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는 프로야구나 프로 축구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은퇴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는 그들보다 훨씬 이르다. 우리가 언제까지 게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06년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엔젤게임즈’ 대표 박지훈(공대 컴퓨터공학 02) 씨가 창업을 준비하며 동료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박 대표는 게임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시 같이 우승한 멤버들 중 3명과 게임을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2013년 대구 지역 업체로 문을 연 엔젤게임즈는 모바일 ‘보드 액션 RPG’ 게임 ‘로드 오브 다이스’를 일본에서 소프트런칭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각국 등 세계 각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2015, 6년 2년 연속으로 대구시 게임 콘텐츠 육성 표창을 받았다. 그가 만드는 게임과 그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엔젤게임즈’ 박지훈 대표(공대 컴퓨터공학 02)와 자사 대표게임 ‘로드 오브 다이스’의 캐릭터 상품

Q. 본교에서 전공한 컴퓨터공학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가 확고했다.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서 첫 준비 단계로 경북대에 진학했다. 그 덕에 어린 나이부터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여러 프로그램을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게임의 설계와 제작과정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Q. 프로게이머 출신인데,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던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게임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도 좋아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당시 제일 유명했던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인데, 나는 ‘길드워’를 주로 플레이했다. 8명이 한 팀으로 이뤄진 게임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과 경쟁을 하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뭐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미친 듯이 하면 잘하게 되더라. 그 친구들이랑 같이 세계대회에 나가서 우승도 했고, 그런 여러 경험들이 지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토대가 되었다.

Q. 수도권이 아닌 대구 지역에서 모바일게임 사업을 하며 힘든 점이 있다면?

대구에 있는 회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서울보다 사람 수가 적어 좋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엔젤게임즈’는 그 부분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대구에도 게임을 목표로 성장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잘 성장해줬기 때문이다.

대구는 비수도권 도시 중 게임 산업을 진행하기 좋은 곳 중 하나다. 대구시 관계자들이나 여러 기업·기관 등에서 게임 산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지원하고 있다.

Q. 게임회사라고 하면 열정페이 등 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게임 개발자를 프로 스포츠 선수에 비유해 보자. 한 시즌 안에서 수많은 회사들이 유저들의 니즈를 채우기 위해 쉼 없이 경쟁하고 있다. 매일 경기가 진행되는데 본인이 힘들다는 이유로 며칠 쉰 후 다른 팀과 경기를 한다면,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일이 많고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엔젤게임즈는 여느 회사만큼 열심히 일한다. 그 대신 중간에 ‘시즌오프’를 만들고자 한다. 2018년 초에 전 직원이 일제히 3주씩 휴가를 갈 예정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다고 좋은 것, 새로운 것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재미를 찾을 기틀을 다질 필요가 있다.

Q.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개발 당시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즐거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던 것 같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했을 때 더 즐거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로드 오브 다이스’가 그 결과물이었다. 

가장 좋은 것은 개발자들이 ‘게이머로서의 마인드’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해도, 일을 하다 보면 ‘일’로서 하게 된다. 어느덧 재미를 잃어버린 채 반복적이고 소비적으로 게임을 만들게 된다. 그러면 게이머의 마인드가 아닌 개발자의 마인드가 되는 것이다. 게이머로서의 마인드는 즐기는 것이다. 일로서 하는 것과 내가 좋아해서 하는 것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개발자가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면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Q. 유저들은 요즘 어떤 게임을 선호하나?

PC·온라인 시장의 경우 점점 규모가 큰 MMORPG(다중 접속 역할분담 게임)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MMORPG의 경우 많은 인력이 긴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는 몇 되지 않는다. 자연히 대기업 중심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작은 업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거나 전략을 짜지 않으면 아무리 게임을 열심히 만든다 해도 시장에서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다. 게임을 어떻게 알릴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준비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모바일시장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PC·온라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 MMORPG가 중심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유저들이 수집을 하면서 성장시켰을 때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서브컬쳐 성향의 ‘수집형 게임’들이 의미 있는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유저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재미를 갈구하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한 게임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새로운 게임에서 경험해보고 싶어 한다. 엔젤게임즈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Q. 앞으로의 최종목표가 있다면?

현재 e-sports를 대표하는 게임은 대부분 외국 게임이다. 최종목표라고 한다면 한국산 e-sports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또 로드 오브 다이스말고도 엔젤게임즈의 다른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여름쯤에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공개할 예정이다. 

Q. 게이머들과 본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교인 경북대에는 애정이 많다. 게임 개발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

‘로드 오브 다이스’ 플레이어들은 다른 게임 유저보다도 게임에 더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유저들이 즐거움을 표현해주고 있어 책임감 역시 크다. 앞으로 엔젤게임즈의 게임을 잘 성장시켜 세계 유저들과 같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게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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