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 노랫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나의 소원도 통일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초등학생 시절 통일을 하자는 내용의 포스터 밑그림에 크레파스를 벅벅 칠하며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나? 아마 별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샛노란 크레파스를 손가락으로 뭉그러뜨리며 집에 빨리 가야겠다, 그런 생각만 했을 거다. 중학생 시절 통일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는 또 어떤 생각을 했었나? 이번에 상은 누가 타게 될까, 그런 생각이나 했을 테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 통일을 주제로 한 교내 동아리 토론 자리에서 나는 드디어 기억에 남는 생각을 해낸다. “근데, 통일이 되면? 그 후에는? 우리 문과생들은 어떻게 될까?”‘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이 인사말처럼 쓰이는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앞두지 않은 지금에 통일 이후 문과생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인문이 맡을 역할이 거의 남지 않은 4차산업혁명 직전의 남한에서, 다수의 시민이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북한으로 넘어간 문과생들. 교육자로서의 역할, 법조인으로서의 역할, 역사탐구가로서의 역할, 정보전달자로서의 역할, 문화제작자로서의 역할을 맡은 문과생들의 얼굴에 꽃이 활짝 핀다. 지역마다 행정을 담당하는 기관들, 안전과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들, 우편을 담당하는 기관들이 새로 정비되며 공무원을 꿈꾸던 사람들에게도 무지개길이 열린다. 통일 이후 문과생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상상해보면 그렇다.물론 마냥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통일이라는 말 자체가 시기상조에 불과할 수도 있고, 오는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의제를 다루느냐에 따라 통일에 한 걸음 가까워지거나 반대로 한 걸음 더 멀어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지냐는 데에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양 옆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핵을 품고 버티는 이상,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통일을 꿈꾸기는 어렵다. 미국과 일본도 가자미눈을 하고 한반도를 쳐다보는 가운데,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낳아야만 한다. 현재까지의 동북아시아 정세는 ‘지구의 화약고’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안정하고 위태로웠다. 각국의 강경파 지도자들과 독재 정권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한국이라는 새우의 등을 골백번은 더 터뜨렸다.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등이 터지지 않는, 보다 단단한 철갑새우가 되기 위해서라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그게 곧 우리나라의 무기가 될 것이다.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를 곱씹으며, 일개 학생에 불과한 나는 다시금 달콤한 문과생의 미래를 되새겨본다. 북한에 살고 있는 학생도 나와 같은 상상을 해보고 있을까. 그 애들에게도 통일 이후 남한에서의 미래가 한 번쯤은 달콤한 맛으로 느껴질까. 너희의 소원은 뭐니? 묻고 싶다.

조현영 편집국장

저작권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