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25일 양일간 대동제가 진행됐다. 북문에는 오르막길을 따라 주점 대신 플리마켓과 각종 부스들이 줄지어 자리잡았다. 이른 시간부터 주점을 준비하던 학생들의 부산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최초로 시도된 ‘술 없는 축제’의 모습이다. 지난 1일 교육부는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에 관한 공문을 전국 대학교에 발송했다. 이에 따라 본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동제 기간을 이틀로 단축하고, 학생 조직 차원에서 주점을 설치하지 않도록 공지했다 (본지 1613호 ‘주점 없는 본교 대동제, 볼거리 위주로 재편’ 참고). 이에 작년과 달라진 ‘2018 대동제’ 현장을 담아봤다●

#주점_없는_대동제 #클린하게#클리어

단대 및 학과(부) 단위로 주점을 운영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농업생명과학대 농대 가수왕·미니게임 및 돗자리팅 ▲약대 푸드트럭 <슬기로운 약빵 생활> ▲인문대 카페 <인문대 그 카페> ▲자율전공학부 카페 <Cafe on the beach> ▲토목공학과 <CI빌세끼> 등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부스 및 프로그램 등을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했다. 백양로를 따라 걷다보면 담쟁이 넝쿨 장식이 천막을 감싸고 있는 부스를 만날 수 있었는데, 자율전공부가 해변의 카페를 테마로 꾸민 부스 <Cafe on the beach>였다. 자율전공부 학생들은 야자수가 그려진 옷을 입고 해변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카페 홍보를 하고 있었다. 푸드트럭들과 부스들을 지나 IT대 근처에 다다르자 학생들이 양손 가득 포카리스웨트와 형광 팔찌·지렁이 젤리 등을 안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류 무상제공 행사를 기획했었던 IT대는 학교 권고사항에 따라 주류를 이온음료로 변경했다. 신윤호(IT대 전자공학 10) 씨는 “술 보다는 이온음료가 실용성 있는 것 같다”며 “술을 못 받았다고 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전공 특성을 살린 이색적인 부스도 있었다. 인문대 앞 중앙계단 옆에는 철학과에서 진행한 타로 및 커플 매칭 부스 <대동제 철학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주영(인문대 철학 18) 씨는 “원래 주점을 하려고 했으나 주세법에 위반된다는 소식을 듣고 간단한 프로그램 위주의 부스를 진행하게 됐다”며 “부스를 운영하는 철학과 학생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즐겁게 진행했다”고 말했다.북문 광장에는 길을 따라 즐비한 외부 판매업자 소유의 푸드트럭(이하 외부 푸드트럭) 사이로 호박이 전시된 부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노랑·초록 색지 위에 검정색 글씨로 쓰인 ‘호박공장’은 말 그대로 단호박을 연상시켰다. 부스에서는 본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응용생명과학부 식물생명과학전공 창업 동아리 ‘호박공장’ 부원들이 단호박을 주재료로 해 다양한 호박 요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전효주(농생대 응용생명과학 17) 씨에게 부스 운영 상황에 대해 묻자 아이스 박스에서 호박라떼를 꺼내며 “재학생들보다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께 더 인기가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 씨는 “주점이 있을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이런 부스 쪽에 사람이 적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좋다”며 “가능하다면 내년에도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양로에도 외부 푸드트럭들과 함께 다양한 동아리 및 개인 부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커다란 생수통에 직접 담근 레몬청으로 레몬에이드를 만들어 판매하던 윤미영(행정 16) 씨는 “내년이면 졸업을 준비하는 학년이 되기 때문에 또 언제 이렇게 부스를 운영해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개인 플리마켓을 열게 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윤 씨는 “지난 축제까지만 해도 학과 주점들로 백양로가 꽉 차있었는데 지금은 외부업체로만 가득 채워져 학생들이 주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운영하는 <국제시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일청담 일대에서 진행됐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먹거리들로 채워진 길에는 저녁이 되자 인파가 몰렸다. 중국인 유학생 학생회 홍보부장 왕웨니(경상대 경제통상 16) 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스를 열게 됐다”며 “술 판매가 금지되다 보니 손님이 적어 아쉽긴 하지만 중국의 음식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일청담 일대에 위치하고 있던 부스들의 불이 하나둘 씩 꺼지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지난해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해시태그 #경북대 #흥에_취하다

대동제 기간 동안 본교 북문과 학생주차장 그리고 일청담 일대에서는 다양한 공연들이 진행됐다. 24일에는 학생주차장에서 본교 중앙동아리 청음반이 주최하는 제38회 복현가요제(창작곡 가요제)가 진행됐다.▲‘너를 알아가며’(김성태 곡) ▲ ‘너에게로 가’(홍건의 곡) ▲‘여전히 널’(삽삽 곡) ▲ ‘Like my way’(박소현 곡) ▲‘Amadeus’(Retort Pouch  곡)등 총 5곡이 무대에 올랐다. 창작곡 가요제 특성상 낯선 곡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복현가요제가 막을 내릴 쯤 북문에서는 학생주차장에서 진행될 예정인 메인무대를 앞두고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본교 재학생들부터 교직원 그리고 주민들까지 음악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무대 주위를 가득 둘러싸고 있었다.25일에는 7시부터 약 3시간 가량 ▲선미 ▲우원재 ▲가능동밴드 ▲로꼬 등 초대가수들의 다양한 무대가 진행됐다. 가장 앞자리에서 열심히 호응을 하던 박진이(사범대 물리교육 16) 씨는 무대가 끝나고 난 후에도 여운에 가득 차 무대 앞을 한동안 떠나지 않고 있었다. 박 씨는 “초대가수들의 무대가 정말 재미있었고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며 “입학 후 축제를 경험한 3년 중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자 중앙무대에서는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IT대 위로 터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연신 탄성을 터뜨리던 사람들은 사회자가 폐회를 선언하자 열기를 아쉬워하며 자리를 떴다.

#센트럴파크를 #주(酒)목

주점 운영이 일제히 금지되자 재학생 및 시민들은 주류와 안주들을 사들고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저녁 10시, 센트럴파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아 술과 야식을 즐기고 있었다. 김혜은(사범대 영어교육 16) 씨는 “지난해까지는 주점에서 술을 마셨으나 올해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센트럴파크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과에서는 술없는 축제 독려를 위해 ‘축제에서 주(酒)님 알현은 이제 그만’, ‘주(酒)없이 주(主)가 될 수 있습니다, 술 없이 내가 주인이 되는 축제’ 등의 문구가 표기된 총 30개의 현수막을 본교 곳곳에 부착했다. 이중 9개의 현수막을 센트럴파크에 집중적으로 게시했다. 본교 학생처 채상훈 주무관은 “술 판매는 학교 차원에서 완전하게 금지시켰지만 개인이 술을 사와서 먹는 것 까지는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술 판매가 금지됨에 따라 전반적인 학내 음주 자제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최재형(경상대 경제통상 14) 씨는 “작년에 비해 술을 과하게 마시는 사람들이 없어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술을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마셔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정 안된다면 술을 마실 수 있는 테이블만이라도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늦은 새벽 시간까지 센트럴파크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새벽 2시 30분이 넘어갈 무렵에는 약 46개의 돗자리가 센트럴파크 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블루투스 마이크를 이용해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술과 흥에 취해 옆 돗자리 사람들과 노래를 한 소절씩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센트럴파크에서 마주친 최상진 순찰 기동대원은 “주민들이 시끄럽다는 민원을 넣어 확인하러 왔다”며 “이 시간이 되면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제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마신 술병을 거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빈 술병들을 포댓자루 또는 수레에 넣어 가져가고 있었다.

올해 최초로 시도된 주점 없는 본교 대동제는 ‘술’ 대신 ‘흥’을 택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 진행의 미숙함, 술 제재에 대한 기준 모호 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다수 제기됐다. 채 주무관은 “술 없는 축제의 첫 시행이라 급하게 준비한 만큼 미흡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며 “내년에도 학생 대표자와 함께 건전한 학교를 위한 다양하고 재밌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움이 방울방울 지난 24일 안세훈(IT 전자공학 18)씨가 대동제 무대를 즐기고 있다. 마침 무대에서 관객석으로 비눗방울이 흘러나오고 있다.

▲춤신 춤왕 나래 지난 24일 본교 사범대 댄스동아리 ‘나래’에서는 학생주차장 메인무대에 앞서 북문 버스킹을 진행했다. 북문 보행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나래의 무대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선미 보고 가시나 지난 25일 대동제에는 초대가수로 선미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무대에서 선미는 이벤트에 당첨된 관객들에게 직접 준비한 선물을 나눠 주고, 팬들과 함께 셀프카메라를 찍는 등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를 즐겼다.

▲술 마실 구멍은 어디에든 있다 지난 24일 본교 공대 금속공학과 학생들이 센트럴파크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주점은 없었지만, 학생들은 돗자리를 펴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웠다.

손정우 기자/sjw17@knu.ac.kr이광희 기자/lkh16@knu.ac.kr편집 이홍은 기자/lhe16@knu.ac.kr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