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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지난 27일 복지관 교수회 대회의실에서 본교 민주화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 주최로 ‘2018년 제1차 민교협 집담회’가 열렸다. 이날 주제는 ‘상대평가와 학습권: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였는데 현재 본교의 성적평가 방식인 상대평가와 그 문제점에 대해 발제가 이뤄졌고, 이어 절대평가를 비롯한 현 성적평가 방식의 대안이 논의됐다. 집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통해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발표] 상대평가와 학습권
 
강우진 교수(사회대 정치외교) : 대학은 최근 사회에 필요한 전문적·기능적인 교육에 주력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민주적 시민교육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본교에서 시행하는 상대평가가 공정성과 대학 본연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
상대평가의 장점은 경쟁을 통한 외재적 동기의 유지다. 반면, 상대평가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다른 구성원의 성과에 따라 자신의 성적이 결정되어 지각된 통제감이 낮다. A학점을 받는 학생과 B학점을 받는 학생의 시험 성적은 유사한 경우가 있는데, 이때 학생들은 상대평가에 의한 성적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에서 엄정한 성적 부여제도 운영을 요구하며 대학의 상대평가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강제된 상대평가와 민주적 시민 교육이라는 대학교육의 목표를 조화시키기는 어렵다.
손원숙 교수(사범대 교육) : 상대평가·절대평가는 평가를 할 때 참조기준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학문적으로는 규준(norm)참조평가(이하 상대평가)·준거(criterion)참조평가(이하 절대평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규준은 개인의 상대적 위치를 알려주는 자(ruler)이고, 준거는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기술 수준을 말한다.
상대평가는 경쟁과 차별화라는 특징으로 요약되며 객관성과 단순명확성을 가진다. 그러나 21세기에 요구되는 분석력·창의력 등의 핵심역량 평가에는 제한적이다. 절대평가는 서열의식보다 지적인 성취를 유발하고, 제공된 점수를 통해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 한편 절대평가는 평가자의 전문성에 기반해 준거를 설정함으로 임의적이고 주관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획일적인 평가정책보다 교수의 재량으로 과목특성을 반영한 평가방식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다만 학점의 신뢰도를 위해 교수자의 노력, 학교의 지원, 학생들의 인식변화 등이 전제돼야 한다.
 사범대 학생회장 권예림(영어교육 15) 씨 : 본교 사범대 재학생 56명을 대상으로 네 가지 문항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상대평가가 학습욕구를 증진시킨다’에 대한 답변은 긍정답변이 부정답변을 5.4% 앞섰다. ‘상대평가는 내가 학습한 것을 잘 평가하고 있다’ 문항에서는 부정답변 42.9%, 긍정답변 57.1%로 비등했으나 ‘현행 상대평가에 만족한다’ 문항에 대한 답변은 부정답변이 69.7%로 긍정답변보다 우세했다. ‘절대평가로 바뀌어야 한다’에 대해서는 긍정답변이 92.9%로 학생들이 현행 상대평가에 불만족하며 절대평가로 바꾸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패널토론] 
평가제도 개혁의 방향성과 개입방안

교양교육센터장 임승택 교수(인문대 철학) : 본교에서 상대평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대학에서 상대평가를 도입하기 전에 절대평가를 했는데 상위권 학점 밀집현상, 강사 간 학점 불평등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막상 상대평가를 도입하자 동기 간의 경쟁과열·공동 학습 분위기 저하·어려운 과목 수강기피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의 일부 대학은 절대평가를 고수하는데 교수가 학생들에게 준 점수를 모두 공개하고 성적 산출 기록을 공시한다. 또 그 과정을 교수평의회 등에 보고하며 학점평가내역을 교수 업적평가에 반영한다. 교수가 과목별로 적합한 평가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하고 해당과목에서 상위권 학점 밀집현상이 남발되지 않도록 외적 제재도 마련해야 한다. 

교육혁신정책실장 강이철 교수(사범대 교육) : 절대평가를 적용할 때 수업목표의 달성여부가 평가기준이다. 따라서 교수자는 수업목표를 명세적(specific)으로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사전 공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업목표의 양과 명세적인 수준이 적절해야 하며 공지된 수업목표는 모두 평가항목으로 제시돼야 한다. 또 시험이나 과제를 통해 종합적인 인지능력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수업을 통해 전달할 지식·내용 선정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강좌 성격에 따라 알맞은 평가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교수회 부의장 김지식 교수(과학대 나노소재공학) : 획일화된 상대평가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교육부가 교육 혁신이나 학생들의 미래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 평가방법을 강제하는 것은 큰 문제다. 강의 주체가 참여하는 평가방법과 상대평가, 절대평가에 대한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교육부에 의해 대부분의 대학에서 상대평가가 실시됐고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상대평가 제도는 대학 교육의 평가 공정성에 심각한 저해 요소로 작용한다. 상대평가는 변별력 때문에 도입됐는데 장기화되다 보니 변별력을 피해가는 방법들이 생겨났고, 상대평가 도입 전보다 학점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둘째, 상대평가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퇴화한다. 특히 이공계 시험 유형이 서술형에서 평가하기 쉬운 객관식으로 변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없게 만들었다. 셋째, 조별과제에서 조원이 제대로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문화가 됐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교수들의 수업개선 의지가 약화됐고 성적 처리시 학생비율이 정해져 있으니 교수들의 교육성취도 약화됐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최근 타 대학에서는 교수 자율 평가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자유토론]

김미연 교수(인문대 독어독문) : 대학 내 평가는 일정 부분에서 필요하다. 문제는 획일화된 평가방식이다. 대학은 자율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곳인데 현재는 평가를 위한 공부, 평가를 고려한 강의가 이뤄진다. 평가에 일부 자율적인 부분이 있어야 강의자도 학습자도 사고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변정연(사회대 정치외교 14) 씨 :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지성인을 기르는 대학에서는 단순히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외재적 동기보다 학생의 내재적 동기가 더 중요시 돼야 한다. 외재적 동기에 이끌린다면 소위 말하는 ‘A폭격기’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 

최영수(사회대 정치외교 14) 씨 : 대학의 인재를 사회에 내보내는 데 절대평가보다 상대평가가 효율적이라 대학에 상대평가가 도입됐다고 생각한다. 교육적 측면에서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더 좋은 방법이라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교육부와 본부에서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좋다고 동의해도 제도화에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평가방식의 장단점보다 제도화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야 한다.

육주원 교수(사회대 사회) :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점수를 받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45명 정도 되는 수업에서 한 명씩 에세이에 대한 피드백을 줬다. 수업방식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지만 이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질적인 평가나 절대평가를 하게 되면 교수가 힘든 면이 있다. 이런 힘든 부분을 수강생의 수, 과목의 성격 등에 따라 재분배하는 걸 고민하면 좋겠다.

권은정 기자/kej17@knu.ac.kr
조선희 기자/jsh17@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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