못 찾았다. 여기서 스스로 질문한다. 진로를 못 찾았으면 휴학에 실패한 건가? 그렇지 않다.휴학에 정답은 없다. 성공도 실패도 없다. 영어 점수와 자격증을 따지 못하고, 대외활동과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다고 한들, 휴학 기간에 나는 ‘무엇’인가 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다. ‘무엇’을 한 경험은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진로를 찾기 위해 고민했고 여러 모임에서 사람들과 대화했다. 각종 강연을 들으러 다니고, 책도 많이 읽었다.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다.휴학을 하고 나면 무언가 짠 하고 사람이 확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면 죽을 때가 됐다고 하듯이, 사람은 원래 서서히 변한다. 휴학은 마법이 아니다. 해보니까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었다. 휴학하고 싶지만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일단 휴학하고 싶은 이유를 알고 휴학하면 좋겠다. ‘놀고 싶어서’, ‘쉬고 싶어서’라는 이유라도 좋다. 그 이유를 알면 휴학의 방향이 정해진다. 그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든 헛되이 보낸 시간이란 없고 발자국은 고스란히 등 뒤에 찍혀 있다. 그런 다음에는 알게 될 것이다, 휴학이라서 소중한 경험이 아니라, 대학생활을 포함한 모든 시간이 나에게 차곡차곡 쌓이는 값진 경험이었다는 것을.

이수형(사회대 심리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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