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평창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 진행된 올림픽은 마치 ‘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보는 것 같았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려 디자인한 메달, 요정 같은 피켓요원의 의상,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스코트들. 개막부터 폐막까지, 평창의 모든 곳에는 예술이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단연 눈에 돋보이는 것은, ‘스포츠’ 그 자체로서의 미학이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균형미이다. 균형이 잘 잡힌 데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인 만큼 운동선수들에게서 찾아보기 쉽다. 스켈레톤 경기의 경우 거의 모든 선수들이 비슷한 자세로 움직이는데, 썰매를 잡고 달리다가 썰매 위에 엎드린 후 신체 여러 부위로 조종해 질주한다. 질주 속도가 워낙 빠르고 헬멧을 착용하기 때문에 얼굴 표정과 신체가 잘 보이지 않으나, 썰매 위에서 꼼짝 않는 듯하면서도 머리와 무릎, 어깨와 다리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어마어마한 속도를 제어하는 데서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컬링도 그러하다. 스톤을 정면에 놓고 중심을 뒤로 옮긴 후 슬라이딩하며 스톤과 신체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에서 묻어나는 균형미란! 게다가 정면을 노려보는 선수들의 비장한 눈빛마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다음으로 생동미다. 움직임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은 스포츠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서, 선수들은 출발선에 섰을 때 저마다 다른 자세를 취한다. 총소리가 울리고 다리를 뻗어 앞으로 나아가는 그 움직임이 생명력을 얻고, 아름다움이 생동한다. 스노보드 종목의 움직임 또한 아름답다. 선수들이 보드를 탄 채 슬로프의 벽면을 타고 뛰어올라 아찔하게 돌고 착지하는데, 그 예술성에 감탄해 마지않았다.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슬로프와 하늘을 지배하고, 속도감과 박자감이 절정에 다다르면, 관중의 환호 속에 보드가 천천히 멈춘다. 아름답다. 

또 생동미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동계 스포츠 종목은 뭐니 뭐니 해도 피겨 스케이팅 종목이다. 음악의 선율이 장내에 울려 퍼지고, 스케이트 날이 빙판 위를 부드럽게 노닌다. 음악과 춤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예술성에 정점을 찍는 것은 의상이라 생각한다. 의상의 소재와 색, 디자인은 선수의 동작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단조로운 빙판 위에 선명한 색이 물든다. 특히 시폰 소재의 드레스를 착용한 선수의 스핀 동작과 점프 동작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이 모든 아름다움의 씨앗은 스포츠가 가진 팽팽한 긴장감이 아닐까. 올림픽은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승리를 향한 순수한 욕망이 가득한 곳이다. 경기에 임하는 이들과 경기를 바라보는 이들의 뜨거운 심장, 차가운 긴장이 폭발하는 데서 이 모든 아름다움이 시작하는 것이다. 총소리가 터지기 전까지 경기장을 감싸는 침묵 속의 날선 긴장감, 피니시 라인에 밀어 넣는 여러 개의 스케이트 날, 빙판 위의 춤이 멎고 세차게 몰아쉬는 숨결.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어찌 될지 모르는 스포츠의 맛이라는 게, 발 동동 구르면서 주먹 꽉 쥐면서 눈물 찔끔 흘리면서 감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예술이다. 동계올림픽 내내 이 눈부신 예술이, 스포츠의 아름다움이 눈에 가득 찼기에 황홀하고 행복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은 끝났지만 곧 또 다른 올림픽이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이 스포츠라는 이름의 예술을 관람하면서 행복할 수 있기를.

정채연

(인문대 국어국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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