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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폭력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도 같이 싸워야 하나, 도망쳐야 하나, 아니면 침묵해야 하나? 스스로도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해본다. 필자가 말하는 폭력은 단순히 신체적인 폭력은 아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시선의 폭력, 언어의 폭력, 차별의 폭력 등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그러한 폭력들이다. 그리고 그 폭력들을 주로 다루는 작가가 있다. 바로 황정은 작가다. 오늘 소개할 작품도 황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한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주어와 목적어가 없다는 점에 시선이 갈 것이다. 누가 무엇을 계속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소라나나나기’다. 원제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자연스럽게 책의 주인공 이름들이 소라, 나나, 나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라와 나나는 엄마인 애자 밑에서 자란 한 부모 가정의 자녀다. 그리고 나기 역시 한 부모 가정의 자녀이다.
책은 소라의 입을 빌려 동생인 나나가 임신을 한 것이 아닌가를 의심한다. 임신을 했다는 것은 엄마가 된다는 의미를 뜻하고 이 자매에게 엄마는 곧 애자를 뜻한다. 일찍 남편인 금주를 잃음으로 삶의 이유를 잃은 애자는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애자(愛子), 문자 그대로 사랑이 넘치는 이름. 그러나 사랑이 너무 과해서 그 사랑의 대상이 사라지자 삶을 포기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아이들을 방기한다. 아이들은 애자의 무기력함을 목격하면서 성장했고 애자의 남편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강한 무관심 속에서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소라와 나나는 엄마인 애자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애자’라고 칭한다. 소라와 나나, 두 자매는 애자가 경험한 강렬한 사랑을 경계하며 엄마가 되는 것 역시 두려워한다.
반면 나기는 두 자매와 다르게 중학교 때부터 짝사랑한 남자를 어른이 돼서도 사랑한다. 남성으로 남자를 짝사랑하는 나기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동성애에 대한 폭력을 사랑을 통해서 보여주는 황정은 작가의 글은 힘이 있다. 또한 애자의 방기에 대해서도 단순히 애자를 나쁜 엄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의해서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나와 소라가 그렇게 시니컬해질 수밖에 없는 가정환경이 두 자매의 세계관을 만들어간다.
이 책에서는 인간에 대해서 이렇게 바라본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하찮은 존재들이 어떻게든 이 폭력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바로 사랑이다. 그 사랑이 꼭 이성을 향할 필요가 없고, 꼭 인간을 향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는 오늘 하루를 버티기에 사랑한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그것이 필요하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귀한 것은 말 그대로 별로 없기에 소중하다. 우리는 별로 없는 소중한 가치들로 웃고 울고 욕망하고 살아간다. 오늘도 결국 삶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이다.


김대연
경상대 경제통상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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