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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문명사회 유지를 위한 핵융합에너지의 역할, 현황 및 향후 전망

화석에너지의 환경파괴와 고갈에 대한 우려로 대체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여겨지는 ‘인공태양’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진공용기부 부장인 최창호 박사(자연대 물리 81)의 설명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핵융합에너지의 역할, 발전 단계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보자●


핵융합에너지에 눈뜨다

올해 여름 지구의 북반구는 극심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올해는 북극점의 온도가 예년보다 섭씨 30도 가량 높았다고 하니 이상기온이라는 말을 정말 실감하게 된다. 매년 더해가는 이런 이상 고온현상이 언제쯤 고개를 숙일 것인가? 이 고온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와 함께 자꾸만 증가하고 있으니, 화석연료를 적정량 이상 사용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온도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많은 기상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그나마 그 화석연료마저도 현재처럼 사용한다면 300여 년 뒤에는 지구상에서 고갈된다니, 이는 현대 문명을 이루게 한 두 가지의 주요 대용량 에너지원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주요 에너지원인 원자력발전은 안전성 문제로 많은 국가가 사용 자체를 고민하고 있고, 그 원료인 우라늄의 부존량*도 수백 년간밖에 사용할 수 없는 양이라고 하니, 새로운 대용량 에너지원의 개발이 인류 생존의 문제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과 인도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급속한 에너지 소비를 동반하고 있고, 미국 등 경제 강국들과의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현재는 나눠 가질 수 있는 만큼의 에너지 자원이 남아 있어 평화적 방법의 경제 논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원 고갈이 확실히 예상되는 시점에 과연 군사 강대국들이 이를 여전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원을 나눠 가지려 할지 매우 염려스럽다.
대용량의 대체 에너지 개발은 인류가 현재의 문명을 유지하면서 평화롭게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부가결의 요소다. 물리학을 공부한 필자는 대체 가능한 대용량 에너지원이 핵융합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1960대부터 지금까지 약 60년 이상의 핵융합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1940년대에 원자폭탄이 만들어지고 약 20년 만에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발전소가 만들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1950년대에 수소폭탄이 만들어지고 20여 년이 지난 1970년대에는 핵융합발전소가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핵융합발전은 1980년 중반까지도 성공하지 못해, 선진국들은 각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한 핵융합 에너지 국제 공동 개발을 추진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정상이었던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1985년 여름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공동 개발에 합의하면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사업이 미국·소련·유럽연합 및 일본 등 4개국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약 20년 동안의 연구와 설계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서 대한민국과 중국, 인도가 각각 2003년 및 2005년에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2008년 1월에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북쪽에 위치한 카다라쉬의 프랑스 원자력연구소 부지에 ITER건설이 시작됐다.

핵융합의 원리와 효과

핵융합 반응은 원소 중 가장 가벼운 수소 원자가 서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질량이 열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으로, 아인슈타인의 E=mc²의 원리로 설명된다. 핵융합 현상은 태양과 같은 항성에서는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지구에서는 태양에 존재하는 것 같은고온과 고압의 조건이 형성되지 않으므로 인공적으로 만든 강한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 발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핵융합 발전을 ‘인공태양’이라 부른다. ITER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강한 자기장으로 핵융합 조건을 만드는 자기밀폐방식의 장치다.


 1,000MW급 핵융합 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 하루에 필요한 핵융합 연료는 중수소* 0.5kg과 리튬 1.5kg 정도다. 석탄으로 이 정도의 전기를 생상하려면 석탄 약 9,000톤이 소요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욕조 절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 사람이 3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와 리튬은 산술적으로 핵융합 발전을 거의 천만 년 동안이나 할 수 있는 양이니, 인류가 앞으로 지구에 머물 시간을 고려하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양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중수소와 리튬은 국가 간 편중현상이 없어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제적 분쟁완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핵융합 반응의 부산물은 인체에 무해한 헬륨이다. 이산화탄소에 고통받고 있는 지구를 숨쉬게 할 수 있는 매우 깨끗한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0년 간의 핵융합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처럼, 핵융합반응은 그 발생 조건을 만족하기가 어려워 현재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핵융합 반응은 정상조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반응 자체가 소멸되는 수동적 반응 현상이다. 이는  핵융합이 곧 원자력 반응과 같이 자발적 연쇄반응에 의한 대형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극히 낮은 매우 안전한 에너지원임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원자력 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중·저준위 폐기물이 일부 발생하나, 이조차도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처럼 장기적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치 않다.

ITER: 인공태양으로의 도약

과학 선진국에서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핵융합연구는 1980년대 세계 3대 핵융합연구 장치인 미국의 TFTR, 유럽연합의 JET 및 일본의 JT-60 건설 및 운전을 통해 그 반응을 증명했으나, 이들 장치는 자기장이 상전도체*로 만들어져 운전 시간이 수십 초로 제한됐다. ITER는 핵융합 발전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연속 자기장을 만들 수 있는 초전도 자석*으로 제작되고 있다. ITER 장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자체 연소해 장시간 핵융합반응이 유지되도록 설계·제작되는 최초의 핵융합 실험로다. ITER 사업의 최종 목표는 핵융합으로 열출력 500MW, 에너지 증폭률* 10 이상, 연소시간 300~500초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핵융합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과학적 및 공학적 검증을 완료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ITER 토카막*은 지름 약 30m, 직경 약 30m의 실린더형 모양이며, 총 무게는 약 30,000 톤이다. 주요 구성품은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초전도 자석 ▲그 운전을 위해 필요한 단열조건·열차단조건을 제공하는 저온용기 ▲열차폐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진공용기 ▲핵융합에너지를 흡수하는 내벽 구조물 등 크게 다섯 가지다. 필자는 다섯 가지 주요 구성품 중 저온용기, 열차폐체 및 진공용기 등 세 개 구성품의 기술책임을 맡고 있다.
ITER사업에는 대한민국,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60%, 총 GDP의 약 80%에 해당하는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1월 본격 건설을 시작해, 2025년 장치가 운영되기 시작하는 1단계 건설 완료를 목표로 현재까지 약 55%의 건설 진척도를 달성했다. 2035년까지 본격적인 핵융합 실험을 위한 장치 보완 단계를 마치면 핵융합 반응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KSTAR: 한국의 핵융합 연구

우리나라는 후발 핵융합 연구 국가군에 속해 있었지만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핵융합연구소 주관으로 진행된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사업의 성공적인 건설 완료와 운영을 통해 일거에 핵융합연구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KSTAR 건설의 성공적 완성을 바탕으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은 현재 ITER 장치의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KSTAR 사업은 1995년에 시작돼 1998년 건설 착수 후 10년 만인 2008년에 초기 가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KSTAR 장치는 길이 측면에서 ITER 장치 약 1/3 수준의 크기로, ITER와 같은 초전도자석으로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장치다. 이제 KSTAR의 실험 목표인 플라즈마 전류2 MA와 운전시간 300초 달성이 목전에 이르렀고, 이로써 초전도 핵융합 장치 운영과 장시간 연속 운전 기술 및 고성능 핵융합 연구의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한 활기찬 국제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다.
핵융합 발전의 미래

ITER의 과학적 공학적 검증이 완료되는 2040년까지 KSTAR의 고성능 핵융합 연구결과가 접목된 한국형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것이 차세대 목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배우고 축적하는 것이 KSTAR 및 ITER 참여자들의 의무 및 목표이며, 현재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는 이를 위한 기본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 핵융합 발전소는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를 모두 대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경제 발전에 따른 추가 수요도 감당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약 1,000기 이상의 1,000MW급 핵융합발전소가 건설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필자는 1997년 3월 KSTAR 건설 사업에 초전도자석 개발업무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초전도 토카막의 설계 및 건설에 10년 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행운을 얻었다. 2007년 9월 KSTAR 장치의 건설을 완료하고, ITER 사업에 참여해 지금까지 프랑스 ITER 본부에서 상기한 세 가지 구성품의 기술책임자로 건설에 참여 중이다. 상기의 세 구성품 중 진공용기는 대한민국,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 등 4개국이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약 50%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진공용기는 원자력 용기로 규정된 핵융합로심에 해당하는 구성품으로 그 설계, 제작 및 설치가 매우 도전적인 핵융합 장치의 핵심 구성품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의 목표인 에너지 빈국에서 에너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이제 점차 실현돼가고 있음을 느끼며, 이러한 원대한 꿈이 요구하는 노력과 인내를 통해 인류 역사의 마지막 불을 지피는 핵융합발전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부존량
 지각 안에 있는 지질학적 자원의 양

*중수소
 질량수가 2인 수소의 동위원소로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가지는 원소

*상전도체
 전기 저항이 존재하는 전도체

*초전도 자석
 전기 저항이 0인 전자석

*삼중수소
 질량수가 3인 수소의 동위 원소로 양성자 1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가지는 원소

*에너지 증폭률
 핵융합로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입력에너지, 핵반응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출력에너지라 할 때 출력에너지/입력에너지의 비

*토카막
 핵융합 때 물질의 제4상태인 플라스마 상태로 변하는 핵융합
 발전용 연료기체를 담아두는 용기







▲ITER 토카막 공학설계도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위치한 ITER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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