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온다고 고생했다. 요즘 부쩍 추워지는 것 같아. 아이고 벌벌 떨고 있네, 바닥 데워놨으니까 여기 앉아. 넌 예보도 안 보고 오니? 이제 새벽이면 영하로 내려가던데 옷 좀 제대로 챙겨입고 오지. 집에서 귤 박스 보내왔는데 하나 까서 먹어. 근데 너 진짜 오랜만이다. 요즘 통 보이질 않어! 예전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더니 어째서 갑자기 칩거에 들어가셨나? 얼굴 좀 보이고 살어!

아 그래, 그 뉴스 봤냐? 9일에 대학평의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던데. 이제 대학 최고 심의기구에 학생들도 참가한다는 것 아니냐? 또 우리 대학 총장선출도 직선제로 바꾼다고 난리잖아. 상주에서 공청회도 열었더만, 대구에서 열 때 나도 가보려고. 최근 흥미로운 일들이 참 많단 말이지. 근데 이런 통에 총학생회장 나가리 됐고 뒷수습해야 할 중앙운영위원회가 한 번은 정족수 못 채워서 열리지도 못했다며? 거참, 우리 학생들 목소리 내야 할 시기에 대표자라는 양반들이 너무 무책임해. 그래 가지고 니 면이 서, 안 서? 참 너를 힘들게 하네. 그러니까 말이지, 지금이야 말로 니가 역할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니냐? 그런데 다들 받쳐주기는커녕 못살게 굴고만 있고. 그냥 니가 직접 애들 모아서 나서면 안 되냐? 너의 리즈 시절 모습으로 확 몰아치는 거지! 어! 나라도 지원사격 해줄게. 그니ㄲ... 콜록콜록! 목 갈라지는 것 봐. 오랜만에 너무 흥분했네. 아참...... 왜 찬바람이 들어오나 했더니 저 창문 틈새로 새고 있네. 잠깐 닫고 올게. 

그래,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지. 어쩌면 예전처럼 뭉쳐서 목소리를 내는 시대가 지난 것일지도 몰라. 자연스런 시대의 변화인지도 모르겠어. 각자도생하기도 힘든 시기 아니냐. 우리가 한참 외쳐대던 말들은 저 창문 틈 바람처럼 기침 일으키고 신경이나 쓰이게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창문 닫아 추위를 막고, 각자 위치에서 살아가면서 세상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순리일지도 몰라. 분명한 건 그게 니 스타일은 아니란 거! 후우, 하(깊은 한숨). 한참 목소리 낼 때 윗놈들은 들어주지도 않더니, 이제 시대는 바뀌어서 목소리 낼 만하니 분위기가 또 달라졌네. 우리 삶은 이제 이렇게도 팍팍하니 모이기도 힘들어. 너무 나만 주저리주저리 했나? 그러고 보니 니 얘기를 한마디도 못 들었네. 지금 내가 말한 것들 어떻게 생각해? 뭐야, 짜식. 왜 피식 웃고 말어? 제대로 된 반응과 답을 내놔 봐! 또 소심한 척 하기는, 너도 좀 변했다. 참 이제 너를 너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것 같아. 서로 너무 거리감 있는 느낌도 들고 거의 호칭을 당신쯤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에그, 어색하다고 해서 맘 상한 거야? 농담이지 노옹담! 

벌써 일어나 보려구? 옛날엔 눈만 마주쳤다 하면 초록색 병, 갈색 병으로 기차놀이는 기본이었는데 말이야. 자, 여기 손난로 하나 챙기고 현관까지 바래다 줄게. 조심히 가봐. 너무 꿍하게 있지 말구 자주 연락해. 애들이랑 만나서 한 판 벌여봐야지!

김민호

대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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