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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론

지난 11월 5일은 대구에서 열린 촛불 시위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대구에서 촛불 시위가 남긴 교훈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촛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양한 의제를 가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의제에 따라서 자유 발언에 나서기도 하고, ‘텐트촌’에 입주하기도 하고, 부스를 설치해서 운영하기도 하고, 별도의 집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깃발을 들고 행진하기도 했다. 대구 촛불 시위에서는 청소년들의 참가가 눈에 뜨였다. 청소년 시국선언단이 독자적인 청소년 집회와 행진을 조직하고, 공동구호와 공동노래도 준비하였다. 청소년들이 촛불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가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 한국사 국정화 추진, 위안부 문제에 관한 졸속 합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비리 의혹 등 청소년과 맞닿아 있는 사안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촛불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권리로서 18세 참정권 요구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촛불 시위를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것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였지만, 의제의 중심에는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되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박 전대통령은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여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으로서 ‘적폐청산’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그 프레임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갔다. 만약 촛불 시위가 없었다면 이미 알려진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적폐들이 드러날 수조차 없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구의 촛불 시위에서 표출된 지역 의제 중에서는 촛불 시위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2016년 7월부터 성주와 김천에서 전개되었던 사드배치철회운동이 단연 두드러졌다. 며칠 전 우리 대학에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서 수상을 한 <파란나비효과>(박문칠 감독) 상영회가 있었다. 영화 상영 후에 가졌던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대구시가 주최하고 한국미술협회 대구시지회(대구미협)이 주관하는 대구아트스퀘어 ‘2017 청년미술프로젝트’가 오는 11월 8일부터 12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대구아트페어와 연계행사로 열릴 예정인데, 박문칠 감독은 담당 큐레이터로부터 출품 제안을 받아 <파란나비>와 <100번째 촛불을 맞은 성주주민께> 두 편을 출품하기로 하였으나, 얼마 전 조직위원회로부터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며 재편집 혹은 작품 교체를 요구받았다고 한다. 또한 박정희 얼굴을 묘사한 소묘 <망령>, 세월호를 다룬 조각 작품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작품 노트에서 세월호를 언급하였음),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송전탑 건설 문제를 다룬 <삼평리>와 빈곤 문제를 다룬 <난민> 등도 같은 이유로 수정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올해 청년미술프로젝트 행사는 ‘내 침대로부터의 혁명’을 제목으로 사회적 예술을 통해 세계가 당면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에서 나타나는 물적, 심리적 문제들을 조명할 예정이었다. 사드배치철회투쟁, 박정희, 세월호, 삼평리, 난민 등이 왜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이빙벨> 상영을 거부한 것과 같은 것이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의 하나였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이에 박문칠 감독 등 일부 작가들은 행사 참가를 보이콧하기로 했으며, 애초 행사를 기획하였던 담당 큐레이터도 자진 사퇴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학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연구재단 수탁과제 심사에서 한국사 국정화에 관한 성향을 기준으로 하는 블랙리스트가 있었다고 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별한 블랙리스트로서 우리 대학을 포함하는 국립대학 총장 임용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블랙리스트라고 해서 ‘블루리스트’가 있다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블랙리스트의 반대편에는 ‘화이트리스트’가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하나였던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 입학과 성적 비리, 그리고 강원랜드의 경우와 같이 공공기관 등에서의 ‘부정 청탁에 의한 채용 비리 리스트’도 화이트리스트의 하나였다. 적폐 중의 적폐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 촛불 시위를 비단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문제만으로 볼 수는 없다. 촛불 시위가 그것으로 인해서 촉발되었고, 그것이 중심적인 의제였던 것은 틀림이 없지만 다른 많은 의제들이 흘러들어서 촛불 시위에 합류한 것이다. 이 점에서 촛불 시위의 범위는 2016년 10월에서 2017년 3월에 끝난 사건이 아니다. 그 상한선은 짧아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2014년에서, 그리고 길게는 2008년 혹은 2002년의 촛불 집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그 하한선은 또 언제가 될지 모른다. 적어도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 등이 철폐될 때까지 촛불이 계속 타오르기를 바란다.



이동진 교수
(사회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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