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수성못> 스틸 이미지

살면서 일상이라는 악보에, 소소한 변주를 넣는 것조차도 많은 현대인에게는 어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작은 변주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독립영화를 보는 것이다. 독립영화는 회색 악보와 같은 일상에 색다른 변주의 빛을 입혀주기도 한다. 그러한 독립영화를 좋은 극장에서 본다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며칠 전에 독립영화 ‘수성못’을 오오극장에서 관람했다. 오오극장은 영화관에 조그만 매표소와 함께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대구 중구의 작은 영화관이다. 영화관에 들어서면 5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좌석과 매우 가까운 스크린은 집과 같은 편안함을 주었다.

‘수성못’은 유지영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수성못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수성못에서 오리배 아르바이트와 편입 시험 공부를 병행하는 20대 주인공 오희정이 한 자살 사건에 연루돼 자살방지센터에서 일하는 차영목이라는 남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과 암울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살에 대해서 또는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에 대해서 비난을 하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힘든 일상과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 결국 자신을 위로하는 박 씨 아저씨의 말보다 자살을 암시하는 기타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 자신도 삶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고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나와 같은 청춘들의 고난을 알고 단지 그것을 이해하는 것에만 그칠 수는 없었다. 영화 속 고민들은 나 자신, 그리고 이 시대를 공유하는 많은 청년의 고민이었다.

영화는 오희정의 고된 일상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밝은 배경음악과 배우들의 연기 등의 연출 때문인지 주인공의 처지가 더욱 주목받는 듯하게 느껴진다. 에밀 뒤르켐은 사람이 자살하는 원인을 네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것은 사회적 삶에서 고립되어 자살하는 이기적 자살과 공동체에 지나치게 통합된 개인이 저지르는 이타적 자살, 그리고 사회 구조와 제도의 불안으로 인한 아노미적 자살과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규제로 인한 숙명적 자살이다. 이와 같이 뒤르켐은 자살의 사회성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은 10여 년간 지속해서 OECD에서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사람은 자살과 같은 선택에 대해 개인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회 구성원이 아닌, 많은 사람이 그러한 선택에 노출됐다는 것은 뒤르켐이 분석했듯 자살의 원인이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닌 사회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대학입시와 취업난, 결혼에 대한 비용 등으로 인한 삶의 무거움은 영화 속 희정의 동생 ‘오희준’이 그랬듯 청년들의 마음을 점점 지치고 약하게 만들며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과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수성못을 통해 개개인이 저지르는 잘못된 선택에 대해 각각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그것들은 개인적인 고민과 방황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이 마주하는 현실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수성못은 나와 같은 세대에 대한 공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예강

(사회대 사회 16)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