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한창 선거전이 가열될 시기이지만 북미정상회담과 국회 파행 등의 이슈로 지방선거는 뒷전으로 밀려난 모습이다. 그나마 들려오는 선거 이슈에도 지역 내의 정치 담론은 상실된 모습이다. 7회 째를 맞는 지방선거에 유권자는 무관심한 가운데 선거 시계는 6월 13일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선거는 인기가 떨어지는 선거였다. 1회 선거인 1995년 이후 한 번도 투표율 60%를 넘긴 적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대선·총선과 비교했을 때도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한국 지역 정치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1995년부터 실시된 지방자치제는 사람으로 보자면 어엿한 20대 청년이지만 지역 정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나이를 더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자신이 사는 곳에 어느 정도 예산이 운영되는지, 시의회에서 제정된 조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지역구에 소속된 자치단체장, 기초의원의 이름을 아는 주민조차 드물 것이다. 

한국에서의 지역 정치는 점점 실종되고 있다. 지역 정치의 위기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시골에서 지역유지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마을정치가 해체됐고 도시 안의 동네에서는 정치공동체가 형성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중앙집권화가 가속됐고, 그 결과 지역 안의 정치는 발붙일 곳이 없었다. 지역정치에서부터 성장해 거물급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신화에 가까운 일이 됐고 지역의 정치 인재 발굴은 어려워졌다. 그리고 모든 정치 이슈는 중앙으로 몰려 지역인은 서울을 바라보고 정치인은 중앙당에 목매는, 지방자치의 기본이 무너진 모습뿐     이다. 이런 현실 아래 지역 정치의 기반이 만들어지지 못해 다시 중앙정치만을 바라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현실은 암울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미래는 동네와 지역에 있다. 주권자들이 그토록 외치는 정치효능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규모가 작은 자기 동네와 지역이다. 사는 곳의 문제를 정치에 직접 참여해 해결하는 경험은 대의 민주주의의 피로감과 괴리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답이 될 수 있다. 지역민 스스로가 지역의 고유한 정치 의제를 상정하고 토론하며 진정한 정치의 맛을 느껴야 한다. 우리 주변부터 바꾸는 정치 행위가 점점 확장되면서 비로소 우리 사회의 삶을 변화시키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은 약해진 우리의 공동체의식을 성장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젠 청년의 나이를 먹은 지방자치제가 어른 노릇을 하도록 이끌 차례다. 더 이상 국가 중심 정치의 폐해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지방분권의 성공은 탄탄한 지역 정치가 자리 잡는 것에 달려있다. 지역 정치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보고 실현할 단계다.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일부터 시작하자. 6월 13일, 달력에 빨갛게 표시된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자를 살피고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향해 지역 정치의 발현에 도장을 꾹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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