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자 교수(사회대 사회복지)

오월은 푸르다. 싱그러지워지는 오월의 나무는 숲속에서 그 푸름을 더 빛낼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늙어가듯. 오월에는 나무들의 숲처럼 아이와 부모가 모여 이룬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기념해야 할 날들이 많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 구성원 간의 사랑과 존경을 표현할 구실을 만들어주는 달이기도 하다. 성인가구주를 중심으로 보면 자녀와 부모가 있는 아름다운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a시간을 보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누구에게는 가정이 따뜻한 보금자리이지만, 누구에게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도 돌아가야 할 끔찍한 곳이기도 하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오월은 더없이 아름다운 계절이고 사랑과 보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안식처라는 아름다운 이미지 속에서 폭력이 자행되는 경우도 많다. 가정은 사적 공간으로 감춰져 있고, 안식처와 사랑해야 할 가족의 이미지가 각인돼 있어 비록 그 가정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문제라는 인식을 하기조차 어렵다.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기는 더욱 어렵다. 가족에게 일어나는 폭력 또한 그렇다. ‘내가 뭘 잘못했겠지’, ‘내가 잘하면 괜찮아지겠지’, ‘다 내가 잘되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모두들 이렇게 살겠지’ 등의 생각들로, 가정 내의 폭력은 인식되지 못했거나 은폐돼 왔다.  2016년 여성가족부에서 전국의 19세 이상 6,000명(여성 4000명, 남성2000명)을 대상으로 가구당 가구주 1명에게 실시한 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지난 1년간 배우자로부터 경험한 폭력피해율은 12.1%였고, 여성이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율은 9.1%였다. 반면에 남성이 지난 1년간 배우자로부터 경험한 폭력 피해율은 8.16%, 본인이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율은 11.6%다. 배우자의 폭력 행사시 여성의 45.1%, 남성의 17.2%가 위협이나 공포심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통계에서 나타나듯 남성이 여성보다 폭력을 더 많이 행사하고 있고, 여성이 더 공포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 남성이 가정폭력에 주도적임을 알 수 있다. 아동은 어떠한가? 1923년 5월 1일에 어린이날을 제정하면서 배포된 기념 전단지에는 ‘어린이를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전까지 아동은 누군가에게 욕을 듣거나 매를 맞고 착취되던 존재였던 것이다. 그 이후 거의 1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과연 아동을 ‘욕하고, 때리고, 부리는’ 모습이 없어졌는가? 2017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를 보면 2016년 아동학대 신고로 접수된 사례는 총 29,674건이다. 실제 학대사례는 18,700건(72.3%)이었지만, 나머지는 의심이 되는 사례로서 예방을 위해 외부지원이 필요한 경우로 평가됐다. 이들 학대아동의 행위자는 부모인 경우가 15,048건(80.5%)으로 가장 많았다. 같이 살든 같이 살지 않든, 빈곤하든 빈곤하지 않든 간에 일주일에 1회 이상의 학대를 당하는 아동이 학대 아동 중 48.1%였다. 매우 심각할 정도로 신체적 학대를 당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욕설이나 비난을 듣게 되는 정서적 학대, 또는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방임도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학대를 행하는 행위자의 많은 수가 어린 시절 학대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던 것을 볼 때 아동학대는 아동의 성장 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가정폭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표시하는 어버이날은 어떠한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신고 접수된 12,009건 중에 학대사례로 판정된 것은 4,280건이며 그중 여성 노인이 더 많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대행위자는 주로 아들과 남성 배우자다. 가정의 달, 즐겁고 아름다운 가족의 추억을 만들어야 할 오월에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날을 보낼 수 있을지를 말하지 않고 왜 이런 암울한 이야기를 해야만 할까.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뤄(21일, 부부의날) 아이를 기르고(5일, 어린이날), 살아온 것을 존중받는(8일, 어버이날)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월은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달이다. 우선 나부터 이번 오월에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부의날의 의미를 되새겨야겠다. 더 좋은 가정,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는 서로 사랑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가정은 그냥 성인 두 사람이 만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부가 되는 것도, 부모가 되는 것도, 배우고 노력해야 가능한 것임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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