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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획

국립대학 法 '대학자치와 학문 자유의 해답될까'

지난 정부에서는 국립대학에 간섭이 잦았고, 그로 인해 많은 대학이 피해를 입었다. 이에 학문의 자유 보장과 대학 자치의 실현을 위해 국립대학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대학가의 움직임이 일어 나고 있다. 법률에 의해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 국립대학의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국공립 대학교수회연합회에서 내놓은 국립대학법 초안을 분석해보고 국립대학법이 국립대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김민호 기자/kmh16@knu.ac.kr


지위를 보장하는 법률이 없는 국립대학의 현실 
국립대학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 (제31조)과 “학문의 자유”(제22조)를 실현하는 중 요 기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국립대학의 지위 와 운영 규율을 정한 법률이 없는 상태다. 국립대 학은 현재 초·중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대통령령인 ‘국립학교 설치령’을 따르고 있다. 본교 제21대 교수회 윤재석 교수(인문대 사학)는 “대학의 자율 성과 학문의 자유는 법률을 통해 보장하도록 되 어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그 하위 법령인 대통 령령으로 규율되어 온 것은 위헌적이다”고 말했 다. 본교 김창록 교수(법전원)은 “대통령령은 정 부가 일방적으로 개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국립대학의 지위가 불안정하게 되고 정권의 입김 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의 지위가 법률에 의해 보장받지 못 하면서 국립대학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만든 시 설인 ‘영조물’ 취급을 받았다. 김창록 교수는 “국 립대학을 영조물로 볼 경우, 국가가 전면적인 지 휘·감독권을 가지게 된다”며 “교육부가 총장직선 제를 폐지하라고 지시하고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국립대학을 조종하려는 상황은 그 때문에 발생했 다”고 말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대학의 장 후보자 선 정 방식에 대해 해당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총 장 후보자 선정 방식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했 다. 전 교육부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대학평가 항 목으로 두고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는 국립대학 들을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선정하 거나, 대학 재정 지원 사업과 국립대학 총장직선 제 개선을 연계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간선제로 의 전환을 강요했다. 총장 간선제로의 전환 이후 에도 교육부의 총장임용후보자 임명제청 거부로 인해 본교는 2년 반 동안의 총장부재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립대학의 재정 자율성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2015년 기성회비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점 때문에 제정된‘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국립대학회계법)’에는 재정 지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다. 국 립대학 회계법 시행규칙에서도 ‘사업별로 목적을 특정하여 각각 총액으로 지원’하도록 되어 있어 대학의 자율적인 예산 편성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많은 특수 목적 재정 지원 사업들은 재정 지원 을 받으려는 대학들이 교육부가 정한 기준에 맞 는 형태로 대학구조를 변화시키도록 유도했고, 각 대학들은 교육부가 요구하는 대로 따르게 되면서 국립대학 학문의 자유는 침해되었다. 이로 인해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이하 대학 노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2013년 국회에 국 립대학법의 발의를 촉구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 책실장은 “대학회계 직원과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국립대학법을 통한 국가의 안정적인 지원은 비 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있어 중요한 문제였다”며 “당시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논란
이 되면서 국립대학법이 급물살을 탔으나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2016년 4월부터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 에 들어갔다. 올해 3월에는 국교련 산하에 국립 대학법 기초위원회를 설치해 국립대학법 초안 작 성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해 7월 초안을 완성한 국교련은 지난달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 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와의 토론회를 개최했고, 그 자리에서 국립대학법 초안을 발표했다. 국교련 상임회장 김상표 교수(군산대)는 “국립대학법은 국립대 정상화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틀을 마련 하는 것으로 국교련 정책의 0순위이다”며 “의원들 내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있고 현 국회 교문위원장인 유성엽 의원(국민의당)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대표발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교련의 국립대학법 초안 분석 
국교련이 내놓은 국립대학법 초안은 ▲국립대학 의 권리와 책임 ▲국립대학의 의사결정과 운영기구 ▲국립대학의 재정과 회계 ▲한국국립대학교육협 의회와 국립대학평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립대학법 초안에 국립대학의 법적 지위를 ‘국 가기관인 동시에 학사·연구·재정 등 대학 운영에 관하여 독립된 권리와 권한을 행사하고 의무를 부 담한다’고 명시했다. 본교 김창록 교수(법전원)는 “국립대학이 단순한 ‘영조물’이 아니라 ‘대학의 자 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실현하는 독립성을 가진 기관임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의 권리와 책임에서 국립대학의 학 문과 예술의 자유, 대학자치, 대학 구성원의 권리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았다. 윤재석 의장은 “국립 대학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율적으로 대학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다”며 “초안에서는 교육 부가 관리·감독 업무만을 수행하도록 규정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 평등의 추구, 양질의 교육·연구 환경 조성, 기 초학문 등의 지원·육성에 대한 정책 수립·시행 등 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국립대학의 의사결정과 운영기구 부분에서는 대학자치 조직과 대학평의회, 총장의 권한과 선출 등을 다뤘다. 대학자치 조직에 대해서는 대학 구성 원이 대학자치와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대학의 구성원은 교수회, 학생회, 강사회, 조교회, 직원회 등 자치조직을 구 성할 수 있다고 명시해 각 자치기구의 존재가 법안 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국국공립대학생 연합회(이하 국공연) 의장을 맡고 있는 본교 제50 대 ‘가람’총학생회 회장 송민찬(경상대 경영 12) 씨 는 “지금까지 학생회의 존재가 법제화된 경우는 없 었다”며 “국립대학법이 제정된다면 학생회가 확고 한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대학평의회 를 두는 것도 초안 작업에 포함됐다. 대학평의회 는 교수·학생·직원 등을 대표하는 평의원들로 구 성토록 되어 있으며 ▲학칙의 제·개정 ▲총장 선 출방식 결정 및 해임 건의 ▲예산안 확정 및 결산 심사 등의 사항을 의결할 권한을 갖는다. 국교련 정책위원장인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국회의 역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총장 혼자 대학 내 모든 권한을 쥐는 체제에서 대학 구 성원의 의사를 반영하여 운영되는 체제로 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재석 의장은 “총장을 견 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학 의 3주체(교수·학생·직원)가 모여 의사결정을 함 으로써 학내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대학평의회를 통해 학내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의 의사수렴이 보장될 것이다”고 말했다. 총장의 지위에 대해서는 국립대학을 대표하고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명시해놓았고 대학평 의회의 의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임재홍 교수는 “현재 총장이 학칙의 제정 권한 등 대부분의 권한을 가졌으나 그 권한 중 일 부를 대학평의회에 넘기게 된다”며 “권력 균형을 위해 의결사항의 거부권을 총장에 부여했으나 재 의결될 경우 총장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총장후보자 선출의 경우에는 학칙으로 규정하도록 해 대학 자치를 보장하고자 했다. 임재홍 교수 는 “국립대학은 국가기관이기에 임명권은 대통령 에게 있으나 후보자 선출 방식에 있어서는 대학 이 결정권을 가지도록 명시한 것이다”고 말했다. ▲국립대학의 재정과 회계에서는 국립대 학 재정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했다. OECD(경제발전협력기구) 회원 국가의 고등교육 예산 규모 및 그 증가율, 대학생 1인당 교육비용 등을 고려해 재정을 지원하는 조항을 넣었다. 임 재홍 교수는 “그 조항은 국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재정 지원을 해야한다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다” 며 “구체적인 재정 지원 내용은 고등교육법 내에 재정교부금법 제정해 명시해야 할 것이다”고 말 했다. 송 회장은 “국가의 재정 지원 책무가 명시 된다면 대학의 재정 부담이 감소할 것이고 그 혜 택이 학생들에게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국립대학교육협의회와 국립대학평가원 설치에 대한 조항도 초안에 들어가 있다. 한국국립 대학교육협의회는 국립대학 총장의 협의체로 학생 선발에 대한 협의,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법 개선 협의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임재홍 교수는 “한국 국립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 서열화의 해소를 위해 국립대학 연합체제 고려, 입시 경쟁을 줄이기 위한 공동 입시, 기초학문 분야 육성 업무 등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기구의 개념이다”고 말했다. 한국국립대학교육협의회에 국립대학평가원을 둔다는 내용도 있다.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 하 대교협) 내에 한국대학평가원에서 기관 인증 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 업무를 국립대 학들 내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임재홍 교수는 “대 교협은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가 소속되어 있고 한국대학평가원이 모두 대학 기관 인증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른 두 유 형의 대학을 함께 기관 평가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국립대학만의 인증기관을 구성해봤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을 향한 학생의 목소리
하지만 현 국교련의 국립대학법 초안은 학생을 비롯한 다른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 과정이 이뤄지지 못한 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학생사회에 서는 교수 위주의 국립대학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학생들도 학생을 위한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공연은 지난 6 일 국회 교문위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국립대 학법 입법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 다. 주요 내용은 ▲법인화 국립대학의 국립대학법 적용 ▲대학평의회 의원 구성의 최대·최소 한도 규정 ▲총장 선출 방식에 있어 대학 구성원 합의 제 명시 등이다. 현재 법인화된 서울대학교와 인 천대학교는 국립대학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국 공연은 대학의 법인 전환에 학생이 찬성하지 않 았고 법인이사회의 권력 집중으로 학생 자치의 악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법인화 국립대의 국립대 학법 적용을 요구했다. 초안에 담긴 대학평의회 의원 구성의 경우에도 학칙으로 규정한다는 조항 만 있다. 송 회장은 “의원 비율이 최대 과반을 넘 지 못하도록 하고 최소 10분의 3은 넘도록 하는 등의 한도가 법에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에 대한 학생 의견 수렴 여부에 대해 김 상표 상임회장은 “앞으로 국교련 차원에서 진행 될 간담회나 국회의 공청회 때 참석한 학생들 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국회 교문위 측에서 국회, 교문위, 국공연의 세 주체 가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며 “국립대학법의 큰 틀은 모두가 동의하나 세부 사항은 국립대 구성원의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 이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의 남은 과제와 미래
이제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국교련이 마련한 초안이 완성안으 로 만들어진 후 법률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국회 에서 발의·심의·의결하고, 대통령이 공포하는 과정이 남았다. 임재홍 교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립대학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며 “나머지 정당의 경우 국립대학법에 대한 설명 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학우를 대상으로 국립대학법의 필요 성에 대해 홍보할 생각이다”며 “입법을 위해서는 학생사회 내에서도 여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 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법 제정에 대비하는 대학 구성원의 자 세도 필요하다. 윤재석 의장은 “국립대학법의 노 예가 되는 것이 아닌, 끌고 갈 수 있는 대학 구성 원의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며 “유럽의 대학들처 럼 대학 자치의 재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홍 교수는 “예전에는 대학이 엘리트 만이 누리는 특권적인 영역으로 있었다”며 “이제 국립대학은 대중 교육을 수행해야 하고 그에 따라 국립대학법 제정으로 받게 된 권리와 지위로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 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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