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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벼랑 끝 학생회, 함께 달라져야 산다

지난 3월,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던 리본 총학생회는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너졌다. 이미 졸업한 선배들의 학생회 간섭, 즉 비선실세 논란 때문이었다. 7개월이 지난 10월, 학생들에게 흘러가겠다는 이름을 내건 가람 총학생회는 횡령 의혹, 공문서 조작 및 갑질 논란 등으로 전학대회 대의원들로부터 사상 초유의 총학생회장 불신임·직무정지·사퇴권고를 받은 상태다.
학생회가 벼랑 끝에 몰렸다. 본지에서 지난 3월에 조사한 총학생회 신뢰도 조사 당시 ‘총학생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고작 8%였다. 신뢰를 제대로 회복하기도 전에 발생한 이번 논란은 학생사회에 치명타다. 학생회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찍고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 학생회의 실패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학생사회를 어우를 수 있는 목표의 부재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관심 부족이다. 1980년대 학생회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존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로 그 원동력이 흔들리자 학생회는 2000년대 들어 ‘학내 민주주의 실현’으로 의제를 전환했다. 문제는 1987년 이후 사회 민주화는 비교적 성공했지만, 학내 민주주의는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동안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의 ‘복지냐, 학내민주주의냐’에 관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다가 2010년대 들어 학생들을 위한 복지형 모델이 학생회의 대세가 돼 버렸다. 어쩌다보니 학생회는 옛날의 아성을 잃어버리고 대동제를 준비하는 축제준비위원회와 시험 전 야식마차를 제공하는 소소한 복지조직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학생회 몰락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취업난과 생활고, 삼포세대 등 20대의 생존은 너무도 버겁다. 학생회가 제대로 운영되든 망하든 이를 상관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학생들은 너무 바쁘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두고 살아간다. 단지 학생회 내에서 횡령이나 갑질 논란처럼 자극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반짝 관심을 둔다. 그리고 또 실망한다. ‘역시 학생회는 있으나 없으나 다 똑같아.’라고 불평은 하지만 그 문제를 앞서서 제기하지도, 바꿀 만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
안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이번 가람 총학생회장의 소통 없는 행정 운영, 불투명한 회계 처리, 예의 없는 갑질 언행은 학생회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한 뾰족한 묘수가 없다. 학생회를 운영하기 위한 신념도 없고, 열정을 가진 신참도, 전문성 있는 베테랑도 없다. 많은 학생들은 학생회를 신뢰할 만한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도 없다. 
11월 3일은 학생 독립운동 기념일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선배들이 지금처럼 몰락한 학생회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럽기만 하다. 민주화 운동 당시 학생들은 난세의 영웅이 아니라 하나의 민초였다. 이제라도 초심으로 함께 돌아가자.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모든 노력을 전념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시간을 조금씩 할애해 학생 사회에 꾸준한 관심을 갖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담론을 구상하자. 대표자는 대표자의 입장에서, 일반 학생은 일반 학생의 입장에서 함께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자. 추락하고 있는 학생사회에서 영웅은 없다.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곧 학생자치 없는 학생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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