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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지난달 7개월여의 활동을 끝낸 <경북대 중장기발전정책연구위원회>가 설정한 우리 경북대의 비전이다. 2011년 법인화 논쟁의 광풍 속에서 서울대가 기어이 법인으로 화하자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은 정체성 고민의 늪에 빠졌다. 서울대처럼 언제고 법인화되고 말 것인가, 국립대학으로서의 존립은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라는 등의 문제였다. 수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별로 바뀐 것 같지 않다. 지역균형발전과 교육공공성의 표상인 국립대학 예산이 아직 OECD 평균(GDP의 1.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2014년부터의 <국립대학법> 제정 요구가 별무반향이라는 현실이 그렇다.
그동안 교육부의 채찍과 당근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9월 교육부는 앞으로 목적성 재정지원을 축소하고 일반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이며 그것을 대학의 중장기발전계획과 연계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2018 대학기본역량진단사업>을 발표했다. 본 중장기정책위원회는 그 와중에 출범했는데(2017.8), 대학본부의 요청으로 맨 먼저 맞닥뜨린 과제가 바로 대학의 정체성 문제였다. 여러 논의 끝에 위원회는 서울대가 떠난 자리를 우리가 대신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고, 그런 인식이 ‘경북대학교, 대한민국 대표 국립대학’이라는 비전을 설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대표 국립대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카데믹 플랜을 맡은 위원장으로서 필자는 무엇보다도 고대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고르디우스 매듭’의 고사에서, 또 500년 전인 1517년 루터의 종교개혁 슬로건 ‘Ad Fontes’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개인과 사회와 국가 가릴 것 없이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도처에서 빈발하는 이 시대의 혼돈과 혼란상은 결국 근본 또는 기본이 결여된 데 그 원인이 있으므로 더욱 본래의 이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복잡하고 혼탁한 세상에 가장 좋은 대응책은 오히려 단순명료한 것이라는 것, 그 점을 일깨워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의 지혜는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라틴어 경구 ‘Ad Fontes’(To the original sources)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국립대학의 경우 이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명제는 곧 대학정신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고, 위원회는 그것을 교육과 연구와 재정과 지역협력의 4개 핵심 분야에서 ‘공공성’과 ‘수월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시류와 외압에 편승하거나 맹종하지 않고 묵묵히 교육·연구·재정·지역협력의 공공성과 수월성에 매진할 때, 경북대학교는 대한민국 대표 국립대학의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발전계획서에는 4개 핵심 분야의 정책목표를 각각 ‘고품격 교양을 갖춘 전문인 양성’(교육), ‘연구부문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연구), ‘2030년 연간 1조 규모의 대학재정 확보’(재정), ‘지방분권과 지역혁신의 메카’(지역협력)로 요약했지만, 여기서는 교육과 재정 부문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간략하게 피력하고자 한다.
 국립대학이 담당해야 할 일 중에서 교육만큼 중요한 분야는 없다. 대학을 ‘고등연구기관’이라 하지 않고 ‘고등교육기관’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이다. 교육 문제에 관한 한 지금은 그저 그런 개혁이나 혁신이 아닌 가히 ‘혁명’이 필요한 시기이다. 위원회가 설정한 ‘고품격 교양을 갖춘 전문인 양성’이라는 교육정책목표와 기초교양대학(RC), 독서교육, 전공글쓰기 같은 세부과제들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필자는 우리 경북대가 키워낼 이 고품격 전문인을 ‘KS(KNU Standard) 인재’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 국립대학인 경북대학교 졸업장이 바로 ‘KS 인재’의 품질보증서로 통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나아가 필자는 훗날 역사에서 21세기 초 경북대는 교육혁명의 발원지였고, 당시 총장은 KS 인재 양성에 진력한 교육혁명가였다고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학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 마디 덧붙인다. 작년 5월 집권 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위해 노동계 수장들을 300시간에 걸쳐 100번을 만나 설득 또 설득한 결과 유럽에서는 바야흐로 프랑스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간곡하게 바란다. 대학본부는 본 중장기정책위원회가 제안한 <미래기획위원회>를 조속히 만들기를, 총장은 이 <미래기획위원회>를 업고 국내외 각계각층 경북대 동문들을 300시간으로 부족하면 3,000시간을, 100번으로 안 되면 1,000번을 만나시기를. 앞으로 모교는 고품격 KS 인재를 키워낼 테니 후원을 아끼지 말라고 호소하시기를.


이덕형 교수
인문대 독어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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