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기념 특집호로 기획된 제1614호는 대동제, 지방선거와 같은 시의적절한 이슈들부터 교내 연못 수질과 생활관을 둘러싼 갈등 같은 생활밀착형 이슈들까지 교내외의 소식을 두루 담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필자의 관심을 끈 기사는 7면의 「연못 수질 보고서」였는데, 교내 연못의 수질오염 실태와 개선 전망을 체계적으로 살펴본 구성이 핵심을 잘 간추리고 있어 학술 면의 기사로 적절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경북대학교 대나무숲?에서 제기돼 흔히 지나칠 수도 있었을 ?지도못? 악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 양질의 정보를 담은 기사로 훌륭하게 가공한 기자의 예리한 시선이 돋보인다. 공인된 단체와 공식적인 기준에 맞춰 진행된 오염도 측정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해결 방안을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흥미롭게도 학생들이 느낀 악취에 걸맞게 ?지도못?의 오염 지표들이 실제로도 불량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의 편집 측면에서는 ‘열용량’, ‘호안’ 등 생소할 수 있는 어휘를 잘 풀어서 왼편에 정리한 메모식 구성이 눈에 띈다. 비전공자도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독자친화적 배려를 엿보았다. 기사를 읽고 나서 단순히 조경적 가치로만 이해하고 무심히 지나치던 연못들이 특정 동식물의 생물서식지가 되는 ?비오톱?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캠퍼스의 작은 오아시스들이 이젠 더욱 정겨워보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첨언하여, '잠열'과 '호소'에 한자 표기를 덧붙인 것처럼 ?비오톱?의 원어(bio-tope)도 함께 표기했다면 더욱 직관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연못의 모양을 본 딴 일러스트는 독자의 시선을 끌고 캠퍼스 곳곳의 연못을 연상시키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생활쓰레기가 버려진 일청담의 사진도 교내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좋은 선정이었다고 생각한다. 

9면의 만화는 에어컨을 첨성룰렛에 비유하여 공감의 웃음을 자아냈다. 학생들의 소소한 일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전달하기에는 만화만큼 효과적인 장르가 없을 것이다.

12면의 '개교 72주년 기념 특집기사'는 중앙도서관에 위치한 대학기록관을 떠올리며 읽었다. 경북대의 설립부터 현재까지 긴 역사의 부침 속에서 네 가지 키워드를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구사범학교 시절의 사진이라니! 고서실에서나 볼 법한 예스러운 책자는 만주로 가는 수학여행의 안내를 담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떠올리면서 당신이 다녔을 젊은 시절의 학교와, 세월의 무상함 그리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을 꼽으며 찰나의 감상에 젖어 보았다. 경북대학교의 역사는 곧 대구 지역의 역사이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나란히 흘러온 것이다. 인혁당 사건과 유니버시아드 대회 같이 굵직굵직한 시간 좌표의 단면에서 시대 속 개인의 삶과 조우하는 무수한 교점을 확인하니, 선배님들의 숨결이 생생히 느껴지는 듯했다. 오늘날 이 시대의 나는 다가올 후배들의 시대에 무엇을 역사로 남기게 될 것인가, 한 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

독자평가위원

도지현 (자연대 화학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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