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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기획

대구문화예술회관은 1998년부터 21년간 지역 미술계에서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올해의 청년작가’전(이하 청년작가전)을 열고 있다. 청년작가전은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25~40세 사이의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회화, 조각, 공예, 사진 등 시각예술 전 분야에 걸쳐 선발한다. 청년작가로 선정된 작가들은 전시준비를 위한 창작지원금 500만 원과 도록제작, 전시실 제공 등 전시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지원받게 된다. 2018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설치(영상) 부문의 김안나(39), 윤동희(35) 작가 ▲설치 부문의 이민주(34) 작가 ▲회화(한국화) 부문의 차현욱(31) 작가 ▲회화(서양화) 부문의 채온(33) 작가를 만나 지역작가들의 예술활동과 청년작가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안나(이하 김): 지금까지 영상 작품을 많이 작업했고 이번 전시에는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출신인데, 이모가 대구에 계셔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동희(이하 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념미술가다. 개인적인 역사와 시대의 역사를 교차하는 시선을 가지고 설치·영상을 통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민주(이하 이): 아트파인애플이라는 대구의 문화예술단체 대표이자 청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페인팅·디지털 프린트·설치미술을 주로 하며 세 가지를 함께 보여줄 때도 있다.
차현욱(이하 차): 주로 수묵을 이용해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을 한지는 6년차에 접어들었다.
채온(이하 채): 대전에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대구에 내려와 대구미술광장과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는 개인 작업실에서 회화작업 중이다.


Q. 예술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채: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에 가면서 계속 활동하게 됐다. 학교에 다니면서 공모전을 여러 번 참여했는데, 운 좋게 전시로 이어졌다. 내가 한 회화작업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내가 계속 잘 할 수 있는 일은 회화작업이라는 생각이 원동력이 되어 지금까지 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 순수회화는 자신을 계속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창작과정이 재밌어서 예술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예전에는 페인팅을 하면 추상적인 걸 많이 보여줬지만 지금은 프린팅을 하면서 외부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현재는 예술단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느낀 감정이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서 작업실을 옮겨야 했던 경험 등을 설치에 반영하기도 한다.
차: 먹과 종이가 가지고 있는 물성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강조점이 닮았다고 느껴 동양화를 선택했다. 한지나 화선지가 먹이 만났을 때 스며듬과 맺힘 농담을 조절하는 세심함 등에 매력을 느껴서 수묵화를 시작하게 됐다. 물론 요즘은 한국화나 동양화라고 해서 다 수묵화로 하진 않는다. 한국화나 동양화 자체가 워낙 오래된 매체다 보니까 젊은 학생들은 오히려 직관적이고 현재성 있는 재료로 만들기를 원한다. 대학을 졸업할 때는 수묵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Q. 청년작가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 청년작가전이 있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내 주변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것도 보았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돌아가려고 계획중이지만 그 전에 청년작가전을 참여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다.
윤: 작업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했다. 나는 2년에 한 번씩 큰 공모에 지원하고 그룹전이나 전시전을 그 사이에 지원하는 편이다. 공모나 전시 이전에 준비를 위한 시간을 갖고 기회가 있으면 응모를 한다. 청년작가전이 그 주기에 맞아 공모하게 됐다.
이: 설치미술 등 작업을 다양하게 하다 보니까 단체전에서 작품 하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개인전에서 작품 전체를 보이고 싶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그만한 장소가 된다. 또 청년작가전과 같은 공모전에서 나를 한 번쯤 강력하게 어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했다.
차: 청년작가전 자체가 대구에서는 역사가 있는 공모전이다. 많은 젊은 작가들이 지원하고, 전시를 하면서 청년작가로서의 경험을 얻었다. 왠만한 대구 지역 작가들은 다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전을 여는 기회를 얻고 싶었다.


Q. 청년작가전의 지원이 청년작가들의 예술 활동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김: 지원을 받으면 작가활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의 미술시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이 생활하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작가들에게 활동을 할 무대를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윤: 청년작가로 선정된 것이 당장 큰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큰 전시를 치루는 경험을 통해 다음 전시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또 전시회를 통해 그 작가를 기억하고 섭외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게 되니까 좋다.
작가는 전시에 작가 자신의 명예나 자기 자존심이 걸렸으니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충실하게 생각했는지, 그 생각이 작품을 통해 잘 전달되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지원이 있다면 그런 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청년작가전 자체가 신진작가들만을 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청년작가로 선정되는 것에는 대구에서 어느 정도 활발히 활동하고, 작업도 열심히 하는 작가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물론 신진작가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대학생 때 ‘올해의 청년작가’로 선정된 작가들을 보며 ‘작가로서의 삶을 저렇게 풀어나가는구나’ 하고 느꼈다.
차: 청년작가 선정은 젊은 작가들에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이라는 전시장은 크고 독특하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자신에게 달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뭔가를 재밌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누군가에게는 ‘작업을 더 해봐도 되겠구나’ 라는 용기를 준다. 나는 둘 다 느꼈다.
채: 아무래도 문화·예술 분야는 서울에 많이 편중돼 있다. 청년작가로 선정되면 대구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므로 개인의 예술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청년작가전이 21주년을 맞이했다. 이 공모전이 그동안 지역작가 육성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는가?

이: 미술대학을 나온 사람 중 미술작가로 살아남는 사람은 한 해에 1명이 될까말까한다. 5년~10년이 지나면 거의 다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 상황에 대구에 이렇게 조금이나마 유서 깊은 공모전이 있어서 작가들에게 굉장히 독려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공모전이 신진작가들에게는 선망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고지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제일 좋은 것은 비슷한 또래의 작가들이 어떻게 작업을 펼쳐나가고 있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 작업을 하다보면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림이 대중적인 산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지원 사업을 통해 프로모션해주고, 전시할 수 있도록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도움이 된다. 더불어 지원금을 통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들이 청년작가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작업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되는 작가들을 공모를 통해 선발하는 제도라서 작가들을 자극시킬 수도 있었다.
차: 청년작가 선정은 등용문이나 등단과는 개념이 다르지만, 대구내의 웬만한 작가 지원프로그램보다도 청년작가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윤: 형식적으로 기회를 균등하게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시각예술 내에서 분야를 구분지어 뽑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분야를 한국화, 서양화, 설치, 영상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는 좋은 작가를 발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Q. 청년작가전의 소수정원 선발지원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 선정된 사람으로서 건방질 수도 있겠지만, 떨어진 분들 중에서도 괜찮은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회화분야에서 우수한 경쟁자가 많은 경우에는 한 명만 선정되는 것이 아쉬울 것이다. 각 작가들을 평등하게 보는 절차나 기준은 굉장히 애매하다고 느낀다.
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청년작가전이 있고, 대구문화재단에서 하는 청년작가육성사업도 있다. 그런데 둘 다 선정되는 작가는 소수다. 그래서 다수에게 지원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대구에 작업실을 지원하거나 월 10만 원씩이라도 30명, 50명 등 다수에게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대구에 청년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적지는 않지만, 다수의 청년작가를 위한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차: 소수를 선발하는 방식은 선발된 작가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제공해서 작가가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반면 다수의 작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은 여러 작가들에게 평등한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를 지원할 때에 이 두 가지 방식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예술가로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윤: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잘 활용하면서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 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소통을 하세요’라는 방식의 폭력이 아니라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인 것 같다. 그게 어떻게 보면 사회를 정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전시나 행사 등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앞으로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를 열어놓고 티타임을 하거나 미술·시각예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전시와 작업을 개방하려고 한다.
차: 일단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살 것인지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작품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그 고민을 나눠볼 것이다. 평소 자신이 잊고 살았던 부분이나 답답한 부분에 대한 해답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의 가치인 것 같다.
채: 앞으로도 회화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최근에는 추상적인 작품을 주로 그리고 있다. 추상은 어릴 때 그리는 상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상상화에도 학습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 학습된 것들 까지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김안나 작가의 2006년작 ‘Weapons of Mass Destruction’. 2006년 당시 대량 살상 무기(핵,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탄도 미사일)의 보유 현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세계 지도다. 핵 보유 국가는 로봇나비를 올려 표시했고 국가를 무기 보유 수준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나타냈다.


▲윤동희 작가의 소묘 작품 ‘망령’. 작은 목탄화 여러장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여 초상화와 같은 형상을 만들었다.


▲이민주 작가의 2017년작 ‘MOVE - STAY - MOVE - STAY ’. 이 작가 본인의 작업실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아놓았다고 한다.


▲차현욱 작가의 수묵화 ‘가르멜 수녀원 한지에 먹’. 차 작가는 작품을 들어 “우리 주변의 풍경들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온 작가의 회화 ‘움직이는 정물’. 채 작가는 “상상 속에서 움직이는 물체들의 순간적인 모습을 캔버스에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이광희 기자/lkh16@knu.ac.kr
 일러스트 이연주 기자/lyj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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