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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사람

우리가 사는 지역, 그리고 그 속의 사람을 모으다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배경이 수성못이 아니라 앞산의 청보리밭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인물갤러리 ‘이끔빛’ 서태영(인문대 사학 91) 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사(地域史)에 대한 연구를 하며 여러 인물을 만나는 걸 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는 영남일보 객원기자로도 활동하며 지역의 풍경을 사진과 글로 전달하고, 대구시의 각 구청에서 무분별하게 진행하는 여러 기념사업에 비판의 소리를 내기도 한다. 서 대표는 직접 내린 고소한 커피로 기자들을 맞이하며 사람 냄새 나는 대구 이야기를 전했다●

Q. 대구·경북 지역사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군 제대 후에 늦깎이 학생으로 본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역사 공부에 흥미가 있어서 역사 교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향은 경남 진주이지만 서울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생활을 해봤는데, 대학생이 돼 대구에 와 보니 이 지역엔 원효대사나 최치원, 퇴계 이황과 같이 동아시아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인물들을 키워낸 대구·경북의 발자취를 좇고 싶다는 마음으로 대구·경북 지역사 연구를 시작했다.

Q. 지역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은 결국 자기가 사는 곳을 뜻한다. 외국을 탐방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사는 곳을 잘 알아가는 것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문학·음악 등 예술이나 다른 사업을 할 때에도 그 근간을 이루는 아이디어는 지역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지역사의 관점으로 짚으면 일상에서 너무 익숙한 나머지 우리가 떠올리지 못한 것들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Q. 대구·경북 지역 역사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구시와 각 구청에서 진행하는 기념사업들은 대부분 최근 100년 동안의 대구·경북을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더 긴 세월을 되짚어보며 대구·경북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조대장경*이나 사림(士林), 같은 성을 쓰는 공동체의 시작도 대구·경북에 있다. 조선시대에 불의에 대항한 김종직이나 김일손 등의 학자들도 대구·경북에서 수학했다. 그런 사실이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지면 좋겠다.
흔히 ‘3연’이라고 하는 혈연·학연·지연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데, 좋은 연의 시작이 됨으로써 연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구는 보수적인 면도 있지만 그런 연이 여전히 남아 있어 사람 사는 맛이 있는 곳이다. 

*초조대장경 : 고려 현종 때 거란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물리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고려 최초의 대장경이다. 1232년 소실 전까지 대구 팔공산 부인사(符仁寺)에 보관돼 있었다.

Q. 얼마 전 중구청에서 주관한 ‘순종어가길 기념사업’을 비판했는데,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역사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도시의 정체성에 맞는 기념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궐 밖으로 나오는 것을 ‘행행(行幸)’이라고 했다. ‘순행(巡幸)’은 일본의 천황이 지방을 둘러보는 것을 뜻한다. 순종은 일제에 의해, 부산에 파견한 일본 군함에 승선하여 일본 해군의 전투 훈련과 군사력을 확인하고자 대구를 거쳐 ‘순행’하게 된 것이다. 어떤 의미의 행사인지, 어떤 경로로 순종이 다녀갔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왕’이 다녀갔다는 이유만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Q. ‘영남일보’에 자전거를 타며 사진을 찍는 ‘포토바이킹’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포토바이킹을 하는 장소는 어떻게 선정하는가?
대구에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풍경을 느끼기 좋은 장소가 많다. 처음 포토바이킹을 시작할 때는 화랑도 정신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을 장소를 선택했다. 화랑도가 삼국통일을 위한 근본적 정신이라고 생각해서 지역 사람들에게 화랑도의 훈련방식과 장소를 알리고자 했다. 그 뒤로는 주로 풍경이 좋은 곳을 선정했는데, 조선시대 선비들이 공부하던 서원 등을 골랐다. 이를 통해 지역에 대한 연구를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었다.

Q. ‘인물갤러리’는 조금 생소한 개념인데,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가?
평소 사람들의 특징을 살피는 것을 즐기는데, 내가 훌륭하다고 판단한 인물의 특징을 기록하고자 한 것이 인물갤러리의 시작이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만났을 때 좋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교류가 가능한 사람, 혹은 지닌 가치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분들과 만나고 싶어서 인물갤러리를 시작했다. 
지금은 시인, 노동자, 큐레이터 등 세상에서 아직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나중에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이끔빛’이라는 이름으로 인물지를 내고 싶다. 1990년대 PC 통신 시절에는 홈페이지 운영자를 우리말로 ‘이끔빛’이라 불렀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운영자고 리더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들을 소개하며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 나 믿고 사랑해 봐!”라고 말하고 싶다.

Q. 인물을 선정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는가?
인간미를 중심으로 본다. 그냥 유명한 사람이라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니더라. 약자나 소수자에게 연대의식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돈 많고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이 1순위로 꼽힌다.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을 때 좋은 사람이 진정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봐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의 위대한 점만 담은 위인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살펴보는 ‘평전’을 써야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살펴보면 교훈을 얻을 수도 있고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인물갤러리 작업 공간에는 커피를 만드는 도구들이 들어차 있다. 서태영 대표는 이곳에서 직접 내린 커피를 대접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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