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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외설을 예술로서 정당화 하려고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 한 번쯤 로타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의 화보 속 여성들은 어린 나이를 강조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의상을 입고 있음은 물론이고 카메라의 구도로 교묘하게 가려진 팔, 멍한 표정, 수동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로리타 콤플렉스, 즉 소아성애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모델은 모두 성인이었고 단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미소녀(美少女)’일 뿐이었다고 사춘기 때 여성에게 느꼈던 두근거림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자신은 소아성애를 갖고 있지 않으며 그런 의도로 화보를 찍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물론 화보에 성적인 요소가 있지만 소아성애를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소녀였으며 화보에 성적인 요소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미소녀를 성적으로 표현했으며 모델이 성인이라도 화보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소녀이므로 청소년을 성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소녀를 성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미 그의 화보는 소아성애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같은 이유로 2015년 가수 아이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유의 뮤직 비디오 속에서 나타나는 성관계와 어린 아이를 연상시키는 표현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주인공이자 가정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한 제제에 대해 성적으로 묘사한 노래 가사와 앨범 그림이 문제가 됐다. 아이돌 가수 수지 역시 올해, 2년 전인 2015년에 촬영했던 화보로 논란이 되었는데 이 역시 화보의 배경이나 소품이 로리타 및 매춘을 연상시킨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앞에서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소아성애는 성인이 미성숙한 아동을 대상으로 갖게 되는 성적 집착을 말하는데 상대적 약자인 미성년자들에 대한 성적 욕망은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아 아동 성폭력으로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다른 예로 연예인 이승연이 2004년 위안부를 성적으로 묘사한 화보를 촬영하여 논란이 됐다. 전쟁 범죄의 피해자로 아직도 치료되지 못한 위안부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전쟁 피해자들에 대한 희화화며,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행위이다. 유명 모바일 게임의 일러스트 공모전의 수상작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게임의 캐릭터를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필리핀 빈민가에서 성매매로 삶을 연명하다 한국으로의 밀입국 중 토막 살인을 당한 코피노 여성으로 설정해, 범죄 피해자인 코피노 여성을 성적 대상화, 캐릭터화 했기 때문이다. 두 사례 모두 가해자나 방관자가 피해자를 다시 희롱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예술과 외설이 한 끗 차이밖에 나지 않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가 어떠했든 위의 사례들은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전혀 없다. 청소년이나 범죄의 피해자를 성적으로 소비해도, 성범죄의 피해자인 위안부를 성적 노리개로서 다시 한 번 성 상품화해도 단지 예술적 표현일 뿐이며 그것을 제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외설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은 외설가들의 보기 좋은 변명에 불가하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예술로 둔갑한 외설이 난무하고 있다. 작가는 물론 문화의 소비자들도 한 번 쯤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당신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는 것은 예술인가? 아니면 외설인가?


노아영
(사회대 문헌정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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