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인근에는 오랜 시간 동안 교내 구성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가게들이 많다. 동문의 ‘지구인 클럽’, 북문의 ‘인도 방랑기’, 서문의 ‘언덕아래집’, 정문의 ‘청춘 라면’, 쪽문의 ‘간식여행’에서 적게는 14년 많게는 28년 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들을 만났다. 애정을 가지고 가게를 운영하며 본교를 지켜본 그들의 생각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사진: 류승혜 기자/ysh17@knu.ac.kr 

외계인 출입 금지, ‘지구인 클럽’

▲지난 15년 간 ‘지구인 클럽’을 다녀간 많은 학생들의 흔적이 담긴 벽면의 모습

Q.‘지구인 클럽’을 운영해온 지난 15년 동안 동문에 여러 가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A.동문에 새로 생기는 가게들 중에는 젊은 사람이 주인인 경우가 많다. 한창 때인 청년들이 가게를 여는 걸 보면 ‘나도 이제 슬슬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단골손님들이 찾아와 “예전에 자주 다니던 가게들 중 찾아올 곳은 이제 여기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할 때마다 앞으로 더 오래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과거와 현재, 가게를 찾는 학생들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A.예전에는 학생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가게에 있는 만화책을 참 많이 봤다.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웹툰이 나와서 그런지 만화책을 보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벽에 빼곡하게 적힌 낙서들도 오래된 것이 대부분이다. 요즘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벽에 낙서를 하거나 주변 물건들에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Q.학생들에게 지구인 클럽은 어떤 공간이라고 생각하나?A.과거에는 지구인 클럽이 커피숍의 역할도 했다. 밥만 먹고 가는 게 아니라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심, 저녁 시간 이외에는 학생들이 잘 찾지 않을 뿐더러 찾아와도 밥만 먹고 금방 떠나는 공간이 돼버렸다.

Q.본교생들에게 한 마디를 전한다면?A.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요즘 세상이 참 팍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취직도 하기 힘들고 결혼도 하기 힘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뭐 하나 없는 것 같다. 사는 게 힘들어질 때 청춘 시절에 ‘지구인 클럽’에서 먹었던 돈가스를 떠올리길 바란다.

인도 알리기  공간, ‘인도 방랑기’

▲‘인도 방랑기’의 요리사 라이까망 씽(32) 씨와 대표 김은정(39) 씨.

Q.‘인도 방랑기’를 처음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A.인도 방랑기는 2004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전에도 인도에 대한 관심이 많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인도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다큐멘터리나 영화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었다. 그러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모임의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열게 된 곳이 바로 인도 방랑기다. Q.과거와 현재,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A.‘음식점의 문화’가 변한 것 같다. 대학가에는 대학가만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학생 손님들이 가게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교류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생기고 난 후, 어느 순간부터 가게 주인과 손님들의 교류는 대학가에서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는 문화가 돼버렸다. 초기에는 인도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인도 방랑기를 찾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요즘엔 단순히 인도 음식을 먹고자 찾아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Q.본교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A.대학생일 때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 단순히 취업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기 위해서 하는 활동 외에도 본인이 정말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갖는 분야의 활동을 해보면 좋겠다.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뭘까’ 생각해본 뒤 그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학생들이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에 인도 방랑기도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있다. 인도 음식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부터 인도의 역사와 문화까지, 인도에 대한 여러 방면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겠다. 그뿐 아니라 영상 제작(인도 방랑기 대표의 남편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이성규 씨다.), 식당 창업 등에 대해서도 모두 물어보라.

만남의 광장, ‘언덕아래집’

▲‘언덕아래집’의 사장 조준현(60) 씨와 김인숙(58) 씨가 환한 미소로 웃고 있다.

Q.가게를 운영한지는 몇 년이나 됐는가?A.1990년에 오픈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햇수로 치면 28년 째인 셈이다.

Q.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A.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자주 오던 동아리가 있었다. 재학 시절 동아리에 속해 있었던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줄곧 방문했다. 그런 중에 그 동아리에 새로 들어온 후배와 대학을 졸업한 선배가 동시에 가게를 찾은 적이 있는데, 두 사람이 일면식이 없는 사이여서 가게 주인인 내가 서로를 소개해준 적도 있다.

Q.‘언덕아래집’을 운영해온 지난 28년 동안 서문의 여러 가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A.장사를 하면서 크게 두 번 정도 가게들이 확 바뀐 것을 느꼈다. 이웃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질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또 그럴 수록 언덕아래집을 더 오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과거와 현재, 가게를 찾는 학생들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A.요즘 학생들을 보면 예전보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현재가 훨씬 여유 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과거의 학생들이 더 여유로웠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생들은 바로 앞에 주어진 일들에 쫓겨 사는 것 같다.

Q.언덕아래집이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A.꼭 밥을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냥 지나가면서 ‘물 한 잔 주세요’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싶다. 누구나 찾아와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되길 바란다.

이야기가 있는 라면, ‘청춘 라면’

▲‘청춘 라면’의 메뉴판 주변에는 단골손님들이 주고 간 명함들이 붙어있다.

Q.가게를 운영한지는 몇 년이나 됐는가?A.1998년도에 오픈을 해서 지금 20년 차에 들어섰다. 사실 ‘청춘 라면’은 체인점인데, 본점이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 지점이 가장 오래된 가게가 돼버렸다. 예전에는 체인점도 여러 곳이었지만 현재는 경북대점, 계명대점, 대구대점 등 세 군데밖에 남지 않았다.

Q.대학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A.쓸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주변의 가게들도 1~2년 주기로 사라지거나 생기기를 반복하고, 오랜 기간 함께했던 이웃 가게가 한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또 손님인 학생들도 입학과 졸업을 반복하니 쓸쓸함이 많이 느껴진다.

Q.지금까지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A.대학생 때부터 회사원이 된 후에도 자주 오는 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그 학생은 여자친구와 라면을 자주 먹으러 왔고,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준다고 우리 가게에서 영상을 찍어가기도 했다. 나는 당연히 그 둘이 결혼할 줄 알았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을 했더라. 그 학생이 지금 아내가 될 사람을 데리고 우리 가게를 찾아 오기 전에 먼저 전화를 걸어 “지금 여자친구와 곧 결혼할 예정이니 예전에 있었던 일은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웃음)

Q.가게를 오래 운영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A.20년이라는 시간이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내 아이들이 커가고 내가 늙어가는 과정처럼 자연스러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언제까지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오랫동안 학생들이 성장하는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

젊음과 추억의 장소, ‘간식여행’

▲‘간식여행’에 찾아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는 주인 채경숙(57) 씨의 모습.

Q.가게를 운영한지는 몇 년이나 됐는가?A.올해로 20년째가 된다. 1998년도에 분식을 파는 식당으로 시작했다. 여행을 떠날 때 즐겁게 채비를 하고 떠나는 느낌을 주고 싶어 식당 이름을 ‘간식여행’으로 정했다.

Q.간식여행에 늘 학생들이 붐비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A.“돈이 많을 때 북문에 가고, 돈 없을 때 쪽문에 온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우스갯소리로 한다. 아마 음식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찾는 게 아닐까 싶다.(웃음) 그리고 오랫동안 가게를 유지해와서 그런지 단골손님들이 많다. 학생들이 지나가다가도 우리 가게에 자리가 많이 비어있으면 주변의 선후배들에게 전화해 “이모 집에 손님 없으니까 자리 잡아줘라”라고 하기도 한다.

Q.가게 벽면에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는데, 어떤 의미에서 사진을 붙이기 시작했는가?A.예전부터 가게에 자주 오는 학생들을 휴대폰으로 찍곤 했었다. 그런데 휴대폰 속에 있는 사진은 자주 보게 되지도 않고 한 번 지우면 그대로 사라지니까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가게 벽면에 사진을 붙이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 붙이지 못하고 인화만 해둔 사진도 많다.

Q.대학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A.가게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표정이 밝을 때, 그리고 학생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또 간식여행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간식여행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도, 꾸준히 찾아주는 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앞으로도 여행을 한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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