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의 경계인 이맘때가 되면 매년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학 문화의 꽃'이라는 대학 축제이다. 이번 축제에는 지난해까지의 축제와는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교육부에서 전국 대학에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주세법 위반(무면허 주류 판매) 문제로 인해 교내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막에서 술을 팔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실망한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축제에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축제를 즐기느냐?’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다른 관점에서 이러한 방침이 축제 기간 동안 학생들이 소비하는 술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매년 축제 기간에는 음주로 인해 적지 않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나 역시 축제 기간의 음주로 인한 아찔한 경험을 하나 가지고 있다. 작년 축제에서 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던 도중 갑자기 앉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근처에 있던 나무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다시 뜨자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고, 나는 그제야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나무에 기대어 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중에 그날 함께 술을 마시지 않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그 친구에게서 축제 기간에 나무에 기대어 자던 사람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가 목격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자 부끄러움과 함께, 내가 잤던 동안 많은 사람이 옆을 지나갔을 텐데 만약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있었다면 내 소지품을 훔치거나 해코지를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때의 경험으로 인해 술을 마실 때면 항상 주의하고 마시더라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만 마시게 됐다.

술은 사회생활의 윤활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도 해롭고 자신의 관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아직 자신의 주량을 잘 모르는 신입생들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더군다나 신입생들은 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대학 입학 후 1학년 내내 계속 들뜬 분위기에서 술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많은 신입생들이 입학한 첫해에 술로 인한 각자의 흑역사를 하나씩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흑역사보다 더 큰 문제는 과음으로 인해 몇몇 학생들이 싸움에 휘말리거나 위험한 사고를 겪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작정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아울러 술자리에서 많이 취한 학생이 있는 경우에는 그 학생을 무사히 집까지 들여보내도록 술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서로 챙겨줘야 한다. 이번 술 없는 축제를 계기로 축제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가 없는 안전한 경북대학교가 됐으면 한다.

강재현

(사회대 문헌정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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