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_too’ 나도 그러하다는 의미를 지닌 이 짧은 문장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 감독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폭로하기 위해 시작한 해시태그 운동이다. 대구경북지역은 지난 3월 대구경북 미투 운동특별위원회를 조직, 미투 운동의 지원에 나섰으나, 여전히 대구는 조용하다. ‘보수의 심장’대구,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With_you 로 응답할 때다●

#Me_too, 목소리를 내다

2006년 미국의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는 성폭력 청년 여성 구호 단체인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했다. 버크는 2007년 피해자들의 경험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Me too(이하 미투)’라는 슬로건을 제안했다. 이후 이에 동조한 사람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 이어져오던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에서 배우 애슐리 쥬드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영화감독 하비 와인스타인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음을 밝혔다. 이후 기네스 펠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배우들이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폭로에 동참했다. 이들은 SNS에 사실을 폭로하면서 ‘#Me_too’라는 해시태그를 첨부하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검찰 내부 망에 ‘#Me_too’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렸다. 서 검사는 게시물에서 “2010년경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안태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피해를 당했지만) 그저 제 무능을 탓하며 입 다물고 근무하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 검사는 한 방송에서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이후 연예계, 문화계에서도 같은 형식의 폭로가 이어졌다. 서 검사의 폭로는 우리나라 미투 운동의 시작점이 됐다. 이후 연예계와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연극계에서는 연극인 김수희 씨의 폭로를 시작으로 거장으로 불리는 연출가 이윤택씨가 약 18년간 여배우들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났다. 정치계 유명인사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또한 그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 씨의 폭로로 성폭력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기존 성폭력 방지 운동과 미투 운동이 다른 점은 피해자들이 실명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는 성폭력 문제 인식과 연관돼 있다. 김영화 교수(사회대 사회복지)는 “어느 사회든 여성에게 억압적인 분위기가 있어왔다”며 “미투 운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공개한다는 것은 ‘나도 당했다’라는 의미를 넘어 ‘나도 이러한 여성 억압적 분위기에 연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대구_미투를_외치기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투 운동과 달리, 대구 지역 내 미투 운동은 비교적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실명으로 미투 운동을 진행한 사람도, 미투로 지목된 가해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야 익명성을 보장하는 ‘각 대학 대나무숲’ 혹은 직장 내 커뮤니티와 같은 SNS를 통해 미투가 일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선입관과 편견, 남녀 성 인식의 이중성, 폐쇄적인 사회구조 등 사회적 장애물들이 많다”며 “그래서인지 대구경북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투를 폭로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어쩌면 대구경북의 지역사회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노진철 교수(사회대 사회)는 “대구내에서 타 지역에 비해 미투 운동이 부각되지 않는 것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조차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역 내 가부장적 윤리체계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보니 성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혔을 때 발생하는 2차 가해 역시 대구 내 미투 운동 촉진을 저해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노 교수는 “피해자가 신분을 드러냈을 경우 가족 및 친구 등의 관계가 빠르게 지역사회 전체에 알려지면서 피해자의 주변인도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며 “미투를 외칠만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서울수도권과 달리 보수적인 분위기의 지역에서는 지지세력 확보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폭로할 용기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은 폭로 후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가진 편견과 2차 피해에 시달려야한다고 생각하므로 폭로 자체를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대구 지역의 특수성으로 여겨지는 ‘보수성’이 궁극적인 미투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노 교수는 “보수성이라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사회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 의식조차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미투’를 외치기 위한 인프라 역시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상담 기관을 형식적으로 구축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학생들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이 편하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분석하는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적 장치에 대해서 노 교수는 “오랜 기간 지역에서 일한 향판(전국 법원에서 순환근무하지 않고 대전대구광주부산고법 등 지방 관할 법원 중 한 곳에 부임하여 퇴임할 때까지 근무하는 법관)이 많다”며 “이 때문에 법리적 판단 역시 대단히 보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한편, 지역 내 미투 운동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노 교수는 “피해자들이 폭로를 할 경우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미투 열기가 식어버리면 앞서 폭로한 이들의 희생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하라_대구_미투

이러한 지역적 보수성에 대항한 다양한 활동들이 지역 내 미투에 응답해서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월 ‘대구경북 미투 운동특별위원회(이하 미투 특위)’가 만들어졌다. 미투 특위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 여성의 전화 ▲대구여성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인권센터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포항여성회 ▲경주여성노동자회 등으로 구성됐다. 미투 특위 소속 기관 중 하나인 대구 여성의 전화 김정순 대표는 “집담회를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주고받던 도중, 대응조직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제시돼 특위를 구성했다”며 “미투 특위의 경우 관련 토론회 등의 행사를 개최하고 언론 모니터단을 구성하는 등,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특위는 미투를 외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성 중에 있다. 대구 여성의 전화에서는 가정폭력 및 성폭력 해결을 위한 여론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여성평화를 위한 의료인 및 변호인단 운영, 무료법률 상담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인이 미투를 외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단체에서도 고민 중”이라며 “미투 특위로 연락을 하면 상담 및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일 오후 6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대구여성주의그룹 ‘나쁜페미니스트(이하 나페)’가 주관하는 행진 ‘다같이 싸우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우리는 계속 말한다. #Me_too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나페 활동가 ‘민뎅’씨는 “전국적으로 미투 발화들이 활발히 진행되는 와중에 대구에서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금 여기 같이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With you’를 외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집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집회는 나만의 ▲피켓만들기 ▲미투 위드유 말하기 ▲행진 순으로 진행된다. 민뎅씨는 “성폭력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해당 문제들을 더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행사를 통해 실제로 많은 이들을 만나 서로의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는_With_you

미투 운동에 이어 #With_you 운동(이하 위드유)도 함께 펼쳐지고 있다. 위드유는 성범죄를 폭로한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본교 여교수회는 지난달 18일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위드유’를 선언했다. (본지 1609호 2면 ‘여교수회도 외친 #With You, 전국 44개 대학 지지 동참’ 기사 참조) 미투 운동과 위드유 운동 모두 ‘연대’라는 의미에 중점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미투위드유 운동은 연대를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 운동’이다. 노 교수는 “미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제라도 과거를 반성하고 공개적 논의를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 불평등이라는 현상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법과 정책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성별인식을 발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서에 맞는 ‘한국형 미투 운동’으로 발전해야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남녀가 서로 다른 존재인 것처럼 가르쳤고 서로 공유하고 상생하는 공동체 가치보다는 남녀 분리 문화를 가르쳐왔다”며 “남과 여가 차등한 것이 아니라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력하는 공생적 가치를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오는 7일 6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다같이 싸우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우리는 계속 말한다. #Me_too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손정우 기자/sjw17@knu.ac.kr이광희 기자/lhe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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