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2018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 보궐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다. 지난 20일 국제경상관 뒷편에는 총학생회 선거에 ‘후보자 없음’ 공고가 조용히 붙었다.‘복현의 소리’를 비롯한 본교 커뮤니티에는이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2018년한 해 동안 본교에 총학생회가 들어설 기회는 없다. 그렇다고 단과대학 선거가 잘 된것도 아니다. 이번에 일괄적으로 보궐선거를치른 10개 단위 중 5개 단위에서 후보자가출마하지 않았다.

영남일보는 지난 12월 기사 <대학가 학생대표 ‘구인난’…취업걱정·정치 무관심 탓?>을 통해 본교 학생회의 ‘구인난’을 보도했다. 다들 이러한 상황을 하나의 ‘아포칼립스(멸망)’로 보는 것 같다.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학생회가 없으면 대학은 정말 몰락할까?” 본교 학생회칙 전문에는 ‘진리, 긍지, 봉사를 건학정신으로 하는 우리 경북대학교의 총학생회는 ▲실질적인 대학의 자치를 이룩하고 ▲학원(대학)을 진보적이고 창조적인 민족문화 건설의 요람으로 만듦과 아울러 ▲민주주의 실현 ▲조국의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해 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명시돼있다. 대학 자치를 제외한다면 학생회가 없어진다고 해서 당장 심각해질 문제는 없다.순전히 학부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학생회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느끼는경우는 많지 않다. 본교의 업무 대부분은 대학본부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꼽아볼 수 있는 것은 ‘대동제’ 정도다. 이들은 비대위가 구성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혹자는 “학생회가 있어야 대학에서 학생의 권익 확보가 용이하다”고 한다. 총학생회가 존재했던 지난 2월, 본교 학생활동 및 후생복지 예산은 37.5% 삭감됐다. 그러나 장학금 확충 사업 예산은 동결됐다. 장학금이 무사하다면, 학생활동 예산이 줄어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즉 학생들에게는 학생회를 지지할 이유가없다. 그들을 믿을 필요도 없다. 미국의 사상가인 에머슨은 “공포는 항상 무지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생회가 없어진 뒤 대학이 어떻게 될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이러한 무지는 ‘학생회가 없어지면 큰일 난다’라는 막연한 공포를 만든다. 그러나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학생회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기때문이다. 공감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자’고 외쳐봤자 소용이 없다.진짜 문제는 학생회의 붕괴가 ‘학생사회’가 흩어져 간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학생회는 학생사회 구성원을 모으며 대학생들의 연대를촉진했다. 그러나 연대할 수 없는 대학사회는 공동체가 아닌, 파편화된 개인만 남은 학원에 불과하다. 연대를 잃은 대학사회는 더더욱 학생회를 구성하기 어렵다. 올해부터이 덫에 걸려든 본교는 완전히 ‘망했다.’사실 학생회의 몰락은 그 자체로는 별일이 아니다. 진짜 아포칼립스는 흩어져가는학생사회다. 아포칼립스는 아주 천천히, 확실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학생회가가졌던 본질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야 하지않을까.

이광희

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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