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사전에 의하면 ‘queer’는 ‘이상한, 보통이 아닌’이라는 뜻이다. 이는 일부 사람들이 동성애자를 멸시할 때 쓰였는데, 동성애자들이 이를 당당하게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썼고, 지금은 성소수자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 세간에서는 성소수자를‘queer’의 표면적인 뜻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존재를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대중매체에서 퀴어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은 워딩을 쓰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최근 어떤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힐 때 ‘-밍아웃’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밍아웃’의 어원인 ‘커밍아웃’은 퀴어가 자신의 성 정체성 및 지향성을 밝힐 때 쓰는 용어다. 이를 변형하고 남용하는 것은 ‘커밍아웃’의 진짜 의미를 희석시키고 퀴어의 언어를 빼앗는 일이다. 일상에서 남성이 진한 화장을 했을 때 ‘게이  같다’고 하거나, 동성 친구끼리 스킨십을 할 때 ‘너희 사귀니?’라고 놀리는 것 또한 퀴어의 존재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퀴어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퀴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이다. 퀴어 용어와 의미, 성 정체성, 성별, 성적 지향에 따른 퀴어의 분류 등 그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대중매체의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그들에 대한 지식적, 의식적 차원의 이해가 부족하다. 매체 내에서 퀴어를 고려하지 않은 소재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유행할 경우, 비당사자들은 이를 알지 못하지만 퀴어들에게는 폭력으로 작용한다. 퀴어에 대한 개인의 인식 또한 문제가 된다. 그 존재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개인은 대체로 퀴어에 대한 낯섦, 또는 부정적인 생각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퀴어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그에 따라 인식을 올바르게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공교육 차원에서 퀴어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및 인권 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대중매체에서는 방송 소재에서 퀴어 비하적·성 고정관념적 요소들을 수정·배제하여 퀴어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없애야 한다. 매체와 교육에 잇따른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개인은 퀴어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재고해 보고, 언행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엄연히 사회의 일부이지만, 퀴어들은 아직도 세상의 무지와 무시 속에 내던져져 있다. 퀴어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세상을 맞이하는 과정은 천 리 길보다 더 길고 험한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퀴어에 대한 지식 확장, 폭넓은 인권 교육 등 개인과 사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퀴어가 동등하고도 당연한 존재로 인정받는 날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박유경

(인문대 일어일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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