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교수

(생환대 레저스포츠)

무려 세 번의 도전 끝에 얻어낸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치 성공은 우리 국민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하지만 올림픽개최 과정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14년 국내에서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은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했으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은 경제적으로 실패한 대회로 평가받았다. 일각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투입된 천문학적 공적자금으로 인해 대회 후 지역경제가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정치적·지역적 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올림픽 준비과정 역시 순탄치 못했다. 올림픽 준비기간 중 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하는가 하면 관련 부처 공무원들마저 자리를 옮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또한 납득할 만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방안을 여러 번 변경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국정농단 측근들의 올림픽 이권 개입설이 나돌며 평창올림픽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2016년에 엉성한 내용, 완성도로 구설에 올랐던 평창올림픽 홍보영상 ‘아라리요(ARARI, YO)’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당시 우리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라 하겠다. 

남북단일팀이라는 예상치 못한 이슈도 평창동계올림픽을 또 한 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했다. 당시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일팀 구성에 반대 여론(58.7%)이 찬성 여론(37.7%)을 앞질렀다. 급기야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날, 경기장 밖 도로를 사이에 두고 단일팀에 찬성하는 진보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세계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는 평창에서 이념적 정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는 마음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월 9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동계올림픽이 17일 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림픽 폐막 후 세 달여가 지난 지금 올림픽의 성공 뒷이야기가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철저한 대회 준비와 자원봉사자의 열정으로 ‘문제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만큼 훌륭한 대회를 치를 수 있었고, 11년 만의 남북공동입장은 북핵문제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고 남북통일의 전기를 마련할 신호탄이 됐다고 평가한다. 놀라운 반전이다. 돌이켜 보건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대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관계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우리가 범했던 실수를 언제든 반복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어딘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언제고 우리가 다시 올림픽과 같은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치를 날이 있을 것이고, 그렇기에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만 한다. 

첫째, 올림픽은 부를 가져다주는 요술 램프가 아니다. 실제 올림픽을 통해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극히 제한적이다. 올림픽을 주최할 국가는 개최도시의 2~30년에 걸친 중·장기적 도시발전계획 속에서 발전 촉매제로 올림픽을 활용해야 한다. 문화도시, 역사도시, 관광도시 등 개최도시가 지향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느 시기에 어떠한 목적으로 올림픽을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IOC가 내세우는 올림픽 관련 지속성장 가능성 원칙이다. 

둘째, 지금까지 국내에서 치러진 국제스포츠이벤트는 정부가 계획하고 정부가 지원하며 정부가 이행하는 철저히 정부 주도적 이벤트였다. 과도한 정부 주도적 행정의 가장 큰 취약점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을 해야 할 관련 조직들이 정부의 눈치만 본다는 것이다. 또한 체계적인 시스템과 주인의식이 결여되어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보다 2년 후에나 치러질 2020년 동경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올림픽 청사진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 조직위원회, 스포츠 관련 단체, 경제단체, 비영리단체, 학계 등이 중심이 되어 올림픽 준비를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올림픽 준비에서부터 사후 활용방안에 이르는 마스터플랜을 착실히 준비·홍보했다는 점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셋째, 올림픽은 경제적 이득이 전부인 이벤트가 아니다. 올림픽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할 긍정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일제 치하에서 서울과 평양을 번갈아 오가며 개최되었던 경평축구대회는 국가를 잃은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회로 승화된 상징적 대회였다. 남북이 하나의 민족임을 느끼게 해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통일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던 젊은 세대에게 민족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스포츠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하지만 올림픽 유산은 올림픽을 통해 얻어지는 산물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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