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시기를 지배했던 프레임은 ‘성장중심주의’이다. 성장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목표에 매몰돼 과정이나 절차를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졌으며, 이는 비도덕적인 수단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을 평가절하했고, 사회의 기본적인 품위와 인간적 가치는 하락했다. 공무원의 뇌물 수수와 불법증축이 초래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건부터,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 사건까지 이런 현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은 규제와 원칙을 간과한 급격한 성장을 추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전 세계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급격했다. 유럽의 선진국들 경우에는 200~300년에 걸쳐 경제성장과 법치주의에 기반을 둔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이에 반해 한국은 최고로 가난한 나라에서 40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불이라는 성장을 일구어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규칙과 원칙이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에 훼손됐고 근본적인 사회적·윤리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과 행복이 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사회에 규칙과 법치주의가 안정적으로 확립됐기 때문이다.맹목적 성장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탐욕과 이기심을 통제하는 규제와 규칙 확립이 필요하다. 규제와 규칙은 개인들이 사적인 목표를 자유롭게 추구하더라도 그것이 공익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장 경제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나아가 법치주의의 확립도 필요한데, 법치주의 하에서는 성장을 헌법의 이념에 부합하도록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가치를 상실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는 사익을 위해 공적인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막아준다.물론 현 상황에서 규칙과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규칙을 절대화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 규칙을 절대화하게 되면 개인의 가치와 개별성, 그리고 감정적인 측면을 간과함으로써 현실과의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절차에 얽매이거나 서류나 형식에 집착하여 목적과 수단이 전치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앞으로의 한국 사회에는 성장중심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 프레임이 필요하다. ‘헝그리 정신’에서 ‘규칙과 법치주의의 내면화’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부분적 성과를 인정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규제에 대해서도 그 타당성과 효과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박준창 (경상대 경영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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