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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30억 살 한반도의 세월을 모아봤다, 경북대학교 자연사 박물관



멸종된 동물의 박제, 공룡의 뼈와 발자국 화석, 신비스런 빛깔을 뽐내는 광석들, 이들 모두 군위군에 소재한 본교 자연사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본교 자연사박물관에는 다양한 동·식물 표본과 화석, 지질 자료를 소장 중인 자연사박물관이 있습니다. 30억 년 역사의 한반도 자연을 고스란히 담은 이곳에 들러 소장품들,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을 묻다
본교 자연사박물관은 2004년 5월 경상북도 군위군 효령면에 있는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현재 이곳은 ▲야생동물관 ▲물속생명관 ▲공룡 화석관 ▲지질 암석관 ▲곤충관 ▲식물 자원관 ▲조류생태관 ▲체험영상실 ▲수장고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약 6만 3천 점의 표본을 소장하고 있으며, 개관 이후 매년 1만여 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본교 자연사박물관 관장인 장우환 교수(농생대 농경제)는 “생물 다양성 보존이 중요한 상황에서 유전자 자료 구축은 매우 핵심적이다”며 “본교 자연사박물관이 자연사에 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전시를 함으로써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과 교육의 공간
본교 자연사박물관은 대구·경북 지역의 첫 자연사박물관으로, 지역사회의 자연사 체험공간으로서 교육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일에는 구미시에 소재한 ‘통통이어린이집’에서 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14년 동안 매년 찾아오고 있는 이명희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동물과 관련한 주제를 다룰 때마다 여기에 온다”며 “아이들이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표본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박물관에서는 좀 더 폭넓은 학습을 위해 학력 수준에 맞는 학습지까지 홈페이지에서 제공해 전시 관람과 함께 자연사 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역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도슨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자연사박물관의 이인호 팀장은 “자연사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양성하기 위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사전에 교육을 거쳐, 주말에 찾아오는 관광객에게 전시된 표본을 설명하는 활동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의미 있는 특별 전시도 종종 연다. 2013년에는 딱정벌레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고 작년에는 독도 사진전이 개최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대표적인 곤충학자인 본교 권용정 교수(농생대 응용생명)의 정년퇴임 기념 특별전인 ‘INSECTA : 곤충 소우주에 빠지다’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권 교수가 평생을 수집한 곤충 표본, 권 교수가 발견한 신종 ‘창언밤바구니’의 기준표본(생물을 분류할 때 해당 종의 확인 증거가 되는 표본) 등을 만날 수 있다. (권 교수의 인터뷰는 오른쪽 박스기사에 이어집니다)

학술의 장
자연사박물관이 전시의 기능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부속기관으로서 학술적 기능까지 수행한다. 일반시민들이 전시 관람을 위해 박물관을 찾는다면, 연구자의 경우에는 박물관이 소장 중인 다양한 표본을 직접 보기 위해 외국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 팀장은 “전시되는 표본은 약 3천 점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장고에 있는 6만 점이 넘는 표본들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것이 학예사 일에서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표본을 얻기 위해 직접 뛰기도 한다. 이 팀장은 “표본을 얻는 대표적인 방법이 기증, 채집, 구매”라며 “예산 여건 상 구매는 어려워 표본을 채집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본교 자연사박물관은 2005년 학예사 경력인증대상기관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학예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대상기관에서 경력을 반드시 쌓아야 하는데, 본교 자연사박물관에서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황호성 주무관은 “준학예사가 정학예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대상기관에서의 실습이 필수적이다”며 “이곳에서 실습생으로 지내며 경험을 쌓는 전공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본교 자연사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지역의 표본을 위주로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물관에서는 본교 양승영 명예교수(사범대 지구과학)가 국내 최초로 발견한 공룡화석인 조반목 알 화석과, 경북 군위에서 발견된 여을멸목 어류(민물멸치)의 화석 등을 볼 수 있다. 이 팀장은 “대부분의 사립 자연사박물관은 크고 보기 좋은 외국 표본을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는 볼품 없어 보일지라도 국내 자연사 연구에 유용한 표본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에서 사라져버린 토종늑대박제와, 멸종위기종 Ⅱ급인 따오기의 박제를 소장하고 있다. 조성호 주무관은 “토종늑대의 박제는 어느 연구진이 DNA를 얻기 위해 표피조직을 채취해간 적도 있다”며 “따오기는 복원사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국내에 몇 남지 않은 박제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연사박물관은 본교생들의 학습공간이 되기도 한다. 본교 생명과학부 생물학전공학생들의 동물야외실습을 이곳에서 진행한다. 이 팀장은 “박물관 주변에서 직접 표본을 채집하고 수장고 내에 있는 작업실에서 표본 처리과정을 실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과 낮은 접근성이 문제
그러나 자연사박물관은 부족한 예산과 낮은 접근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재 차 들어간 수장고는 이미 발을 디디기 힘들 정도로 표본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이 팀장은 “교수가 소장 중인 표본을 수장고 공간 부족으로 기증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장고 확장을 위한 예산을 요청 중이지만 계속 반려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장 관장은 “자연사박물관은 대구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군위에 있다”며 “이로 인해 본연의 목적인 학술활동과 전공학생 실습에 제약이 있어, 장기적으로 대구 캠퍼스 이전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INSECTA : 곤충 소우주에 빠지다 / 권용정 교수(농생대 응용생명) 인터뷰

Q. 퇴임 기념 전시회를 열게 된 소감은?
A. 내가 평생 동안 다뤄온 곤충을 주제로 기획전을 열어줘 감사하다. 자연사박물관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알차게 전시를 준비해줬다. 지금까지 모아온 25만 점의 표본 중 일부를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여 곤충학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

Q. 표본 수집이 왜 중요한가?
A. 생물의 이름을 붙이려면 기준이 되는 한 마리의 표본(기준표본)이 있어야 한다. 생물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워한 부분은 한국호랑이의 표본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19세기에 러시아의 한 동물학자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호랑이를 신아종(아종은 분류학상 종의 하위단계로, 장래에 별개의 종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함)으로 학계에 발표했다. 그렇다면 분명 신아종으로 등록하기 위한 한국호랑이의 기준표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표본을 찾을 기회를 놓쳤다. 분명 유럽 어딘가에 한국호랑이의 박제가 남아 있을텐데 찾지 못하고 있다. 표본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한국호랑이의 연구를 어렵게 만들었다.

Q. 이번 전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A.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초대총독인 데라우치는 여름휴가 때 우리나라 곳곳의 곤충을 채집해 곤충을 연구하는 자신의 스승에게 보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곤충임에도 불구하고 데라우치의 이름이 붙여진 학명을 받은 종들이 있다. 우리 곤충 역사에서 불명예스럽고 아픈 부분이다. 우리의 생물자원은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한다. 생물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이번 전시를 통해 느꼈으면 한다.


▲지난 5일 본교 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한 ‘통통이어린이집’ 원생들과 교사가 전시된 조류 박제를 보고 있다.


▲경북 군위군에서 발견된 중생대 백악기에 서식했던 여을멸목 어류의 화석(사진 제공: 본교 자연사박물관)


▲중생대 백악기에 서식한 조반목 공룡 알 화석. 1972년 본교 양승영 명예교수가 경남 하동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한 공룡화석(사진 제공: 본교 자연사박물관)


▲멸종위기종 Ⅱ급인 따오기의 박제(사진 제공: 본교 자연사박물관)


▲본교 자연사박물관 조성호 주무관이 우리나라 토종 늑대의 DNA를 얻기 위해 박제된 늑대에서 표피 조직을 채취하는 모습 (사진 제공: 본교 자연사박물관)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윤채빈 기자/ycb18@knu.ac.kr
편집: 이연주 기자/l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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