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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올해 제117회를 맞이한 노벨상. 지난해 노벨문학상 부문에는 반전과 평화, 자유, 저항 등 시대정신을 노래한 가수이자 시인 ‘밥 딜런’이 선정돼 전세계적 이슈가 됐다. 그렇다면 올해의 수상자는 누구일까? 사람이 아닌 사회적 운동 그 자체라면? 한없이 명예로운, 그러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노벨상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파헤쳤다●

노벨평화상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그 의미’
-정희석 교수(사회대 정치외교)

지난 10월 6일 노벨상위원회는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선정의 주된 이유로는 ICAN이 “핵무기 사용에 따른 재앙적인 결과에 대해 주의를 상기시키고, 핵무기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사실”을 들었다.
여기서 ICAN은 어떠한 단체이고 어떠한 활동을 했기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최근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교훈을 되새겨 보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1. ICAN이란? 
ICAN은 2007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족되어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비정부기구(INGO: International 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이다. 현재 101개국에 소속된 469개 비정부기구 연합체로 한국에서는 두 단체, 즉 Korean Physicians for Peace, Peace Network and Civil Peace Forum이 참여하고 있다. ICAN은 창설 모티브를 1997년 12월 121개국의 서명으로 채택된 ‘오타와 협약’(Ottawa Treaty: the Anti-Personnel Mine Ban Convention, 대인지뢰 전면금지 협약)을 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국제 대인지뢰금지 운동(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s)’에서 찾았다. 국제협약으로 대인지뢰를 막을 수 있다면 핵무기도 막을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범해 핵무기 폐기에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연대하며 단체 규모를 확대했다. 
ICAN은 그동안 지구상의 핵무기 폐기의 실현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꾸준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주요활동으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다. 첫째, 핵무기로 인해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위협에 초점을 맞춰 국제사회에서 군축논쟁을 주도해 왔다. 둘째, 핵무기의 고유한 파괴력, 치명적인 건강 및 환경 영향, 무차별적 목표, 의학적 인프라와 구호대책에 대한 영향, 주변 지역에 방사능이 오래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셋째, 핵무기폐기 운동을 전개 108개 국가의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2017년 7월 7일 UN에서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금지를 목표로 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 ICAN의 수상배경과 의미
ICAN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핵심적인 이유는 핵무기폐기를 위한 국제적 활동 성과와 공로에 있다. 노벨위원회는 ICAN이 그동안 108개국이 참여하여 “핵무기를 규탄하고, 금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모든 관계 당사자가 협력할 것”을 서약하는 이른바 ‘인도주의 서약’을 주도했고, 특히 TPNW에 관한 유엔의 협상에 영감을 불어넣고 혁신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통해 ICAN은 우리 시대에 국제평화회의와 같은 중요한 역할 담당해 온 사실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ICAN이 정부나 국제기구가 아닌 풀뿌리(grass root) 시민운동으로 전 세계에 핵확산금지를 매우 활발하게 알린 점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활력을 불어넣은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노벨위원회는 ICAN 선정이 핵무기 금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ICAN 사무총장 베아트리체 핀(Beatrice Fihn)의 주장처럼 ICAN의 수상은 수백만 명의 세계 활동가와 핵무기를 우려하며 저항해 온 시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가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3. ICAN의 수상과 한반도 핵위기
우리는 ICAN의 선정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 속에 파기될 위기에 놓인 이란 핵 합의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증대하는 상황, 특히 북한의 거듭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벨위원회는 북한이 핵무기의 보유와 현대화를 시도하는 전형적인 국가라고 지적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는 북미관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ICAN 역시 최근 핵무기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대치 상태가 “Wake-up Call(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경고)”이라며 전 세계 1만 5000여개에 달하는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그가 핵 통제권을 가진 것은 불안하다고 정면으로 비난하는 한편, 미국을 상대로 핵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대해서도 핵무기 개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의 평화를 갈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북한은 상대에 대한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서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사회 내부에서는 핵무기의 보유가 북핵문제의 해결책이자 한반도 평화의 보장책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핵평화론’과 ‘핵안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인류는 핵무기의 파괴력과 살상력에 의한 참혹함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원폭 기념관을 방문해 보면, 핵무기 사용의 참혹상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역사의 과오를 두 번 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 ICAN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는 ‘정당한 핵무기 보유’라는 유혹에 빠져서는 안되며, 지구상의 평화실현에 장애물인 핵무기의 폐기야말로 우리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

▲ ICAN 로고




노벨문학상 ‘가즈오 이시구로의 삶과 문학--세계와 연결돼 있다는 우리 환상 밑의 심연을 밝혀내다’
-한재환 교수(인문대 영어영문)

영국 도박회사 래드브록스(Ladbrokes)의 예측과 세간의 기대와 달리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는 일본 태생 영국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에게 돌아갔다. 그간 아프리카 지역이 소외되었다는 점에서 케냐 작가 응구기와 시옹오가 유력하게 점쳐졌고 무라카미 하루키와 마가렛 애트우드 등이 강력한 후보군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도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89)과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2005)로 이름이 익숙한 이시구로는 여러 소설에서 독창적이고도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해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작년 수상자 밥 딜런에 대한 논쟁과 달리 무리 없이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1954년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다섯 살 때 해양학자인 부친을 따라 영국에 간 후 별다른 인종차별 없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켄트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비평가 말콤 브래드베리와 소설가 안젤라 카터 밑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그는 작사가로서의 가능성과 사회사업가의 직업도 열려 있었지만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 이래 지금까지 7편의 장편 소설을 출판하였다. 
28세의 나이에 처녀작 <창백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 1982)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 1986)로 휘트브레드 상을, <남아있는 나날>로 부커 상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The Unconsoled, 1995)로 챌튼햄 상을, <우리가 고아였을 때>(When We Were Orphans, 2000)로 맨 부커 상 후보에 오르고, <나를 보내지 마>(2005)로는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지정되었으며, 2015년에는 <묻혀진 거인> (The Buried Giant)을 출판하였다. 현재까지 두 편의 작품이 영화화 되었는데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남아있는 나날>(1993)에서는 앤소니 홉킨즈와 에마 톰슨이 열연하였다. 또한 마크 로마넥 감독의 <네버 렛 미 고>(2010) 역시 인기를 누렸는데, 등장인물로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 역을 맡은 케리 멀리건과 <오만과 편견>의 주연 키아라 나이틀리 등이 있다.
동시대 영국작가인 줄리언 반즈, 이언 매큐언, 그래엄 스위프트, 살만 루시디 등이 사용한 난해한 소설기법과는 달리 이시구로는 전통적 서술 기법을 통해 잔잔한 문체로 독자들을 매혹시키는 미덕이 있다. 주로 1인칭 주인공 화자의 기억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이시구로는 제인 오스틴, 프란츠 카프카, 마르셀 프루스트를 혼합한 문체를 보인다고 평가되기도 하였다. 이시구로는 <우리가 고아였을 때>에서는 탐정소설의 특징을,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공상과학 소설의 특징을, 그리고 <묻혀진 거인>에서는 판타지 소설의 특징을 보여주며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적 실험성도 보여준다.
이시구로는 초기 소설인 <창백한 언덕 풍경>과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에서는 나가사키 원폭 이후의 후유증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가의 기억을 각각 런던에 사는 과부 에츠코와 화가 오노를 화자로 등장시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고아였을 때> 역시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부모의 흔적을 찾아가는 주인공 크리스토퍼 뱅크의 노력을 보여준다. <남아있는 나날> 역시 1차 세계대전을 포함한 여러 전쟁을 배경으로 대저택 집사장 스티븐스의 기억을 통해 영국 제국의 몰락을 다루고 있다. 반면 <나를 보내지 마> 에서는 캐시를 통해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교육받아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그리고 죽음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유한한 삶을 성찰하게 해준다.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는 이시구로 작품가운데 가장 난해한 초현실주의 소설로서 피아니스트 라이더의 삶을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출판된 <묻혀진 거인>은 5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나이든 브리튼 족 노부부 액슬과 비어트리스가 용, 도깨비, 괴물을 만나면서까지 자신의 아들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묘사한다. 
이시구로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영국이 수에즈 운하에서 철수한 1956년 7월을 작품의 시작으로 삼으며 여러 역사적 사건을 다룬 <남아있는 나날>이다. 영국의 장원인 달링턴 대저택이 영국 제국의 퇴조와 함께 영국인 달링턴 경에서 미국인 패러데이 씨에게 넘어가면서 제국주의의 잔재에 대한 회고와 회한을 다루는 <남아있는 나날>은 영국성의 새로운 이해 외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독자는 달링턴 경의 신사로서의 위엄을 존경하며 주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집사장의 삶을 통해 과연 인간의 주체적이고도 정의로운 삶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또한 영국 제국주의가 몰락하고 미국 제국주의가 새로이 등장하는 1950년대 세계체제의 변화를 통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 준다. 한편, 대저택에서 같이 근무한 캔턴 양에게 사랑의 감정을 숨기고 사무적으로 대하다가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만나 마음을 표현하려 하였지만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사람의 마음을 확인한 후 회한에 빠지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성찰하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에 6일간의 영국 남서부 시골여행을 마치고 다시 달링턴 저택에 돌아가는 스티븐스는 새로운 주인 패러데이 씨의 농담(bantering)에 잘 대응하는 농담의 기술을 개발해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미래가 예측되기도 한다. 캔턴 양과 작별한 후 우연히 만난 노인과의 대화에서 노인이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말하고 주인공도 이에 동의하는데, 이 점은 한국어 번역 제목인 <남아있는 나날>이 <지난날의 잔재>라는 제목보다 낙관적인 면을 암시하기도 한다.




노벨경제학상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나다.’
-최정규 교수(경상대 경제통상)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시카고 대학교 리처드 세일러 교수에게 주어졌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위원회는 세일러 교수의 공헌을 “경제학과 심리학을 접목”시킨 데에서 찾았다. 
오래도록 경제학과 심리학의 관심은 서로 엇갈려왔다. 심리학자들이 사람들의 행동 동기에 관심을 가질 때,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동기를 갖더라도 효율적인 결과를 낳게 해주는 제도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둘은 엇갈렸다. 심리학자들이 사람들의 비합리성을 이야기할 때, 경제학자들은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못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둘은 또 엇갈렸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개인들이 자신의 일에만 최선을 다하더라도 사회적으로는 최선의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이상형으로 놓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면 뭔가 시장에 결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경쟁은 충분한지, 소유권은 제대로 설정되어 있는지, 거래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지, 사람들이 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있는지 등 제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제도만 제대로 갖춰지면 최선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제도 때문이 아니라 혹시 사람들의 선택이 합리적이지 않아서 그런건 아닌가라고 의문을 갖는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그 동안 경제학자들이 외면했던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일군의 경제학자들을 사람들은 행동경제학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의 이야기이다. 
리차드 세일러 교수는 경제이론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찾아 나갔고, 최선의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시장 등의 제도적인 측면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비합리성이 문제일 수 있음을 집요할 만큼 치밀하게 입증해나갔다. 연구가 진행되면서, 비합리성이란 그저 우왕좌왕한 채 나타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일관된 패턴을 갖고 나타난다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세일러 교수는 비합리성을 체계화하고 이론화했다. 노벨상 수상 위원회가 요약한 내용을 중심으로 그의 업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원회는 세일러 교수가 손실회피, 부존효과, 심리적 계정 등의 개념을 통해 의사결정자의 비합리성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시킨 점을 높이 샀다. 간단히 설명해보자. 사람들은 동일한 크기라도 이익보다는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는 편향을 갖는다. 이를 손실회피라고 부른다. 또한 사람들은 동일한 재화라도 자신이 그 재화를 손에 쥐고 있을 때 그 재화의 가치를 더 높이 매기곤 한다. 이를 부존효과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도 손실회피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재화를 얻을 때 이득보다 그 재화를 잃을 때의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손실회피 편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일자리가 있어도 막상 옮기기를 주저하고, 더 나은 거주지가 있어도 선뜻 이사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일자리나 거주지를 옮길 때 얻게 되는 기대이득보다 그 과정에서 생길 손실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둘째, 위원회는 세일러 교수가 공정성이나 정의감 등 사회적 선호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거래를 하는 게 이득이 되더라도 그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거래를 거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와 B 두 사람 중 A에게 만원을 주고 B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해보자. 그리고 B로 하여금 A가 내린 결정을 수락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보자. B가 수락하면 A의 결정대로 돈을 나눠 갖지만, B가 이를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얻지 못한다고 해보자. 이 때 흔히 발견되는 결과는 A가 공정하지 않은 배분을 결정하면, B는 그것을 거절해버린다는 것이다. 공정하지 않더라도 수락하면 작게라도 이득이 생기고, 반대로 거절하면 한 푼도 얻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공정치 못하면 제안을 거절해버린다. 즉 사람들은 공정함에 민감하며, 그 때문에 종종 서로 이득이 되는 거래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위원회는 세일러 교수의 공헌을 의사결정자의 통제력 부족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이론을 구축했다는 데서 찾았다. 세일러 교수는 먼 미래를 계획할 때는 제법 합리적으로 임하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할 때는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현재에 치우친 할인 혹은 쌍곡선 할인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중간고사 공부시간이 모자라 기말고사 때는 미리 준비하자고 굳게 다짐해 놓고도, 막상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또 다시 벼락치기를 반복하는 문제,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며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이 번번히 실패하는 문제를 이 개념이 잘 설명해준다.   
리차드 세일러 교수의 대표적인 세 개의 저작은 모두 번역이 되어 있다. 세일러 교수는 1990년대 초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 현상들을 하나씩 찾아 분석함으로써 행동경제학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 작업을 한 데 묶은 책이 <승자의 저주>이다. 이후 그는 행동경제학에서 얻은 결과들을 가지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담을 책을 썼다. 이 책에서 비합리성을 치유할 수 없다면, 비합리성을 역이용하여 바람직한 결과로 이끌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몇몇 성공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 책이 이미 한국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넛지>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행동경제학을 대중적 버전으로 쉽게 소개한 책을 쓰기도 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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