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테일러는 그의 저서 ‘불안한 현대사회’에서 근대성의 병폐로부터 기인하는 ‘불안’의 원인 세 가지를 제시한다. 그 원인에 대해 알지 못해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거의 모두 불안감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엔 사회적 불안을 넘어서 ‘지진’이라는 물리적인 불안이 우리를 덮쳤다.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은 이미 불안한 우리에게 너무나도 가혹했기에, 사람들 입에 더욱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불안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지진이 났을 때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괜찮아, 설마 죽겠어?’였다. 한국인들은 ‘안전 불감증’을 앓고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경북대신문은 이런 불감증에 대항하듯 불안한 것들에 대한 기사를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고 있다.

불안의 여러 모습은 1605호 지면을 통해서 잘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에 관한 기사였다. 허술한 지진 대처 매뉴얼은 교내 구성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4면에 교통안전을 다룬 기사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위험을 지적했다. 물리적인 불안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세밀한 불안들도 경북대신문 곳곳에 실려 있었다. 수업에 불성실했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폭력을 가한 강사에 대한 기사, 중앙운영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지연된 일, 식품 안전에 대한 사설, BTL 기숙사가 마주한 문제, 그리고 경북대의 ‘오늘’을 꼬집은 기자유변까지.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불안하고 힘들다는 것은 기사의 수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회적 불안은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그리고 이미 마주한 문제에 부딪힐 때 비로소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북대신문은 우리가 불안에 맞설 수 있도록 우리 앞에 여러 가지 불안을 가져다 놓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쩌면 마주하기 싫을 수도 있는 문제, 하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일들을 학내에 전달하며 우리 학교가 겪는 불안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동시에 경북대신문은 우리에게 희망을 전달한다. 경북대신문의 모든 지면이 불안과 문제로 도배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6면의 특집기사로 실린 본교 신임교수 소개는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분들을 소개하고 있고, 학내 구성원들은 기고를 통해 자신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마냥 불안 불감증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라는 위안을 받았다. 경북대신문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경북대신문은 지금까지 해왔듯, 앞으로도 우리가 마주해야할 일들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

독자평가위원

이규현

(사회대 사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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