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지진, 홍수, 가뭄, 강풍 등 자연재난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연재난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후변화와 함께 인간의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자연재난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자연재난에 대한 피해객체의 노출도 더 많아지고 있으며 재해 취약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우리가 처한 자연재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재해에의 노출을 피하고 취약한 부분을 메우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많은 재정자원과 인적자원을 필요로 하며,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방재연구와 방재인프라의 투자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보다 선행돼야 할 일은 국민들이 자연재난에 대한 두려움을 인지하고 이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2주 전 풍속 40m/s 이상의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통과한다는 매스컴의 보도로 인해 온 나라가 긴장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태풍 솔릭은 내륙을 통과하면서 그 세력이 약해져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피해를 남겼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다는 데 왠지 모를 아쉬움을 토로했다. 과잉예보 때문에 불필요한 대비를 했다는 불평도 있었다. 물론 예고된 태풍보다 실질적으로 약한 태풍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과잉예보가 맞다. 그러나 피해가 적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소리보다 당장의 불편함 혹은 대비를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했다는 것에 대한 불평의 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신이 아니고서야 자연재난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 자연재난을 예측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자연재난 예측의 과소 혹은 과대 예보로 전달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자연재난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자연재난 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나 예보의 정확성을 확보하고자 하면 다양한 관측자료가 충분히 축적돼야 한다. 예보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자료관측 기간이나 관측자료 개발 및 품질관리를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미 국민 눈높이는 재해예보의 정확성이 높다고 하는 다른 나라와 국내 예보의 정확성을 비교하는 정도에 이른 만큼, 예보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뒷받침과 국민들의 공감대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건설을 위한 국가 기반시설에 집중하느라 방재시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현 시점에서도 방재인프라는 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국가정책과 국민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이 사실이다. 매스컴에서도 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방재인프라의 가치에 대해 보도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재난 위험을 인지하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방재연구에 국민 모두가 성원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자연재난의 관리는 크게 예방, 대비, 대응, 복구로 구분된다. 재난관리의 주체는 국가이지만 모든 국민이 참여해야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수행할 수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역할도 분명히 구분돼 있다. 국가는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재난관리계획, 재난관리조직구성, 방재정책, 구조대책, 교육, 홍보 등을 제대로 수행해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재산 및 국토를 보호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재해예측, 방재인프라구축, 안전진단, 피해경감방안에서 재난관리의 안전성, 정확성, 경제성을 향상시키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고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난의 위험성과 그 방재의식을 항상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소 불편하더라도 방재 훈련과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재난 발생시 피해가 줄어들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재해로 인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더 이상 자연재해·재난과 이에 대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안 될 것이다. 이번 태풍 솔릭이 자연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인간이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이것의 첫 발걸음이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영훈 교수 (과기대 건설방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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