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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10분이면 읽는다! '보는 문학' 웹소설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구르미 그린 달빛(2016)’이나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2016)’ 등의 드라마 제목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드라마들의 원작이 ‘웹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한국콘텐츠진흥원(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이하 KOCCA)에서는 웹소설을 ‘웹 기반의 플랫폼을 이용해 연재되는 소설’이라고 설명한다. 웹소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신춘문예’에 당선될 필요도, 책을 출판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연재’를 하기만 하면 된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어디에서나 글을 쓸 수 있는 현대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웹소설, 이러한 웹소설의 이모저모를 웹소설 작가·연구자와 함께 알아봤다●


[웹소설, 너는 누구냐]
‘엘리아냥’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자 웹소설 『달려라 메일』(2017)을 출간한 작가다. 그는 “플랫폼이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정식으로 연재를 하는 사람 모두가 웹소설 작가라고 생각한다”며 “웹소설에는 플랫폼에서 정식으로 연재되는 소설뿐만 아니라 아마추어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연재하는 소설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웹소설이라는 호칭은 2013년 1월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인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중화됐다. 이전까지는 흔히 ‘인터넷 소설’이라고도 불려왔다.
KOCCA는 지난해 웹소설을 웹툰·웹드라마와 함께 ‘스몰 콘텐츠’에 속한다고 정의했다. 스몰 콘텐츠는 하위문화집단이 즐기는 것으로 창작자와 독자의 관계가 긴밀한 콘텐츠를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스몰 콘텐츠의 특징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웹소설은 낮은 진입장벽으로써 많은 작가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웹소설 전문 플랫폼 ‘조아라’에 의하면 조아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수만 해도 약 14만 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2016년에 한 달 1회 이상 웹소설 서비스를 방문한 독자 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웹소설이 이렇게 많은 수의 작가와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는 웹소설 플랫폼이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 PC 등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동국대학교 파라미타칼리지 의사소통교육부 이채영 교수는 “웹소설 플랫폼의 구성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접근성을 극대화한 특징을 보인다”며 “페이지의 분절과 문장의 길이 등이 기존에 종이로 출판된 소설들과 달리 독자 친화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웹소설 플랫폼 ‘북팔’이나 조아라의 경우 글자의 크기나 페이지를 넘기는 방법, 배경의 색 등을 독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는 웹툰에 익숙한 독자들을 배려해 웹소설 본문 내에 삽화·등장인물 일러스트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유명 웹소설 작가 백묘는 “웹소설은 기존의 종이책에서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발을 맞춰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속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웹소설에 더해지는 시각적 효과는 문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일반 소설책과 달리 독자가 소설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삽화나 영상으로 시각화된 캐릭터는 독자에게 고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웹소설은 최근 상업성을 인정받아 콘텐츠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귀여니 작가의 『그놈은 멋있었다』(2003)나 윤이수 작가의 『구르미 그린 달빛』(2015) 등 드라마·영화화 되거나 웹툰의 원작이 되는 웹소설도 많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약 100억 원, 2014년 기준 약 200억 원, 2015년에는 약 400억 원까지 성장해왔다. 해마다 그 규모가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출판시장에서도 웹소설은 강세를 보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4월 공개한 ‘2016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73%, 140억여 원이 늘어 총 333억여 원이라는 큰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같은 시기 출판산업 총 매출액은 3.8% 감소했다. KOCCA에 따르면 현재 웹소설을 통해 연간 억대 수익을 올리는 작가도 100명을 넘어섰다. 엘리아냥은 “해가 갈수록 수입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주변 웹소설 작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함께 만들어가는 웹소설]
웹소설의 매력 중 하나는 기존 매체들과 다른 소통 방식에 있다. 웹소설 유통과정에는 작가·독자·플랫폼이라는 세 주체가 있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소설을 제공하고, 독자는 소설을 읽은 뒤 작가에게 피드백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독자는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주고받는 등 친분을 쌓기도 한다. 2003년에 인터넷 소설작가로 데뷔한 백묘는 “플랫폼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에는 메일이나 편지·팬카페에서 독자들과 소통을 했다”며 “요즘은 플랫폼 연재소설의 댓글이나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아냥은 “학생 독자가 본인이 처한 상황이 너무 힘들고 우울한 상황에서 내 작품이 삶의 활력이 됐다는 댓글을 달아줬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통방식은 작가와 독자 사이의 공감을 넘어 작품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여러 플랫폼들은 별점 또는 평점으로 독자가 작품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독자의 평가를 즉각적으로 공유받는다. 독자의 평가나 댓글은 단순 평가나 오탈자 교정 수준을 넘어 소설의 방향성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는 웹소설이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연재되는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교수는 “독자와 대중은 웹소설 연재 과정에서 글과 작가를 검증한다”며 “이를 통해 독자의 취향에 맞는 웹소설의 연재 지속 및 수익 창출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엘리아냥은 “독자의 지적이 타당할 때 그에 따라 소설 내용이나 방향을 수정하는 것도 웹소설 작가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장르 편중, 저작권 문제는 해결돼야]
이 교수는 “웹소설의 장르 중 가장 수요와 공급이 많은 것은 로맨스나 판타지 등이다”며 “이 중 대부분의 작품은 기존에 출간된 타 소설이 가지는 플롯이나 유형적 특성을 유사하게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부 한혜원 부교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북팔·조아라·로망띠끄 등 각 플랫폼마다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 소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웹소설의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보다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소설을 쓰려면 작가들은 기존의 서사 구조에 머물지 말고 다양한 형태와 장르의 창작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묘는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가 인기를 끌어 공급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같다”며 “그러나 비인기 장르에도 작가와 독자의 유입은 꾸준히 있다”고 말했다.
음악·예능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창작분야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는 웹소설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가장 큰 문제는 한 작품의 내용을 다른 작품이 그대로 베끼는 ‘표절’이다. 조아라에서 추천수 15만 회를 넘겼던 모 작품의 경우 표절작으로 밝혀져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웹소설 표절은 주로 독자의 제보로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후에는 두 작품의 작가들이 합의를 하거나 출판사가 중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표절작을 플랫폼에서 내리거나 글 구성을 바꿔서 쓰는 등의 조치가 이어진다.
‘불법퍼옴(이하 불펌)’ 역시 큰 문제 중 하나다. 특히 웹소설은 웹 플랫폼을 이용하는 특성상 복사가 쉽기 때문에 불펌을 방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엘리아냥은 “불펌을 하는 사람들은 플랫폼의 웹소설을 다른 커뮤니티에 복사해서 올리거나 ‘메모장’에 모아서 텍스트 파일로 공유한다”며 “내 소설과 지인의 소설도 텍스트 파일로 공유되고, 심지어 불법 판매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웹소설은 저작권법 제4조 1항의 어문저작물 또는 제5조의 2차적 저작물에 포함되므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판과정이 복잡하고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특성상 증거를 찾기가 힘들어 피해 웹소설 작가 대부분이 법적 대응을 포기한 상태다. 엘리아냥은 “내 소설의 불펌 증거를 찾아 고소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이 매우 길고 불펌 가해자와 직접 통화해야 하는 과정도 있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웹소설, 문학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
2013년 예스24 e연재 사이트에서는 웹소설 작가 정연주의 『기화, 왕의 기생들』(2013)이 인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보다 3배 높은 조회수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출간 후 종이책으로만 80만 부가 판매되기도 했다. 이처럼 독자들의 수요는 높지만, 웹소설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9월 경희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소설가 이승우 씨는 “웹소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불러온 인터넷의 돌연변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아는 문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연재된다는 특성이 웹소설의 가치를 낮춘다고 할 수 있을까?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김경애 교수의 논문 「‘보는’ 소설로의 전환, 로맨스 웹소설 문화현상의 함의와 문제점」은 “웹소설의 오락성은 잘 읽히는 소설이 되기 위한 자기 구명 전략이었다”며 “소설의 변화를 일종의 ‘문학적 허용’ 혹은 ‘웹적 허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전통적 문학 비평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웹소설 콘텐츠의 질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웹에서 구현된다는 점·독자적인 표현과 구성의 양식을 갖췄다는 점에서 기존 소설과는 차이가 있으나 대중을 위한 이야기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웹소설도 문학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통적인 시각이나 잣대로 웹소설을 평가하기보다는 새로운 매체에서 구현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분석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웹소설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이채영 교수는 “스낵컬쳐(snack culture.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식)를 소비하고자 하는 대중의 욕망과 수요는 커지고 있다”며 “대중의 접근이 쉽고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점에서 인터넷 문학은 앞으로도 그 명맥을 유지 혹은 확장해 갈 것이다”고 말했다.





[도움주신 분들]

웹소설 작가 백묘
2003년 데뷔.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를 주로 연재. 현재 네이버 웹소설에서 『그대를 사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연재 중.
“글은 가끔 취미로만 썼었는데, 대학 다닐 때 취미로 써서 올린 글이 출판사 눈에 띄었고, 그 때부터 쭉 글쟁이로 살아오고 있네요”

웹소설 작가 엘리아냥
2015년 데뷔. 판타지 배경의 로맨스 장르 주로 연재. 얼마 전 『달려라 메일』 출간.
“어머니가 제 글을 읽으시고 독자가 되셔서 어머니의 피드백도 많이 받았어요”

이채영 교수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고전문학 문화콘텐츠 전공. 현재 동국대학교 파라미타칼리지 의사소통교육부 교수로 재직.



▲카카오페이지에 게재된 엘리아냥 작가의 『구경하는 들러리양』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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