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가족부가 “여성의 기본권 중 건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현행 낙태죄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정부 부처가 낙태죄 폐지 견해를 내놓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낙태를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의 기본권을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의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적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신체의 자유를 포함한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아이가 만들어지는 수정부터 출산까지의 과정을 여성의 몸과 분리할 수 없다. 아이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몸 안에서 성장해야 한다. 따라서 배아·태아는 여성의 몸 일부이며, 낙태는 여성의 몸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아이가 여성의 몸과 별개로 자라날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이 뒷받침돼야 배아의 인권, 태아의 인권만을 따로 논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여성가족부가 시행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을 경험한 중·고등학생 중 66.1%가 낙태(인공임신중절수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에는 불법 낙태를 시행해 주는 산부인과를 찾아다니느라 배 속에서 아이가 많이 자라 생명에 위협이 되는 위험한 수술을 받은 학생도 있을 것이고, 적절한 의학적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유산을 시도한 학생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인공임신중절수술도 의학의 도움을 통해 양지에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낙태는 극히 제한적이다. 모자보건법에 따라 허용되는 낙태 중에는 강간 또는 준강간 때문에 임신한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피해 사실이 입증돼야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하다. 문제는 피해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힘든 경우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과정 동안 아이는 계속 자라버린다. 피해자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선택권을 상실하게 되고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국가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가 법익의 균형만을 따진다면 자해, 자살도 불법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예방적 차원에서 사건을 방지할 의무가 있을 뿐이지 법적으로 이를 막을 권한은 없다. 낙태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할 의무는 있어도 그 이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어떠한 강제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과 관계를 맺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완벽한 피임법은 없다. 그 어떤 효과적인 피임법도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공률을 나타낸다. 원치 않는 임신은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임신으로 인해 생기는 결과에 대해서는 오롯이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된다. 그 개인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오로지 출산, 낙태 두 가지뿐이다. 이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국가가 강제로 빼앗는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김상우 (치대 치의예 16)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