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평가위원 정수현 (사회대 신문방송 16)

‘우리는 때로 길을 잃어보아야 한다. 세계를 잃어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 우리를 둘러싼 무한한 관계 속에서 나를 깨닫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길을 잃으면서부터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에 나온 구절이다. 저번 1609호를 읽고 나서 내 머릿속에는 ‘학생회 없는 학교’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녔다. 기사를 읽으며 우리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길을 잃었으니 이제 깨달을 것이다. 나 또한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사회적 문제들이 더 큰 본질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직접’ 고쳐나가야 한다. 1면을 장식한 ?총학 출범이 무산됐다?는 보도에 대해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내가 재학 중인 사회과학대를 포함해 학생회 없는 단대는 이미 꽤 있다. 이러한 사실이 무감각해져서인지 아니면 이미 ‘총학’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인지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5면을 읽으면서 총학의 공백은 점점 심각하게 다가왔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본교 총학의 역사는 의미가 깊었다.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투쟁했고 누구보다 민주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본교 재학생으로서 이를 이제서라도 알게 해준 5면 기사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한편 기사를 읽고 나니 씁쓸해지기도 했다. 인터넷이라는 창구를 통해 ‘공론장’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현재, 우리는 왜 총학의 ‘공백’에 대해 어떤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하며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 걸까. 이에 대한 속쓰림은 10면의 사설을 통해 해소되었다. 우리 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 ‘8포 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치열한 삶의 조건이 가져온 정치적 무관심 등 나름의 이유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총학 공백 사태에 대학 내부의 탓도 있음을 지적한 이 사설은 칭찬할 만하다. 특히 ‘학생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글이라 생각했다. 학생회 붕괴가 가져다주는 본질적인 의미와 우리가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던져주었다.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정치는 통치도, 위임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건 ‘일상의 정치’다. 인간의 삶은 정치를 떠나서 설명할 수 없다. 학생회 붕괴를 가져온 ‘누군가’는 타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일지 모른다. 나는 ‘한 사람의 힘’을 믿는다. 변화는 평범한 한 사람이 느끼는 분노, 아픔, 열정, 그리고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연대할 수 있는 구심점을 잃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까지 ‘나’는 무엇을 했는가? 대학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정치(政治)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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