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중에서 지방분권 개헌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헌법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규정하고, 사무배분에서 보충성의 원리 즉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사무를 중앙정부가 하는 사무배분 원리를 도입하며, 자치 입법권과 자치 재정권을 일정하게 확대한 개헌안은 미흡한 점이 많다. 이 개헌안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무색하게 한다.  지방분권 개헌의 수준은 지방자치 강화형, 광역지방정부형, 연방국가형이라는 세 수준이 있는데 대통령이 발의한 내용은 지방자치강화형에 속한다. 지방소멸을 막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광역지방정부형이 바람직한데 그 수준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분권 개헌은 왜 필요하며 기본방향은 무엇인가?    지방분권 개헌은 중앙정부가 독점한 권한과 재원을 지방정부에 이양함으로써 중앙집권국가인 대한민국을 지방분권국가로 전환시키는 국가개조 프로젝트다. 현재의 국정운영을 보면 권한과 재원을 독점하고 있는 중앙정부는 무능하고 권한과 재원이 빈약한 지방자치단체는 무력하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업무과중으로 과부하에 걸려 있고 현장을 잘 모르는 중앙정부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주한미대사관 외교관을 지낸 그레고리 헨더슨(Gregory Henderson)은 1968년에 『한국: 소용돌이 정치』(Korea: The Politics of Vortex)란 책에서 한국에서는 고도의 중앙집권체제가 수도권 집중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 탁월한 통찰에 따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심한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은 중앙집권체제를 지방분권체제로 개혁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아닐 수 없다.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는 대한민국의 장기적 쇠퇴를 예고하는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과 그로 인한 지방소멸이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지속시켜 마침내 인구절벽이 예고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이 집값을 올리고 청년층의 실업과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결혼포기와 만혼을 초래하여 출산율을 낮추고 있고 지방은 가임 여성의 유출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효성있는 저출산·고령화 정책 대안 중의 하나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지방분권 개헌을 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 IMF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장기침체를 막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수도권 일극 발전체제를 지역 다극 발전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하나의 유력한 답이다. 인구 500만명에서 1000만명 정도의 광역지방정부 단위로 광역경제권을 형성하여 지역별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지방정부에 입법권, 재정권, 행정권을 보장하여 독자적인 지역경제발전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초를 마련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분권 개헌은 통일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동독이 서독의 연방에 가입하는 방식의 독일식 통일이 남북통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장차 통일한국을 예컨대 ‘8도 연방’으로 구성되는 연방국가로 만들어 북한의 몇 개 주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통합하는 모델을 실현하려면, 지금부터 남한에서 개헌을 통해 준연방제 수준의 광역지방정부형 지방분권국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를 줄이고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통일을 준비하려면 무엇보다 지방분권 개헌을 해야 한다. 이러한 숙제들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시급히 요청되는 국가적 의제들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빠른 시일 내에 높은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단행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회복불능의 쇠퇴기에 들어가기 전에.   헌법 제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이다’고 선언하고 지방정부에 입법권, 재정권, 행정권을 부여하며 지역대표형 상원을 도입하는 지방분권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집권형 현행 1987년 헌법을 지방분권형 2018년 헌법으로 개정해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으로 광역경제권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여 ‘4대 강의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하여 지방소멸과 대한민국의 쇠퇴를 막고 한국경제의 장기침체를 극복하여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김형기 교수 (경상대 경제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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