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1일 본교 제50대 중앙운영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가졌다. 학생자치예산이 전 분야 60% 삭감된 것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학생들의 반대 운동과 본부와의 대화로 삭감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올해 일반사업비 예산 대폭 삭감에 따라 본교는 곳곳에서 홍역을 앓고 있다. 본교의 올해 세입과 세출을 토대로 본교가 처한 재정난과 예산 배분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본교 예산안 구조와 현황 

올해 재정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입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세입은 크게 국가지원금과 자체수입금으로 구성된다. 국가지원금은 정부 재원에서 지원받는 예산이다. 인건비, 시설확충비 등 예산의 세부 명목이 정해져 있어 본교가 임의로 사용처를 결정할 수 없다. 자체수입금은 말 그대로 학교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수입으로, 본교가 자율적으로 배정할 수 있는 예산을 뜻한다. 지난달 8일 열린 ‘2017학년도* 제3차 경북대학교 재정위원회 회의’에서 통과된 예산안에 따르면 본교의 올해 세입은 작년에 비해 173억여 원이 증가한 규모인 3,206억여 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증액 요인은 국가지원금으로, 전년대비 210억여 원 증가한 반면 자체수입금은 약 37억 원 감소했다. 여기에 용도가 제한된 수입대체경비나 산단전입금을 제외한 자체수입금의 감소 폭은 97억여 원까지 크게 늘어난다. 자체수입금이 줄어든 원인은 ▲입학금 폐지 ▲수업료 감소 ▲순세계잉여금 감소 등이다. 본교의 올해 입학금 및 수업료는 약 1,249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68억 원 가량 감소했다. 올해부터 입학금이 폐지되면서 약 9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본교 학부생의 정원 감소와 본교 의학전문대학원치의학전문대학원의 학부 전환으로 인해 수업료가 21억 원 가량 줄었다. 이 30억여 원이 본교의 예상 감소폭이었으나 실제 감소치는 본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자퇴생 증가 ▲대학원 등록생 감소였다. 본교 자퇴생은 재작년 495명에서 작년 523명으로 늘었고, 대학원 등록생은 작년 6,182명으로 재작년에 비해 412명이 줄었다. 이는 2015년에서 2016년에 191명이 줄어든 것에 비해 큰 감소치다. 

순세계잉여금은 불용액으로 전년 회계에서 집행되지 않는 예산을 뜻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 26억 원 감소했다. 본교 재무과 송석민 재정운영팀장은 “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예산 집행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불용액도 감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계 연도는 당해 3월 1일을 기준으로 해가 바뀐다.

일반 사업 다수 분야 예산 삭감·폐지

재정난으로 예산 삭감이 큰 분야는 상대적으로 예산의 편성이 유동적인 ‘일반사업비’였다. 그 결과 올해 일반사업비 요구 사업 120개 중에서 98개의 예산이 삭감(58개) 혹은 폐지(40개)됐다. 항목별 삭감폭도 크다. 학생 관련 예산의 경우 ▲학생자치활동 ▲문화 및 학술활동 ▲학생동아리활동지원 등 학생활동 및 후생복지 예산 37.5%가 삭감됐다. 본교 제50대 ‘가람’ 총학생회(이하 총학) 전 부총학생회장 이소원(인문대 일문 13) 씨는 “현재 수준의 예산으로는 기존에 진행해오던 등교버스지원이나 인당 비용이 큰 사업 진행은 어려울 것”이라며 “주어진 예산 안에서 집행률이 높은 사업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31대 ‘감동’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 전 회장 박나원(인문대 사학 15) 씨는 “추가 증액을 위한 공동 행동을 취한 결과 삭감비율을 60%에서 25%로 줄일 수 있었다”며 “그럼에도 예산 총액이 부족해 총동연의 전체적인 사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내 고시원▲국가고시지원인력육성 사업▲취업활성화사업 등 취업 및 창업 활성화 예산도 53.5% 삭감됐다. 그중 농업생명과학대학 내 고시원인 호현재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농생대 행정실 박성진 주무관은 “필수적인 경비는 기관운영비에서 지원할 예정이지만 동영상 강의 지원, 서적 구매 지원 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고시원들에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 중단이 예상된다. 유태현(자연대 지구시스템과학부 17) 씨는 “학생문화 활동 예산 감축의 경우 학교의 재정을 고려해 납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취창업 지원 관련 예산을 줄인 것은 학생사회에 반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상주캠퍼스(이하 상주캠) 관련 사업 예산의 삭감폭도 크다. 상주캠 특성화지원 예산과 캠퍼스 간 교차강의 출강지원금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본교 통합교육지원본부 김태선 행정사무관은 “올해는 이전까지 진행해왔던 단과대학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와 학생 경쟁력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며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으로부터 4,000만 원을 지원받을 계획이지만 사업의 성격에 부합하도록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편성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간 교차강의 출강지원금 폐지에 관해서는 “본교 교수님들의 상주캠퍼스 출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출강 교수의 감소로 상주캠퍼스 교육 여건이 열악해질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도서관 관련 사업도 대폭 삭감됐다. 작년 304억여 원이 책정됐던 교육 및 연구자료 확충 사업에는 올해 178억여 원이 책정돼 41% 가량 감소했다. 본교 도서관 변여선 자료수집팀장은 “단행본학술지 등의 구매 예산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내년 DB 구독 협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 팀장은 “학생 일인당 도서 수 증가는 대학도서관 평가 기준에 있는 항목이기 때문에 도서관의 경쟁력이 감소할 수 있다”며 “이는 학교 전체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 확충 사업,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비용 예산은 유지?

올해 일반사업비는 9.3% 삭감됐다. 하지만 체감되는 감소폭은 훨씬 크다. 전체 일반사업비 예산의 31%를 차지하는 장학금확충사업 예산은 동결됐고, 45%를 차지하는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 비용(이하 교연비)은 3% 증가한 반면 두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사업의 예산은 평균 32% 가량 감소했다.

장학금 확충 사업은 국가 정책과 맞닿아있다. 올해 관련 예산은 215억 규모로 작년과 같다. 국가장학금 Ⅱ유형 수혜를 위해서는 학생 1인당 장학금 규모를 전년보다 늘려야 한다. 본교 학생과 김선영 장학복지팀장은 “67억 5천만 원 규모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수혜를 고려해 예산을 삭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연비는 작년 303억여 원에서 311억여 원으로 약 3% 증가했다. 교원에게 교육연구학생지도 등 각 영역별로 필요한 경비를 교연비에서 지원한다. 과거에는 기성회비에서 교원의 월급을 보조했으나 기성회비가 대학회계로 전환되면서 일반사업비 성격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교무처장 이강은 교수(인문대 노문)는 “사립대학 대비 국립대학 교원의 급여가 현저히 낮아 교연비로 임금 수준을 맞추고 있다”며 “교연비 감축은 교수의 근로조건을 악화시켜 교수의 이탈과 대학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교연비 예산이 일반사업비 명목으로 편성돼 있는 만큼 재정난이 악화될 경우 부득이하게 삭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연비 예산 증가분 3%는 ‘국립대학회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인해 폐지된 연구비 보조에 쓰일 계획이다. 이 처장은 “우선적으로 전액 삭감된 ‘연구교수 연구 지원비’를 보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임교수정착연구비 지원’과 ‘복현학술연구비’는 예산의 한계로 우선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다. 본교 제22대 교수회 의장 이형철 교수(자연대 물리)는 “신임교수정착연구비 지원은 최대한 보존토록 노력할 것”이라며 “오는 7일 교무처장, 기획처장과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본교에 닥친 재정난, 학교 구성원 전체가 이겨내야

본교의 재정난 극복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처장은 “줄어든 예산을 가지고 서로 싸우는 모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본교 구성원 간 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학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학생회장은 “학교의 재정이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구성원으로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무과 송 팀장은 “자퇴생 수의 증가와 정원 감소로 세입이 감소하고 인건비나 시설사용료 등 고정 세출은 증가하고 있다”며 “본교의 재정 상황이 향후 몇 년간 더 악화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본교의 예산 감축은 내년에도 유력하다. 이에 대해 이 의장은 “앞으로의 예산 배분에서 가장 필요하고 낮은 곳에 먼저 배분하는 철학을 공유해 나갈 것”이며 “본교 재정난 극복을 위해 예산 삭감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장은철 기자/jec16@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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