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1545호(14.11.17 발행)에서 학벌에 대한 본교생의 인식을 총 6개 항목으로 나눠 조사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보다 학벌이 높은 상대에게 열등감을 느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45%는 자신보다 학벌이 낮은 상대에게 우월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40%는 편·입학 및 반수를 통해 수도권 대학으로의 진학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학벌에 대한 본교생의 인식, 더 나아가 학벌이라는 사다리 위에서 본교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내는 결과였다. 

그로부터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러한 인식의 결과를 보여주듯 그동안 본교의 자퇴생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학사과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89명 정도였던 자퇴생 규모는 2017년 523명으로 늘었다. 약 34%에 이르는 증가치다. 자퇴 사유의 다수가 ‘타대학 진학’임을 보면 앞서 말한 본교생의 ‘인식’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는 기자의 마음은 복잡하다. 대학생의 대부분이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출신 학부의 학벌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던 현실이다. 본교 자퇴생 다수가 수도권으로의 진학을 생각한 것처럼, 어쩌면 지방소재 대학인 본교가 수도권의 대학보다 취업·진학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그들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실행에 옮긴 자퇴생들을 책망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기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토록 차별적인 현실에 대한 그들의 대응이 지나치게 순종적이라는 점이다. 학벌이 개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인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자료들이 대학 입학 성적과 전공적성능력 간의 무관함을 증명하고 있다. 대학 진학 전과 후의 학업성취도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면, 취업·진학 시장에서 개인이 그동안 개발해온 수많은 다른 능력보다 학벌이 더 우선으로 평가될 이유도 없다.

사회의 흐름 역시 기존의 학벌 중심 인사 기준에 제동을 걸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부터 공공부문에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보면, 학력은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이므로 입사지원서에 기재할 수 없게 돼 있다. 학력과 함께 기재불가로 지정된 항목에는 출신 지역·가족관계·신체적 조건 등이 있다. 이러한 정책의 저변에는 개인은 온전히 그가 가진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있다. 가장 원론적이면서도 그동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던 내용이다. 

그렇기에 기자는 우리의 인식도 이제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누구인가에 따른 차별에 우리는 분노해왔다. 마찬가지로 모교가 어느 곳인가에 따른 차별에도 더 이상 순응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피해를 감수하고 현실에 반해 싸우라는 허울뿐인 정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앞장서 각종 분야의 차별을 제거해나가고 있다. 우리 역시 잔존한 차별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학벌이 아닌 우리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차별에 맞서야 할 때다.

장은철

탐구팀 대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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