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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성대

지난달 2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부산대병원 A교수의 전공의 폭력 사건이 밝혀졌다. A교수는 전공의의 몸 한 부위를 무거운 수술기기나 의학서적을 이용해 20여 차례 넘게 폭행을 가했다. 심지어 병원, 수술실, 술자리에서 전공의 11명을 폭행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이 교수의 가혹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었지만 병원에는 정식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A교수의 폭행 의혹을 제기한 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최근 검찰은 A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지난 3일, A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자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이 선처를 바라고 있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여러 의문이 들었다. 그들의 ‘선처 탄원’은 과연 자발적이었나, 비자발적이었나? 문제가 널리 공론화됐음에도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의 몸에 피멍으로 남아있는 비상식적인 폭력의 흔적을 본다면 그 누가 대수롭게 넘어갈 문제라고 하겠는가? 따라서 의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의료계에는 약자인 피해자를 보호할 체계가 없고, 그 자체가 상명하복에 의한 폐해와 보복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교육하는 일은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한다. 의사와 교육자는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가장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직업이다. 우리 사회는 전부터 의료계와 교육계에 특히나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에게 더 이상 고귀한 인품과 행동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어느 의사가 공금을 횡령하고 어느 교수가 제자에게 폭행을 일삼는다는 얘기가 낯설지만은 않다. 자본을 위해 저들끼리 파벌을 형성하고, 직업에 부여된 숭고한 의무를 권력화한다.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니 실수를 하면 ‘몇 대쯤 때릴 수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도록 한다. ‘이 정도 군기나 인격 모독은 나도 겪어봤으니’ 참고 견디면 너 또한 특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긍지를 잃은 그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고를 체화하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의 부하, 후배, 제자까지도. 그 구조 속의 ‘을’ 중에 누가 감히 ‘선생님’을 고발하고 견제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을’은 쉽게 피해자가 되지만 보복이 두려워 견고한 ‘구조’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들이 또 다른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국립대 교수 법률위반 적발 현황’에 따르면 성범죄 교수 중 파면이나 해임으로 교수직을 상실한 교수는 11명으로 전체 성범죄 교수의 31.4%에 불과했고, 음주운전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84명 중 82명이 견책, 감봉 등 경징계에 그쳤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경북대병원은 부적절한 공금 운용과 최하위권의 청렴도로 인해 지속적으로 뭇매를 맞았다. 높으신 분들이 자신의 지위에 숨어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못하게 해야한다. 내부의 쇄신을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지도록 하고, 이를 어긴다면 법적으로 강력히 처벌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했던가? 악마는 구조 속에 있다.


김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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