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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유변

장은철
탐구팀 정기자





서두에 말하자면 이 글은 푸념이다. 한 줌에 지나지 않는 글재주로 학보사 일을 이어나가다보니 그 안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나는 오랜 시간을 소비해 낮은 수준의 글을 작성하는 데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 이는 신문 마감날마다 유달리 늦은 마감 속도로 나를 동료 기자들의 질책의 중심에 놓이게 한다. 고교시절 이과 출신임을 방패삼아 날아오는 화살들을 회피해볼까 고민해봤으나, 공교롭게도 지난 번에 필자가 작성한 칼럼의 주제가 ‘사람의 배경에 더 비중을 두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었다. 눈앞의 공적에 눈이 멀어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해버린 나에게 이과였던 배경은 면죄부가 되지 못했다.
반복되는 신문 마감날의 참패를 극복하기 위해 나는 음지에서 분투할 필요를 느꼈다. 마침 내 주변에는 분야는 다르지만 펜대를 굴려 벌이를 하는 친구가 좀 있다. 그들에게 술 한 잔을 대가로 조언을 구해봤다. 인근 Y대 학생이자 얼마 전 대구지역 문예지의 단상에 오른 P가 말하기를, 자신이 쓰는 시는 감정의 배설이란다. 더도 덜도 아닌 한 문장이었다. 그 친구가 주벽이 고약해 만취하면 습관적으로 담벼락에 물줄기를 드리우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아니, 변기가 아닌 원고지 위에서도 그토록 후련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나, 그러한 행위에 대해 이토록 자의식 넘치는 그의 뻔뻔함이 새삼 부러웠다. 나는 그렇게 담대하지 못하기에 그런 그의 태도도 썩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모 잡지에 여행칼럼을 작성하는 L은 글이란 이른 아침의 번뇌라 했다. 예상 밖의 멋들어진 단어의 조합이었다. L이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사표 낼까 생각하다 통장 잔고 확인하고 서둘러 출근해서 쓰는 것이 글”이라는 해석을 덧붙이기 전까지는. 가벼워진 지갑을 들고 침대에 누운 나는 아무래도 친구 놈들은 이번 생엔 눈꼽 만치의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인생에 도움 되는 격언으로는 친구의 말보단 유명인의 명언이 제격이다. 마침 기자가 자주 인용하는 모 시인이 있다. 시인은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있을 때는 제법 멋진 말을 많이 했다. “모든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은 기교를 낳고, 그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도 그 중 하나다. 앞 문장 보다는 뒤 문장이 그의 말의 핵심이라는 어렴풋한 느낌은 오지만 기교를 가져본 적이 없기에 뒤 문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이 글은 푸념이다. 앞서 나열된 나의 수난사를 읽은 독자라면 텍스트의 지금 단락 즈음에 도달했을 때는 필자가 짠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귀중한 칼럼란을 할애해 기자가 이런 글을 적고 있는 이유 역시 명확히 이해했을 것이다. 부끄러워서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까지는 직접 쓰지는 않으려했다. 나는 무능하지만 위에서 느낄 수 있듯 글을 대하는 고민의 태도만큼은 진지하다. 글재주의 진일보를 위한 나의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독자들은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본지의 내용에 더불어 피나는 노력으로 하루하루 발전하는 필자의 글 솜씨에도 약간의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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