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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손님에 흔들리는 운전자론

“북미 정상회담 언제든 취소될 수 있어”
“북미 정상회담 지금은 때가 아니야, 싱가포르 회담 취소”
“북미회담 한다면 싱가포르서 내달 12일 열릴 것”


트럼프식 협상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최근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는 접할 때마다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발언들은 며칠 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쏟아낸 말들이다. 애초 언제든 취소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흘릴 때만 해도 비핵화 협상에 있어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발언들은 블러핑이나 허언이 아니었다.
현지시각으로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다음 달 12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남북 정상회담 성사와 판문점 선언 때부터 불던 한반도 훈풍이 삽시간에 역풍으로 바뀌던 순간이었다. 순조롭게 마무리된 한미 정상회담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낱 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며 의견을 전달했고 야권은 북미 정상회담 무산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회담이 취소된 그다음 날인 현지시각 25일, 트럼프는 예정했던 날에 그대로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를 던졌다. 흔히 표현하는 ‘밀당’을 하면서 북미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과 진전된 대화를 나눴다는 얘기를 꺼내며 비핵화 협상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면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으나 그것을 넘어서 회담 취소라는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행동들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변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철저하게 계산된 트럼프의 협상 기술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전례 없는 정치 스타일을 보이는 사람이 세계 최고의 권력이라 불릴 수 있는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라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예측 불가능성에 적응하고 큰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외교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본지의 마감이 끝나고 발행될 때까지, 위에 적은 글들이 아무 소용 없어지더라도 별로 놀랍지 않은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다. 만약 제3자였다면 흥미롭게 바라볼 상황이나,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다. 강대국 사이에서 완전한 운전자론이란 존재하긴 어렵다. 결국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운전석에 앉을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운전을 잘하는 베스트 드라이버로 다른 국가에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운전자에 있어 트럼프는 최고의 무례한 손님일 수 있다. 그러나 손님에게 운전대를 쥐여 줄 수는 없다. 그 비위를 잘 맞춰주고 완벽한 드라이브로 믿음을 사는 것이 지금의 관건이다.


김민호 탐구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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