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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현메아리

비비크림 파파파 립스틱을 맘맘마?

화장을 안 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중요한 약속이 있거나 특별한 날에는 ‘립스틱이라도 바를까?’라고 고민하다, 이내 짧게 자른 머리나 몇 번 만져보고 집을 나선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도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여고에서 꾸밀 일이 뭐 있겠냐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면 참 우습다. 공학에 다녔으면 화장을 하고 다녀야 했나? 그런데 그때 나는 그랬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기 직전에 제일 먼저 화장을 배우고, 연습했다.
이른바 ‘저렴이’ 화장품들로 파우치와 책상을 가득 채워도 한 달에 5~10만 원 이상을 화장품 사는 데에 썼다. 매일 아침 긴 머리를 감고, 염색으로 상한 머리를 위해 헤어팩을 하고,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을 들여 화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나는 어떻게든 더, 더 예뻐지고 싶어서 돈과 시간, 정성을 그렇게 쏟아부었다. 그러다 화장을 못 하고 나가는 날에는 마침내, 내 본래의 얼굴을 마스크와 모자로 꼭꼭 숨겼다.
나는 내가 못나서 꾸미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당연히’ 꾸며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심지어 그렇게 꾸미는 일이 나의 기분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열심히 꾸미고 치장해서 얻어낸 ‘오늘 왜 이렇게 예뻐?’라는 주변 친구들의 악의 없는 칭찬이 나를 계속 거울 앞에 멈춰 서게 했다.
이런 비극은 그 누구도 여성의 본 모습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심지어는 여성 자신까지도. 화장하는 삶에 익숙해진 많은 여성은 화장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지우려 한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검열하고, 심지어는 화장하지 않은 모습을 감추며 부끄러워 한다. 그리고 본인은 주체적으로 꾸미고 있으며, 꾸밀 자유를 즐긴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여성들의 꾸밀 자유를 한 번쯤 돌아보기를 부탁한다. 당신, 정말 꾸미고 싶은가요? 꾸밀 자유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같다면 왜 남성은 여성만큼 꾸미지 않는 것일까? 여성에게 꾸미지 않을 자유라는 게 정말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는 여성에게 꾸밈을 강요하는 사회, 여성의 꾸미지 않을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만이 남아있고, 그것을 책임질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립스틱을 빌려주는 친구도, 화장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선배도 아무런 악의를 갖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무신경한 말들이 모여 결국 이런 사회를 만든다.
외부적 구속이 배제된 상태에서야 순수하게 내 의지에 따른 ‘선택’과 ‘자유’를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여성은 사회에서 말하는 ‘여성성’의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꾸며낸다. 이제는 우리가 사회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거부할 때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던 것을 우리가 먼저 거부하고, 나로부터 시작된 수많은 여성들의 거부는 마침내 여성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준까지 무너뜨릴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진짜 꾸밀 자유’를 얻을 것이다.


윤미영
(행정학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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